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과 실천 원리

The Attributes and Practical Principle of Medical Professionalism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0;12(1):9-22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0 June 30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0.12.1.009
Educational Research Institute, Yonsei University
1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황은영,, 양은배1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1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교신저자:양은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120-752)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250번지 Tel : 02)2228-2511 Fax : 02)364-5450 E-mail : nara@yuhs.ac
Received 2010 May 10; Revised 2010 May 20; Accepted 2010 May 24.

Trans Abstract

It is the most important thing at present for physicians to posses the qualificat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A lot of medical schools have made all-out efforts to develop leaders of medicine, who will be able to meet the needs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this complex medical environmen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review the cognitive base of medical professionalism leading the curriculum development of medical professionalism. The discuss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started in the 20th century. During the 1960s, there were attempts to reshape the concepts and attributes of medical professionalism. The government began to intervene in the autonomy of physician and the self regulation policy of medical society in 1970s. Physician may be asked to play as a healer and professional (what?) during their medical practice. The fundamental role of healer such as care, compassion, honesty, integrity, confidentiality, ethical behaviors, and respect with patients were nothing fresh to tell even though the age was changed. The attributes of professional which are physician's autonomy, self regulation, teamwork, and responsibility to society has been changed dramatically over the past five decades. In general, medical educators agreed that professionalism is demonstrated through a foundation of clinical competence, communication skills, and ethical and legal understanding, upon which is built application of the principles of professionalism: excellence, accountability, altruism, and humanism. If physicians fail to show professionalism in society, they will confront the crisis which can be under the government control. The only way to keep their autonomy is to practice medical professionalism. So far today, medical schools have laid more stress on competence than value standards in educational systems and it was restricted for medical students to learn the value standards for medical practice. To understand and practice the medical professionalism, it is the most realistic way to solve the complicated medical problems.

서 론

의학 직업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제시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의료가 온정주의적 관점에서 하나의 시혜(施惠)로 받아들여져 온 최근까지 의학 직업전문성은 그리 중요한 주제가 되지 못하였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5년 이후 내과학회에서 처음으로 ‘프로페셔널리즘’ 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서야 의학 직업전문성이 의학교육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의권1), 쟁취를 위한 전 의료계의 노력 이후 의학 직업전문성이 의학교육의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었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정유석, 2004).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날 사회는 의사들에게 부여된 권력의 남용(환자 의견 무시, 금전적 유혹, 경제적 지위에 따른 환자 차별, 비밀 누설 등), 거만함과 탐욕, 거짓 진술, 성실성 결여 및 이해관계 갈등 등 의학 직업전문성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Ihara, 1988; Blank et al., 2003), 이러한 위기는 의료계 내외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임기영, 2007). 예를 들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일반 시민의 권리 의식 증가, 의료비용 상승과 한정된 자원의 분배에서 비롯된 제 3자의 의료통제 강화, 의료 서비스 환경의 다원화와 세계화에 따른 의료의 시장 경제화, 온정주의 적 관점에서의 전통적 의사 역할로부터 의사들을 한눈팔게 하는 다양한 유혹의 증가, 의료 서비스 시장에 거대자본 유입과 상업 화 가속으로 인한 의료계 내부의 경쟁 심화,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의료의 산업화, 표준진료지침 등으로 인한 의사의 진료 자율권 약화 등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요인들로 지적된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의 연구 역량 강 화 정책, 의학교육에 대한 관심 소홀, 의학 직업전문성의 역할 모델 부재 등 의학교육의 책무성 부재 또한 의학 직업전문성 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의학 직업전문성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 종사자들 과 사회와의 묵시적 계약의 핵심 요소이다. 그러므로 의학교육 자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그 개념과 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러한 개념과 특성을 함양하기 위 한 교육과정과 좋은 역할 모델을 개발해야 다. 또한, 의과대학 을 졸업하는 미래의 의사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과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인지적 기초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에서 이를 실천해야 한다 (Cruess et al., 2004).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학 직업전 문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의과대학에서는 의학 직업전문성 함양을 위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의학교육자들 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과 실천 원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 지적 기초를 갖고 있는가?, 한국적 상황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 반문해 본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개원의 중심의 의료 서비스 현장은 의료계 내부의 경쟁심화로 인해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냉소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의과대학 교육의 경우에도 오래전부터 인성교육과 관련된 의료윤리 및 인문학 교과목이 일부 제공되기는 하였지만, 상대적인 비중이나 강조점에 있어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학 직업전문성과 관련된 국내 연구 경향을 보더라도 1990 년 이후 한국의학교육학회지, 한국의료윤리학회지 및 의학교육 관련기관 등에서 발표된 의학 직업전문성 관련 연구는 20편에 불과하다(강신익, 2000; 강윤식, 2000; 전우택 & 양은배, 2002; 김선 & 허예라, 2003, 2005; 정철운, 2004; 권상옥, 2005; 안덕선, 2005; 권복규, 2006; 허예라, 2006; 김석화 외, 2007; 박호진, 2007; 이영미 & 안덕선, 2007; 임기영, 2007; 정연재, 2007; 맹광호, 2008; 방재범 외, 2008; 허예라 외, 2008). 반면, 같은 기간 퍼브메드(pubmed)에서 검색된 의학 직업전문성 관련 논문은 962 편에 달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의과 대학장협의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및 대한의학회는 의학 직업전문성 교육의 중요성에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2001년 ‘의사와 사 회’, 2003년 ‘의학교육에서 프로페셔널리즘’, 2007년 ‘의사 사 회의 프로페셔널리즘 교육과 실천’ 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다시 2010년에는 휴머니티(humanity)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개별 대학의 사례를 고찰하거나 휴머니즘 관점에서 의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자질에 대해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과 실천 원리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미래의 의사들이 의학 직업전문성의 본질을 이해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의 원리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함양하는 것은 의학교육의 중요한 주제이다(Cruess & Cruess, 2009). 학생들은 의사로서의 전문

직업인의 기초가 되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핵심 가치와 자질을 의료 공동체에 사회화되는 의학교육 기간 동안 습득해야 하고, 의과대학은 학생들이 이러한 가치와 자질을 가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졸업생들이 이러한 것들을 함양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Stern, 2006). 이러한 과정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실천 원리를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은 의학 직업전문성 교육과 평가의 전제 요소이다. 이러한 배경 에서 본 연구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과 실천 원리에 대해 선행 연구들을 고찰하였다. 본 고찰은 의학 직업전문성 교육과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인지적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

의학 직업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의 개념에 대해 논 의하기 위해서는 의학 직업전문성과 관련된 ‘전문직(profession)’, ‘전문가(professional)’, ‘직업전문성(professionalism)’ 이라는 용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의하면, 전문직은 특정 분야의 지식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으로 인문학이나 과학 분야의 훈련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을 응용 ‘실천하는 직업이며, 군사학, 의학, 법학 및 신학 등은 이러한 직업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정의하였다. 전문 가는 이러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직업전문성은 이러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진 자질, 특성 및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Oxford University Press, 1989).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문직의 개념은 적어도 20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의 개념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로마 의사 Scribonius Largus의 처방집2),이다. 그는 의학을 ‘동정심(compassion)과 인 자함(clemency)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헌신을 수행하는 전문직’ 으로 보았다(Hamilton, 1986). 이러한 전문직 의 개념은 중세시대 유럽과 영국의 대학과 길드 조직을 통해 그 개념이 구체화되는데, 법학, 의학 및 성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어떤 신분이나 직위가 주어지고, 상당 한 자율성이 부여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책무가 요구되었다(Hafferty & McKinley, 1993).

전문직의 개념과 전문가들이 가져야 하는 자질에 대한 논의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직업전문성’ 이란 용어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깊이 있게 탐색되기 시작하였다. Brandeis(1914)는 1914년 보스턴의 한 경영대학 개소식에 참석 하여 연설하였는데, 직업전문성은 단순한 전문 지식과 기술 습득 이상의 고등 훈련이 요구되며, 이러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목적이 되어야 하고, 경제적 인부의 축적 여부가 이들의 성공의 지표가 아니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Flexner(1915)는 Brandeis의 직업전문성 개념에 기초하여 의학 직업전문성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 을 통해 자신의 수월성(excellence)을 유지하고, 자기통제(self regulation)를 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한 속성으로 추가하였다. 의학 직업전문성 개념에 추가된 Flexner의 수월성과 자기통제 개념은 19세기 이후의 과학 발달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Cruess & Cruess, 2009). 자연과학의 발달은 의학 및 의료기술의 발달과 연결되고, 의료 서비스를 더 효과적이고 구매가치가 있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의학 기술의 진보를 열거하지 않더라 고 세균학, 면역학, 병리학의 발달과 임상의학의 탄생은 의료 서비스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동시에 산업혁명은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인 부를 허 락하였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언제나 최신의 의학 지식과 기술의 혜택을 희망하고, 이러한 의료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의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들이 수월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전통적 기반이 된 동정심(compassion)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Ludmerer, 1985). 한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양적인 증가와 의료 서비스 조직이 체계화, 거대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통제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게 되었다(Cruess & Cruess, 1997).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통제나 가이드라인은 정부나 다른 사회 조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전문직 단체를 중심으로 일어 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의사들의 협의체인 미국의사협회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만들어지고,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회원 대학이나 개인들의 행동을 가이드 하는 윤리강령이 만들어 졌다. 전문직 단체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면허 제도를 확립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을 전제로 한 의료 서비스의 독점을 인정받았다(Starr, 1982).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의료 서 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와 사회 사이에 일종의 ‘계약’ 이 성립했음을 의미한다(Sullivan, 2005; Cruess et al., 2006). 이러한 계약에 기초하여 의사들에게는 지식의 사용에 대한 독점권이 주어지고, 의료 서비스 제공의 자율성이 보장되었으며, 사회 ‘경제적 지위가 주어지게 되었다. 반면에 의사들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신들의 능력을 새롭게 하고, 이타적인 마음, 정직과 성실을 바 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기통제를 실천하며, 자신의 이익 보다는 공공의 선을 위해 헌신할 것이 기대되었다. 사회 계약의 일부로서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세부 사항은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변화해 왔으나 그것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사회와의 협상(bargain)을 통해 형성된다는 기본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Cruess & Cruess, 2009).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과 사회계약이 구체화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말까지 의학교육 관련 문헌에는 전문직의 비인지적 특성이 설명되고 있을 뿐, 인지적 관점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연구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Arnold, 2002). 이것은 그때 까지만 하더라도 의사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 대 들어서면서 미국 사회는 의사들이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개인적 유익을 위하여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자기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이 제시되었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는 그동안 의사 또는 의료 서비스 조직에 위임한 자율권에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Ludmerer, 1999a).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전통적인 개념의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 후 많은 연구들이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 특성 및 그것의 실천 원리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 1983, 1995, 1999;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1999;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1998;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2002; Royal College of Physicians, 2005).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유사한 개념 정의 를 바탕으로 의학 분야 전문직이 가져야 하는 공통의 특성을 설 명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은 의사들이 도덕적인 사람이어야 한 다는 신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Hafferty, 2006), 의학 직업 전문성의 핵심가치를 질병의 보편성으로부터 찾고 있다(Arnold & Stern, 2006). 즉,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 는 기본적으로 돌봄(care)과 동정심(compassion)이라는 개념에 기초한다. 돌봄과 동정심은 환자 개개인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responsibility), 환자와의 신뢰 형성(trust), 환자에 대한 존중(respect), 의료행위의 성실성(integrity), 환자 정보의 비밀 유지(confidentiality)를 핵심가치로 한다. 그러므로 의학 직업전문성은 인류 질병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과 의사’ 환자간 감 정적 교류라는 두 개의 축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이러한 개념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Inui, 2003),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에 대한 하나의 통일된 정의를 내리기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것은 의학 직업전문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라서 탐구의 목적과 그들이 채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Cruess et al., 2006; Hafferty, 2006). 과거 100년 이상 동안 직업전문성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수행되었으며, 이들의 일차적 관심은 사회라는 조직 내 에서의 전문직 역할이라는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 사회과학자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탐구보다는 사회 속에서 전문직이라고 하는 의사들이 어떤 역할 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의 사들은 기능주의적 관점에서의 의학 직업전문성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기를 희망했다. 그들은 사회 조직과 전문직의 관점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이데올로기를 확 립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Sullivan, 2005). 이들은 의사들의 봉사정신과 의사들의 도덕성에 기초한 의사 ‘환자 관계를 강조하 였으며(Coulehan, 2005; Huddle, 2005), 의학 또는 의료 단체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였다(Sullivan, 2005; Relman, 2007). 따 라서 이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실천 원리가 의사와 사회의 기 능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의사의 도덕성과 의료단체의 책무성에 기초하여 도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Cruess & Cruess, 1997; Ludmerer, 1999b; Swick, 2000; ABIM Foundation et al., 2002; Barondess, 2003).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미국내과학회 (The 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의 연구 성과를 거 론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사회 내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의료 서비스 과정에 미국 정부의 개입이 가속화되면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 정립에 대한 본격적 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내과학회는 의사들이 의학적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휴머니즘(humanism), 존경(respect), 동정심(compassion), 성실성(integrity) 등 과 같은 비 인지적 속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ABIM, 1983), 이후 미국내과학회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의 학 직업전문성의 개념을 정의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의 교육과 평가를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1995년 ‘Project Professionalism’ 보고서를 출간하는데, 이 보고서는 의학 직업 전문성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종합하여 의학 직업전문성을 다 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의학 직업전문성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고 전파하는데 있어서 고도의 수월성 기준을 유지하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복지와 이익을 위해서 헌신하며,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 직업전문성은 이타성(altruism), 책무성 (accountability), 수월성(excellence), 의무(duty), 명예 (honour), 정직(integrity) 및 타인에 대한 존중(respect for other)을 핵심가치로 한다(ABIM, 1995).

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

의학 직업전문성과 관련된 논란 중의 하나는 그것의 하위 특성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뿐만 아니라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세부 구성 요소들의 특성 에 대한 이해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을 보다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Arnold & Stern, 2006). 의료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치료자로서의 의사 역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질병을 치료하는 단순한 의료 기술자의 개념을 뛰어넘어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의사 역할을 요구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미래의 의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자질은 ‘치료자’ 와 ‘전문가’ 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동 시에 고려해야 한다. 치료자로서의 의사 역할은 인류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사회의 특성과 역사적 시기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에 서 동일한 속성을 갖고 있다(Cruess & Cruess, 1997; Novak et al., 1999). 그러나 전문가로서의 의사 역할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 라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경향이 있다. Cruess & Cruess(2009)는 질병의 치료자와 전문직이라는 두 개의 개념을 종합하여 의학 직 업전문성의 특성을 그림 1과 같이 도식화화였다.

그림 1을 살펴보면, 치료자 역할은 과거로부터 의사의 자질과 역할로 논의되어 왔던 특성들이다. 그러나 전문가 역할에는 전 문직의 자율성, 자기통제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책임, 팀워크 등과 같은 특성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한, 이타심, 의료 전문직에 대한 책임감 등이 치료자와 전문가의 공통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속성들의 구체적인 의미는 의학교육 분야에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개념 하나 하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 중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거나 추가된 개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자 특성

치료자로서의 특성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크게 변하지 않은 개념이다. 오늘날 의사들은 과거의 의사들과 다름없이 돌봄과 동정심, 환자와 질병에 대한 통찰력, 개방성, 치료에 대한 확신, 환자에 대한 존중과 인품 있는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자율성 존중은 과거와 달리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환자 ‘의사 관계가 본질적으로 온정주의적(paternalistic) 관점을 지향하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개념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받는 의료서비스를 더 이상 의사들의 결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은 의사들의 전문적 충고에 따라 자신들이 받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을 요구한다(Emanuel & Emanuel, 1992). 환자의 자율성 존중 개념은 오늘날 환자중심 의료의 기본이 되고 있다(Coulter, 2002).

Fig. 1.

Attributes of the medical professionalism

Source: Cruess, S.R., & Cruess, R.L. (2009). The cognitive base of professionalism. In R.L. Cruess, S.R. Cruess, &

Steinert, Y. (Ed.), Teaching medical professionalism (p.27).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전문가 특성

전문직의 특성으로 알려져 온 것들도 일부 개념의 변화가 있었다. 첫째, 의사의 자율성은 환자의 자율성 증가와 함께 부분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의사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는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관련 제 3지불자들에 대응해야하는 의사 들의 새로운 책무로부터도 발생한다(Emanuel & Emanuel, 1996). 사회는 점점 더 의료 공동체에 대해 새로운 책무성을 요구하고 과거 의사들과 사회가 맺어온 사회계약의 변화를 요구한 다. 의사의 책무성은 히프크라테스의 전통이 아니라 오늘날 사회가 의료 공동체에 요구하는 기대이다(Bloche, 1999). 의사들의 자율성과 책무성은 상호호혜적인 것인데, 의학 직업전문성에 서 책무성이 강조될수록 의사의 자율성은 줄어든다. 어쨌든 의사들은 과거와 같은 크기의 자율성을 누리기 어렵다. 둘째, 오늘 날 의사들은 제한된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가능한 많은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 사이의 균 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의학의 사회적 목적 (social purposes)과 개별 환자에 대한 의사들의 책무 사이의 갈등을 초래한다(Gruen et al., 2006). 실제로 이러한 갈등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데, 보건의료정책 및 제 3의 의료비지불기관 등이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하면서 현실화 되었다. 셋째, 의사들의 자기 통제는 전문직에 부여된 특권과 같은 것으로 의학 직업전문성에 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Miettinen & Flegel, 2003; van De Camp, 2004). 그것은 의학 또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 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료 서비스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매우 복잡한 형태로 일어나며, 이러한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의사들에게 있기 때문에 주어진 것 이다(Starr, 1982; Hafferty & McKinley, 1993; Beauchamp, 2004; Johnson & Abrams, 2005; Sullivan, 2005). 그러나 전문직 의 자기통제 실패는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Smith, 1998), 사회는 법률이나 또 다른 사회조직을 통해 전문직의 자기통제 권한을 대체하는 현상을 초래한다(Rosenbaum, 2003). 한편, 영국의사협회는 자기통제 특성이 자칫 자기중심적인 자기 통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특성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Royal College of Physicians, 2005). 넷째, 과거와 달리 의사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특성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직종과의 팀워크를 이루는 능력이다(Coulter, 2002; Neufeld et al., 1998). 의사 혼자서 개별 환자를 진찰하던 시대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사회는 의사들이 의료서비스 팀의 한 구성원으로 기능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종종 학생, 전공의 또는 개원 의사들이 독립적이고 자율 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갈등을 일으킨다. 이제 이러한 상상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치료자와 전문가의 공통 특성

치료자와 전문직의 공통 속성은 능력, 책무, 비밀유지, 이타성, 신뢰성, 성실과 정직, 도덕성과 윤리적 태도, 동료에 대한 책 임감 등이다. 첫째, 의사들의 능력과 관련된 생각의 변화이다. 과거 의사들은 그들이 전공하는 분야에서 일정한 수준의 능력에 도달한 경우 공인된 면허나 자격을 갖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전문가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의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이전의 상황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 오늘날 사회는 의사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그들의 능력을 최신의 것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Norcini, 1999). 특히, 자기통제에 관한 권한을 전문직이 소유하고 있는 한 의사들은 자신들의 능 력과 동료들의 능력을 최신으로 유지할 책임이 있다(Irvine, 2005; Cohen, 2006). 둘째, 이타심은 과거와 동일하게 사회의 기 본적인 기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Coulter, 2002; Coulehan, 2005). 그것은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보다 환자들의 이익을 우 선시하고, 환자들이 의사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다(Inui, 2003; Hensel & Dickey, 1998; Wynia et al., 1999; McGaghie et al., 2002). 전통적으로 이타심은 환자들이 의사들 을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그들의 요구에 응하여야 한다는 것이 었다. 오늘날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의사들은 자신들의 생활습관 (lifestyle)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개념의 이타심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Borges et al., 2006; Johnston, 2006). 따라서 의학 직업전문성을 논의함에 있어서 전통적인 개념의 이 타심과 신세대 생활습관의 균형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의학 직업전문성의 이타심 특성에 대한 부정은 환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은 이타심의 본질 이 환자의 신뢰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신뢰의 결핍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타심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학생과 전공의들의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적절한 계획과 의료서비스 조직 체계를 갖추 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기성 의 사들의 책임이다. 셋째, 의학 직업전문성과 관련한 다른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는 오늘날 의사들이 위험에 처해있는 정직(honesty), 성실(integrity), 도덕성과 윤리적 행동(morality and ethical behaviors)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위험은 시장경제의 힘, 의료인 내부간 경쟁, 제약 산업, 의료기계 및 병원 산업 등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유로부터 발생 한다(Relman, 2007). 이러한 것들 때문에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 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환자를 정직하고 동정적으로 대하려는, 이익 갈등을 피하려는,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는 많은 노력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이익 갈등이 사라져 가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Cohen et al., 2007). 이러한 쟁점들이 전문직의 구체적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토론되어야 하고, 의사 개개인은 실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이것들을 반성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의학 직업전문성의 실천 원리

의학기술의 발달과 환자의 권리의식 신장에 따른 환자 ‘의사 관계의 변화는 21세기 바람직한 의사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으며, 의학 직업전문성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왔다. 이미 앞에서 고찰하였지만,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의학 직 업전문성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많은 연구로 이어졌다. 일반적 으로 의학교육자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상수행능력, 의사소통 기술, 윤리적’ 법적 이해의 기초 위에서 구현되는 수월성(excellence), 책무성(accountability), 이 타심(altruism) 및 휴머니즘(humanism)의 실천이라고 정의하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Arnold & Stern, 2006). 의학교육자들 상호간에 의학 직업전문성의 실천 원리에 대한 동의가 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자신들만의 원리를 추가하기도 하고, 특별히 더 강조하는 원리가 있기도 하다(Arnold, 2002). 예를 들어, 이타 심은 미국내과학회의 의학 직업전문성 실천 원리에서 중요하게 부각된 개념인 반면(ABIM, 1995), 다른 연구자들은 이타심을 휴 머니즘의 한 부분으로 범주화한다(Hafferty, 2001). 또한, 자율성 개념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핵심 개념이 되고 있는 반면(Cruess & Cruess, 1997), 자기통제는 몇 몇 학자들의 연구에서만 언급되고 있다(Cruess et al., 1999). 의학 직업전문성의 하위 특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차이는 동일한 개념에 대한 해석 과 범주화의 차이이다. 예를 들어, 의학 직업전문성에 관한 미국 내과학회의 초기 문서들은 성실성(integrity)을 휴머니즘적 관점 에 포함하였으나, 1995년에 발표된 보고서는 휴머니즘의 개념에 서 분리하여 설명하였다(ABIM, 1983 vs. 1995 비교). 많은 문헌 들에서 이타심(altruism), 동정심(compassion), 감정이입(empathy) 등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McGaghie, 2002). 때로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휴머니즘과 의료 윤리의 공통적인 특성 때문에 의학 직업전문성과 윤리의 경계가 흐릿할 때도 있다(Brody, 2003). 비록 연구자들 간에 의학 직업 전문성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해석이 차이가 있다고 하나 현재 로서 특정 연구자의 정의나 범주화가 더 타당하거나 우월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과 실 천 원리는 미국내과학회의 연구 결과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의학 직업전문성의 네 가지 실천원리에 대해서는 좀 더 고찰하였다.

Fig. 2.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medical professionalism

Source: Arnold, L., & Stern, D.T. (2006). What is medical professionalism. In D.T. Stern (Ed.), Measuring medical professionalism (p. 37).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수월성 확보

의학 지식과 기술, 윤리 및 법적인 이해, 의사소통 기술이 의 학 직업전문성 구현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구현되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첫 번째 원리는 수월 성의 추구이다. 수월성의 개념은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의미하 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최신의 의학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학 습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ABIM, 1995). 그 러므로 이 개념은 평생학습(life long learning)의 개념을 포함한 다. 평생학습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1) 자 신들의 학습요구를 인지하는 능력, (2) 학습 동기를 스스로 유지 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활동, (3) 학습을 위한 정보검색 기술과 능 력을 의미한다(Hojat et al., 2003). 한편, 수월성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헌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의료과오의 감소, 환자의 안정성 증대,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 의료 서비스 제공 효과 극대화를 위한 헌신은 의사들의 수 월성 추구와 관련된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 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포함되기도 한다(ABIM Foundation et al., 2002). 의사들은 과학적 표준을 유지해야 하고, 과학적 근거 와 자신들의 경험에 기초하여 연구를 촉진하고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할 책임을 갖는다.

휴머니즘의 실천

휴머니즘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제공하는 사 람들 사이의 관계를 가이드하는 핵심적인 원리이다. 휴머니즘 은 존경(respect), 공감(empathy), 동정(compassion), 정직과 성 실(honesty and integrity)의 하위 특성을 갖고 있다(ABIM, 1992). 존경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esteem), 경의(deference), 존엄(dignity)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환자들의 선택권과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문화, 나이, 성별 및 장애에 따른 차별 없는 대응을 말한다 (ACGME, 1999). 존경이라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양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의 개념은 인간 개개인의 존재 가치 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고, 사람들의 신념이나 가치체제를 반영 하는 것이기 때문에(Abbot, 1983), 휴머니즘의 본질로 불리고 있다(ABIM, 1995). 공감은 다른 사람의 관점, 내적인 경험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Marcus, 1999; Halpern, 2003). 이해라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요구이고, 환자 ‘의사 관계의 기본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 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며,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잃지 않으면 서도 환자의 관점에서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이해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다차원적이고, 자신들이 이해한 것을 환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다 (Feighny et al., 1998). 동정(compassion)의 개념은 공감과 밀접 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환자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Oxford English Dictionary, 1989). 동정의 개 념에는 환자와의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며, 과도한 감정적 관여 없이 환자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환자의 편안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 력이다. 이러한 동정의 개념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동료, 다른 보 건의료종사자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NBME, 2002). 정직과 성실은 공정하고 신뢰로우며 자신의 말을 지키고, 솔직함과 관련 된 책무이다(ABIM, 1995). 이러한 책무에는 자신의 결점이나 오 류를 받아들이는 것,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을 교정해주고 공개하는 것, 다른 사람의 직무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을 포함한다. 자료의 조작, 문서의 위조, 다른 사람으로 위장, 절도, 시험 부정 등은 정직과 성실에 반하는 사례들이다.

책무성의 추구

책무성의 사전적 개념은 사람들이 어떤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서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어느 정도 담당하는지 그 질적인 수준을 의미한다(Emmanuel & Emmanuel, 1996). 전통적으로 의사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세 가지 책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술되는데, (1) 환자-의사 관계에 기초한 환자에 대한 책임, (2) 사회의 공공 보건의료 요구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 (3) 의료 공동체와 관련된 의료 전문직에 대한 책임 등이 그것이다. 첫째, 환자에 대한 책임은 환자의 요구 를 충족하기 위하여 언제든지 그들의 부름에 응답하고, 환자의 복지를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개의 환자들을 고려해야 하며, 다른 보건의료 직종과 협동할 책임도 포함된다. 환자에 대한 책임을 폭 넓게 해석할 경우에는 환자 및 동료에게 적절한 리더십을 제공할 의무와 다른 동료의 리더십에 따를 의 무도 책임의 범주에 속한다(AAMC, 1998). 둘째, 사회적 책임은 환자들이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회 ‘경 제적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이것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인구 집단에 대한 의사들의 책임과도 관련되어 있다(ABIM, 1995, 2002). 또한 이러한 책임 에는 건강증진을 위한 교육과 실천, 개별 환자와 가족 상담을 통 하여 개인들과 공동체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체계적 전략의 사용 과도 관련된다(AAMC, 1999). 셋째, 의료 전문직에 대한 책무의 핵심은 자신과 동료들의 능력 유지, 법적’ 윤리적 기준의 이해 와 실천을 위해서 자기통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ABIM, 1995, 2002; Emmanuel & Emmanuel 1996; AAMC, 1999). 미래 의 의사들을 위해서 이들이 갖추어야 하는 지식과 기술, 윤리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 내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외부 감사의 수용,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동료의 재교정 훈련은 의료 전문직에 대한 책무성과 관련된다(ABIM Foundation, 2002). 의 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익 갈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익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합리적인 방안을 구축하는 것은 의학 직업전문성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이 되고 있다. 의료보험, 제약 산업 등의 재정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이들의 재정적 지원에 근거한 의사들의 실험 연구가 증가하면서 이익 갈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촉진되었다. 그러므로 의사들과 이해관계자들이 이익 갈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러한 관계를 공개하거나 외부적인 모니터링 시스 템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Coyle, 2002). 책무성의 개념에 포함된 ‘책임’ 은 어떤 일에 관련되어 해야 하는 임무나 의 무이며,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책무성이 적절하게 수행되지 못하였을 때는 그것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제재가 따를 수 있 음을 의미한다.

이타심의 구현

대부분의 의학 직업전문성에 대한 정의는 이타심을 포함하고 있다. 많은 문헌들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이타심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타심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예를 들어, 이타심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수월성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자기 이익보다는 환자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환자에 대한 책무성의 원리와도 관련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이기적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휴머니즘과의 영역으로도 분류될 수 있다. 또한 이타심 은 자선(charity), 자발주의(volunteerism), 친사회적 행동(pro social behavior), 사회적 책임성(social responsibility) 등의 의미로 기술되기도 한다(Kilpatrick & McCullugh, 2004).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구들은 이타심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동으로 구체적인 상황에서 표현되어 지는 것이라는 점과 다른 사람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ABIM, 1995; Batson, 1986; Ham & Albert, 2002).

미국내과학회의 의학 직업전문성 특성과 실천 원리는 ABIM Foundation, ACP-ASIM Foundation 및 EFIM(European Federation of Internal Medicine)이 2002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의사 헌장(physician charter)으로 연결된다. 이 헌장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근원과 의사들의 책임을 규정하였는데, 환자 복지의 추구 원리, 환자 자율성 원리 및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의학 직업전문성의 본질적인 목적에 따라 의사들이 실천해야 하는 의무 10가지(전문가로서의 능력 유지, 환자에 대한 정직, 환자의 비밀 유지, 환자와 적절한 관계 유지, 의료 서비스 질 향상,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 제한된 자원의 공정한 분배, 과학적 지식, 이익 갈등 관리를 통한 신뢰 유지, 전문가로서의 책임)를 규정하였다. 의사헌장은 ‘The Lancet’ 을 비롯하여 수십 개 의학 저널에 소개 되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한 100여개 이상의 의학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90개 이상의 학술단체가 이 헌장에 서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의료 환경에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부활을 주장한 Cruess의 의학 직업전문성 실천 지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Cruess et al., 2002). (1) 의학 직업전문성은 의료 공동체와 사회와의 계약에 있어서 핵심적 개 념이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의학 직업전문성의 기원과 내용에 대하여 분명히 이해해야 하고, 학문적 체계로 발전시켜야 할 뿐 만 아니라 훌륭한 역할 모델을 개발해내야 한다. (2) 의학 및 의료 관련 단체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집행하는데 특별히 지혜로워야 한다. 만일 이들 단체의 정책 결정이 공공의 이익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전문직의 위상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며, 결국 환자 치료의 필수적인 조건인 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3) 의사들의 온전성을 보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율정화를 적절하게 운영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의 갱신 과 재신임제도 등은 전문직의 위상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제도이다. (4) 의사들은 환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 을 더 우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타심과 윤리적 태도는 모든 의료 행위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이다. (5) 의사들이 위에서 열거한 지침들을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의료제도가 그 가치를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면 큰 어려움이 초래된다 한 나라의 의료제도는 경제성과 비용 효과적인 측면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 되어 야 한다.

결 론

우리는 직업 분류를 직업 구성원인 자신이 자신의 노동을 통 제하는 전문직 모형, 소비가가 다른 사람들의 노동을 통제하는 소비자 모형 및 경영자가 노동을 통제하는 관리자 모형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Freidson, 2001). 본 고찰에서는 전문직이 의 학 지식과 기술, 윤리 ‘법적인 이해 및 의사소통 기술에 기초하 여 수월성, 휴머니즘, 책무성 및 이타성의 의학 직업전문성 원리 를 실천하지 못할 경우에 전문직의 노동이 자본과 국가의 필요 에 의해 종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따라서 의사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천적 주체로서 시장과 국가의 지배로부터 스 스로 주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전문 지식의 심화와 의학 직업전문성의 실천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의학 직업 전문성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학 ‘의료 공동체와 사회와 의 계약에 기초하여 전문가로서의 사회’ 경제적 위상을 확보하 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자율성을 누리는 동시에 끊임없는 자기개발, 자기규제 및 타인을 위한 헌신이 요구된다. 비록 여러 연구자들에 따라서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 특성 및 그것의 실천 원리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내과학회 가 중심이 되어 정립한 의학 직업전문성의 개념이 폭넓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 집단은 능력 기준과 가치 기준이라는 두 가지 척도에 의해 평가된다. 능력 기준은 의사들이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기준은 많은 국가에서 의사면허제도,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 및 평생교육을 통해 충족되어 왔다. 가치 기준은 공공보건의 증진과 환자들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하여 의사들이 어떤 신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동안의 의학교육은 가치 기준 보다는 능력 기준의 교육시스템을 운영해 왔으며,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가치 기준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다. 의사들이 가져야 하는 가치 기준은 의학 직업전문성으로 대표된다. 의학 직업전문성의 존중과 이해는 복잡한 의료 문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러므로 의학 직업전문성의 교육은 오늘날 의과대학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어야 한다. 의학 직업전문성의 실천 원리인 수월성, 책무성, 이타심과 휴머니 즘의 교육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공식 교육과정에 의학 직업전문성 교육이 포함되고, 교수 들이 의학 직업전문성을 보여 주는 좋은 역할 모델이 되며, 의과 대학이 의학 직업전문성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면, 미래 의사들을 위한 의학 직업전문성 함양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학 직업전문성 의 특성과 실천 원리에 기초한 실제적인 프로그램 및 역할 모델 개발은 후속 연구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

Notes

1)

의권(醫權)이란 국민의 건강증진과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오직 의사 자신들의 양심과 전문직의 윤리에 따라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유익 위하여 전문 지식과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들로부터 전문직인 의사들 에게 부여된 권리이다.

2)

Scribonius Largus는 로마 클라디우스 황제 시절의 의사로 A.D. 43-48년에‘De Compositione Medicamentorum’ 이라는 처방집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erabek,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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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 1.

Attributes of the medical professionalism

Source: Cruess, S.R., & Cruess, R.L. (2009). The cognitive base of professionalism. In R.L. Cruess, S.R. Cruess, &

Steinert, Y. (Ed.), Teaching medical professionalism (p.27).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Fig. 2.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medical professionalism

Source: Arnold, L., & Stern, D.T. (2006). What is medical professionalism. In D.T. Stern (Ed.), Measuring medical professionalism (p. 37).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