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학습이론의 의학교육에의 적용

Application of Experiential Learning Theory to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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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Med Educ Rev. 2020;22(2):93-98
채 수진orcid_icon
Corresponding author Sujin Chae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Catholic Kwando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5 Simgok-ro 100beon-gil, Seo-gu, Incheon 22711, Korea Tel: +82-32-290-2972 Fax: +82-32-290-3440 E-mail: edujin12@gmail.com
Received 2020 May 06; Revised 2020 June 18; Accepted 2020 June 19.

Abstract

This paper examined the principles of experiential learning theory (ELT) relevant to learning from experience and introduces examples which were applied to medical education from a theoretical perspective. The experiential learning theory encompasses the theories of Dewey, Kolb, and Schon, whose key ideas highlight the continuity of experience, interaction of experience, and reflection. According to ELT, growth is education, and education is a reconstruction of experience. Experiential learning is a way of thinking about the educational process by constructing meaningful learning through reflection-in-action. This paper examines the learning principles of ELT and presents practical examples of the application of ELT and its implications for medical education. An in-depth understanding and application of ELT could benefit the field of medical education.

서 론

플렉스너 보고서 이후 의학교육은 과학적 접근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2년간의 기초의학과 2년간의 임상실습 기간이라는 소위 2+2제도로 이분화되어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은 기초의학 과목은 임상실습 ‘이전’에 교육해야 하는 것으로 고착화되었고,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기초의학 지식이 서로 어떻게 관련이 있고 실제 환자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임상실습 현장에서 기초지식을 임상상황에 통합하고 정교화(elaboration)한다. 임상교수는 임상실습을 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환자에 대해 질문하고 만약 학생들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에는 기초의학 시간에 배운 게 뭐냐고 다그치기도 한다.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임상실습 방법은 회진, 외래환자 예진, 참관, 기관방문, 컨퍼런스 참석, 증례발표, 임상수기평가 등 다양하다. 하지만 학생 중에는 교수들이 하는 컨퍼런스에 왜 참석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의문을 가진 학생도 있다. 수술방에서 몇 시간이나 서서 수술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 고역인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실습을 마치고 실습평가서에 ‘수술방 참관은 시간 때우는 느낌이었고 수술이 잘 보이지도 않고 그냥 서서 벌 받는 느낌이었다’라고 기술하였다. 이 학생들은 수술방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것이 임상실습 교육으로 왜 필요한지 들은 적이 없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본 논문은 의과대학에서 하는 ‘경험’이 어떻게 교육적인 ‘학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였다. 학습에서의 경험은 ‘경험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과 ‘경험으로부터의 학습(learning from experience)’을 포괄적으로 함의하는 개념이다. 즉 경험에 의한 학습은 학습할 내용을 실제적으로 수행하면서 습득하게 되는 양상과 방식에 초점을 둔 개념이라면,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은 지식의 원천으로서 개인적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학습과정에 학습자를 중심에 두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1]. 그러나 경험이 학습을 발생시키는 기본 원천이자 출발점이라고 해서 다양한 속성의 일상 경험이 모두 학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습은 인지적 앎에 국한되지 않으며 그것이 가치와 태도를 변화시키고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포함한다[2].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은 학생이 의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 기술과 태도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는 지식을 주입하는 것 그 이상이어야 한다.

의학교육은 임상실습을 비롯해서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시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강의실에서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의에 비하여 임상교육은 일대일 또는 소규모 단위의 실습이 위주가 된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수술 술기 등은 강의로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이며, 주어진 임상상황에서의 교수의 시연, 교수 감독하의 학습자의 연습, 교수의 피드백, 교수 학습자 간 피드백과 토론 등과 같은 경험에 의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본 논문은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교육-학습법과 임상실습(clerkships) 등 학생들이 경험하는 활동의 의미를 다양한 학습이론들 중 경험학습이론(experiential learning theory)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경험학습이론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Dewey에서부터 경험에 깊은 관심을 두고 학습을 연구한 Kolb, 전문가교육으로 경험 중의 반성능력을 주장한 Schon에 이른다. 이들은 경험학습에서 반성적 사고과정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포함하며, 학습의 근원이자 학습을 위한 자극으로서의 경험, 총체적 경험으로서의 학습, 능동적 참여를 통한 경험의 구축, 실천적 변화 등을 강조하였다.

본 논문은 경험이 어떻게 학습으로 이어지는가를 설명한 경험학습이론을 고찰함으로써 경험학습이론이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에 주는 시사점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경험학습에 큰 영향을 끼친 Dewey, Kolb, 그리고 Schon의 경험학습이론의 개념과 학습원리를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경험학습이론의 주요 개념들이 적용된 의학교육 프로그램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경험학습이론의 개념

1. Dewey의 계속성과 상호작용성

Dewey에 의하면 경험에 의한 학습은 계속성(continuity)과 상호작용성(interaction)이라는 두 가지 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3]. Dewey가 언급한 계속성은 하나의 경험은 결코 고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연관되어 발생하며, 이후의 경험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계속성의 원리는 현재 접하는 객관적 현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4]. 이때 학습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점을 지향한다. 행동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학습자는 텅 빈 용기와 같아서 교육을 통해서 지식이나 정보를 채워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자는 이미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경험을 새로운 경험과 연결하면서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5].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또 현재의 경험은 미래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의 지식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두 번째 원리는 상호작용성이다. 어떤 경험이 일어나려면 개인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상호작용성이란 경험의 외부적 조건과 내부적 요인과의 관계성을 말한다[4]. 객관적인 조건과 내적인 조건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결합이 소위 하나의 ‘상황’을 형성하는 경험이다. 삶은 우연적인 사건의 연속성에서 유기체와 환경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유기체가 스스로를 재구성해가는 과정이다. Dewey는 인간 누구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경험하며 환경에 적응한다고 말한다[6]. 적응은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며 서로 의존하는 원리이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며 적응하게 되고 또 다른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2. Kolb의 경험학습모형

Kolb는 Dewey가 지적한 경험학습의 두 가지 원리, 즉 계속성과 상호작용성 원리를 계승하고 있다. Kolb에게 있어 학습이란 경험의 변환을 통해 지식이 창조되는 과정이다. 학습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의 변환 과정이며, 지속적으로 창조되고 재창조되는 것이지 획득되거나 전달되는 독립체가 아니라는 것이다[7].

Kolb [8]는 이러한 학습의 의미를 바탕으로 경험학습의 과정을 4단계의 순환적 모형으로 제시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구체적 경험(concrete experience)단계로, 새롭게 구체적인 경험을 겪는 단계이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모든 경험이 학습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이해하는 기본적 관점으로 잘 이해되지 않거나 정서적 불편함을 제공하는 경험으로부터 문제를 인식한다. 두 번째 단계는 반성적 관찰(reflective observation) 단계로, 구체적 경험에 대해 해석하고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성찰하는 단계다. 반성적 관찰을 통해서 개인은 학습을 촉발한 구체적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는 인지적 성찰활동을 수행한다. 세 번째 단계는 추상적 개념화(abstract conceptualization)단계로, 반성적 관찰을 통해 모종의 결과와 원리를 추출하고 정리하는 단계다. 구체적인 경험에 내포되어 있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지식, 원리, 가정 등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규정하는 논리적 통합의 단계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인 능동적 실행(active experimentation)단계는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새롭게 파생되는 이론이나 학습을 활용하여 행동적으로 실험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행위는 구체적 경험 단계에서 당면하는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는 노력의 행위로, 이때 능동적 실행의 행위는 개인에게 구체적인 경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여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문제적 상황을 발견하게 되면,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과정을 순차적으로 반복하게 된다[9]. Kolb의 경험학습 단계를 도식화하면 Figure 1과 같다.

Figure 1.

Kolb’s experiential learning cycle.

Kolb의 경험학습의 특징은 학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경험에 기초한 계속적인 과정이라는 데에 있다. 즉 학습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활동이라기보다는 학습자가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사고와 습관을 계속 수정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인간의 아이디어와 사고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학습의 과정은 사회적응을 위한 종합적 과정이며, 개인과 환경 사이의 교변작용(transaction)을 포함한다[10]. 개인은 학습의 과정에서 고정된 환경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요구에 따라 환경을 구성하기도 한다. Kolb에 의하면, 구체적인 경험만으로는 학습이 일어나지 않으며, 경험에 대한 반성과 그것을 다시 개념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다른 상황에서의 행동으로 전환되는 순환을 거치면서 경험을 통한 학습이 일어난다[11]. 만약 경험은 있으나 반성이 없거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학습이 일어났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이 감각을 통하여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을 반성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 후 그 교훈을 동일한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Kolb의 경험학습모형의 주요 요점이다.

3. Schon의 전문가교육

학습자는 행동을 하는 과정 중에도 사고를 할 뿐만 아니라 행동을 하고 난 뒤에도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5]. Dewey는 의식 없이 떠올리는 백일몽이나 몽상, 무질서하고 막연한 의식의 흐름과 구별되는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inking)를 주장하였다. 반성적 사고는 근거를 가지고 있는 믿음과 지식에 대해 그 근거와 의도하고 있는 결과를 고려하여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주의 깊게 심사숙고하는 것을 의미한다[9].

전문가 교육으로 ‘반성(reflection)’을 강조한 대표적인 인물로 Schon을 들 수 있다. Schon은 특정 전문 분야에 있어서 초심자와 구별되는 전문가의 특징을 탐구하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서 강조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전문가에게는 이론적인 논리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읽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론학습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함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론은 그 이론이 배태된 상황과 맥락을 제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다양한 변수가 혼재되어 있는 실제상황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12]. Schon은 전문가의 중요한 능력을 일반적인 역량과 구별하여 기예(artistry)라고 정의한다. 기예는 글이나 말을 통해서 드러나는 이론적인 능력이 아니라 전문적인 행위를 통해서 드러나는 능력으로 행동지(knowing-in action) 또는 행위 속의 반성(reflection-in-action)이라는 말로 지칭한다[13].

Schon은 경험을 매개로 하는 학습과정에 개입하는 성찰의 유형을 ‘행위 후의 반성(reflection-on-action)’과 ‘행위 속의 반성(reflection-in-action)’으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14]. ‘행위 후의 반성’이란 어떠한 활동을 종료한 이후에 활동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반성을 말한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후에 전체적으로 반성하는 자세로 일기를 쓰는 작업은 전형적인 ‘행위 후의 반성’을 촉진하는 활동이다. ‘행위 후의 반성’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행위내용에 대한 반성과 그 기저에 내재되어 있는 선입견, 기대, 전제조건 등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행위 속의 반성’은 어떠한 활동을 수행하는 중에 봉착하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하는 활동이다. 일상적인 방식으로 과제를 처리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찾아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행위 속의 반성’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한 인지적인 실천을 가리킨다.

경험학습이론의 학습원리

본 절에서는 경험학습이론의 주요 개념이 의학교육에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학습원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경험학습이론에서 학습자의 출발점 행동은 학습자의 구체적인 경험이 교육내용의 시작점이 된다[9]. 학생들의 출발점 행동을 확인하고 학습자의 현재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시작점에서 학생들의 지식, 기능, 태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출발 당시에 자신의 출발점 행동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도 있고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학습자들을 어떤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모르는 것을 확인할 기회가 허용되어야 한다.

둘째, 전문가 교육은 일반 학부 교육과는 다르게 추상적인 방법보다는 구체적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학습자가 적절한 사전 경험이 없거나 얻어질 지식에 대해 개념이 잘 형성되지 않았을 때 또는 지식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해 아이디어가 거의 없을 때 구체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학습자에게 개념적 정보를 주기 전에 적절한 실례와 도해를 직접 경험하도록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은 학습자의 동기를 더 유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5].

셋째, 학습의 과정에서 반성을 강조한다. 학습의 자료인 경험에 대한 반성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학습이 발생한다. 반성은 경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경험한 내용 또는 학습자가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인식하고 지각하고 느끼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보는 과정을 수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반성적 과정은 경험의 의미를 반성하고 그에 대해 선행경험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유용한 임상지식으로 전환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다음 환자에 대한 준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심층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16].

넷째, 교수자는 학생이 스스로 경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올바른 반성을 통해서 유의미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수자는 학습을 촉진하고 학생에게 그들이 공부하고 있는 주제들을 연계하고 서로 연결시키도록 장려해야 한다. 교수자는 학생에게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거나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일러주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가설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검증해보도록 하는 접근방법을 통해 학생의 비판적 반성을 자극할 수 있다. 교수자가 학생의 비판적 반성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가 성공적인 학습의 관건이 된다[17].

다섯째, 학생은 스스로의 성적과 진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학습, 즉 스스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자신의 강점, 약점에 대한 통찰력도 같은 맥락에서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는 교수자가 학생을 평가하지만 교수자로부터의 피드백과 1회성 지필시험은 효과적인 수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 결과로 학생은 학습을 통해 지식을 정교화하기보다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학생들은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15].

경험학습이론의 의학교육에의 적용 사례

본 절에서는 경험학습이론을 토대로 경험학습이론의 주요 개념들이 적용된 의학교육의 프로그램들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삶의 의미와 사회책무성 실현’ 봉사학습

‘삶의 의미와 사회책무성 실현’ 수업은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이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하는 일종의 봉사학습 프로그램이다. 이 봉사학습 프로그램은 경험학습이론에서 말하는 학습과정, 즉 경험, 탐구, 반성의 과정을 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봉사학습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준비 단계로 개인의 성찰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교수가 제시한 주제로 각자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둘째는 합의와 계획의 단계이다. 학생들은 동료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자신과 생각이 유사한 동료와 함께 새로운 그룹을 형성한다. 공동사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그룹에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실현하기 위해 수업계획을 세우고, 봉사계획을 세우는 탐구과정을 한다. 다시 말하면, 이 과정에서 그룹별로 봉사학습을 조직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목표나 주제가 수립되어야 하며, 활동에 필요한 선행조사 등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들의 활동과 참여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인식한다[18]. 셋째 단계는 실행과 반성의 단계이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세운 계획에 따라 실행한다. 실행 이후 발표회를 가지며, 마지막에는 동료평가를 실시한다. 발표회는 봉사활동에서 달성하고 획득한 것을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며, 공헌이 큰 학생에 대한 포상의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다.

2. Cox의 경험-설명 순환 임상실습 프로그램

Cox [19]의 경험-설명 순환 임상실습 프로그램은 Cox가 개발한 것으로 임상실습에서 반성적 사고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첫 번째 경험순환은 경험에 대한 준비로 시작한다. 학생들의 지식을 파악하고 경험 직전 환자의 병력 등 사전 설명을 한 다음, 임상경험에 노출, 즉 환자와 접촉을 통해 임상경험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는 환자와의 면담뿐만 아니라 질병에 대한 토의, 신체적 증상에 대한 검사와 환자관리에 대한 사고 등이 포함된다. 경험순환은 환자 진찰을 끝낸 후 필요한 자료를 검토하고 해석하여 디브리핑을 끝낸다. 두 번째는 설명순환이다. 이 과정은 경험순환 다음에 뒤따르는 것으로 이 과정의 시작은 반성이다. 반성과정은 학생들이 최근 경험하였던 임상적 상황을 토대로 실시하는데, 서로 다른 차원에서 경험한 임상과정을 설명한다. 즉 경험순환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학습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험의 의미를 숙고하고 그에 대해 선행경험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반성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순환은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유용한 임상지식으로 전환하며, 이러한 설명순환 단계를 거친 이후 다음 환자에 대한 준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심층학습이 일어나는 데 용이하다[16].

3. 교수전략으로서의 성찰일지

교육에서 반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전략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성찰일지(reflective journal)이다. 성찰일지는 학습자가 자신 자신과 자신의 학습과정에서의 경험에 대해 반성하며, 그러한 반성과정에서 느낌이나 의견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는 일종의 학습전략이다[20]. Mezirow [21]는 성찰유형을 성찰적 사고에 따라 내용성찰, 과정성찰, 비판적성찰 등 3개의 유형으로 나누었다. 내용성찰은 사건 또는 문제의 내용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주로 ‘무엇’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정성찰은 문제해결에 사용된 전략을 확인하는 단계로, 주로 ‘어떻게’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성찰은 문제를 제시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성찰수준으로 이를 통해서 개념 변화가 가능한 의미체계를 변형할 수 있다. 저널쓰기가 의학교육에서 반성이나 성찰의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저널에 담기는 반성의 종류나 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22]. 의학교육에서 성찰일지는 단순히 학습내용을 나열하거나 얕은 수준의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그 속에 담긴 반성의 내용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활용되어야 한다[23,24].

결 론

의과대학에서 환자의 진료에 직접 참여하는 학습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작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어떤 학습이론이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이론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본 논문은 ‘의학교육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어떻게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Dewey, Kolb, 그리고 Schon의 경험학습이론을 고찰하고 그들의 이론이 의학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보았다.

경험학습은 학습이 구체적인 경험으로부터 또는 실제 행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의 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경험학습이 경험을 강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반성적 사고’과정이었다. 경험학습이론은 새로운 기술, 태도, 사고방식을 개발하기 위해서 경험을 성찰하기를 격려한다. 학습은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뿐만 아니라 행동과 반성적 사고의 반복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본 논문에서는 경험학습이론의 학습원리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학생의 지식, 기능, 태도 측면에서 출발점 행동을 확인한다. 둘째, 교육내용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학습의 과정은 반성을 포함한다. 넷째, 교수자는 학생이 경험에 참여하여 유의미한 학습이 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다섯째, 학생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험학습이론을 적용한 의과대학 프로그램으로 첫째, 봉사학습 둘째, 경험-설명 순환 임상실습, 셋째, 성찰일지 등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경험학습이론을 토대로 교육적 관점에서 의학교육의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경험의 계속성과 상호작용성 원리와 관련하여 의학교육의 프로그램은 학습자가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경험을 통한 학습이 되어야 한다. 즉 의학전문성은 회진이나 진료, 봉사, 그리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활동과 같은 실제 상황 속에서 습득할 수 있다. 학습자는 강의실에서 경험하든 임상에서 경험하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배운 것을 종종 더 큰 규모의 학습모임에서 관찰해 보고 성찰하며 자기 자신의 이론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25].

둘째, 반성적 사고를 의학교육에 적용하는 체계적인 교수학습설계가 필요하다. Dewey, Kolb, 그리고 Schon이 학습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시했던 것은 반성적 사고의 과정이었다. 반성적 사고는 경험이 학습과 지식으로 변화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이다. 교수자는 반성적 사고를 어떻게 학습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서론에서 제시한 임상실습의 현 상황, 즉 병원에서 시행하는 참관이나 관찰이 교육적인 학습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학습이론에 대한 이해와 학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설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Kolb가 제시한 것처럼 의과대학의 다양한 활동이 학습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험 제공 이후 학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의학교육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측불허의 미래에 경쟁력 있는 의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사를 준비시키는 것은 의과대학의 사명이다. 경험학습이론이 의학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참고하여 학생교육에 적용해 보는 것은 전문성을 기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Notes

저자 기여 채수진: 자료수집, 원고작성, 참고문헌작성, 전반적인 논문작성 활동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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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Kolb’s experiential learning cy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