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고통

Connected Suff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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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Med Educ Rev. 2024;26(1):77-78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4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17496/kmer.24.004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pringfield, IL, USA
한희영orcid_icon
서던일리노이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저서: 연결된 고통

저자: 이기병

출판사: 도서출판 아몬드

출판연도: 2023년

쪽수: 266쪽

오랜만에 북리뷰 요청을 받아서 무슨 책을 선택할까 고민하면서 지난해 읽은 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지난 한 해는 철학책에 관심이 많았던 여러 흔적을 보면서 이 책들은 의학교육과 근본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지만 내 부족한 철학지식으로 적절하게 소개하기에는 아직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 책장을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에, 한눈에 들어온 책이 하나 있었다. 저자가 지인이라 이것 또한 망설여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또한 의학교육자로서 많은 여운을 남긴 책이라 그 여운을 여러 의학교육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연결된 고통”은 현재 내과 전문의인 저자가 서울 가리봉동에 있는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소에서 3년 동안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폭넓은 의료인류학적 지식과 견해를 바탕으로 환자의 병, 아픔, 고통의 이야기들을 그 당시 젊은 의사였을 시절, 그리고 지금의 숙련된 의사로서의 반성적 시각을 통해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다. 의료인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환자돌봄을 통하여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여러 인류학적 또는 철학적 이론 및 견해들을 환자들의 이야기로부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적용하여 소개하기 때문에 인문학적 철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철학적 사유에 동참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에 애정이 간다. 서울시 구로동(가리봉동 근처)에서 약 40년 전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지금의 구로동이 외국인노동자들의 동네가 되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기도 하면서 남달랐다. 왜냐하면,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나 자신 또한 외국인 이민자로서 20년 넘게 타국에서 살아오고 있기에, 나에게도 미국의(상징적)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들만의 쉼터, 그리고 나의 질환 서사(illness narrative)를 이해하였던 또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미국 의사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는 순식간에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 쉼터에 있는 나 자신을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한국에 가면 미국대학 교수라는 나의 타이틀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수자 또는 약자라고 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민생활을 통해서 그 누구도 언제든지 사회적 문화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에 근본적인 인간존중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며, 특히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이 업(業)인 의사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전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그에 기반한 의료적 돌봄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나와 의학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이들의 임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던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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