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1(2); 2019 > Article
의과대학 과정 중 제적과 군복무를 경험한 학생들에 대한내러티브 연구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was to use narrative inquiry to explore the experiences of medical students who faced expulsion, military service, and readmission, and their journeys of identity formation. Three medical students were recruited via snowball sampling, and each participant was interviewed twice. According to the sequence of experiences, their stories were summarized as follows: the process of being expelled, the military service experience and readmission process, and the present. Before all three students were expelled, they lived dissolute lives free of concern from the entrance examination and failed to cope well with dropping out. They felt that military experience had helped them develop interpersonal skills in the clinical setting and the strength to withstand a difficult crisis. Two students were motivated to become doctors after military service, but the other was not. They had reflected deeply over their unique experiences. The scars imprinted from their experiences became a means of stimulation, and they ultimately acquired the resilience and ability to accommodate for and counteract their weaknesses. This appears to have been an important influence on their identity formation. The narrations of their rare experiences can help medical educators more fully understand and support medical students through difficulties, specifically with regard to academic failure or expulsion. These findings may prompt medical professors to think about the kind of guidance or motivation that could help students before expulsion, rather than assuming that they are simply lacking academic ability.

서 론

의과대학은 다른 전공보다 성적 면에서 우수한 학생이 입학하지만, 다른 전공에는 없는 유급제도가 있다. 의과대학생(의대생)의 유급은 국내 대부분의 의과대학에 있는 제도이며, 의대생의 약 28%가 한 번 이상 유급을 경험한다[1]. 유급생은 경쟁이 치열한 의과대학에서 실패자, 낙오자로 인식되고, 이는 환경이나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되기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2]. 또한 학교마다 규정의 차이가 다소 있을지라도 여러 번 유급을 하면 제적이 되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된다. 제적을 하면 몇 년이 지난 후 재입학시험을 통해 재입학을 하여 다시 의과대학을 다닐 수도 있고, 재입학제도가 없는 학교에서 제적된 학생은 학교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
의과대학 입학이라는 성취를 이룬 의대생들이 다양한 사유로 유급에 이어 제적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유급이나 제적 당사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한 고리가 된다. 이러한 외상 후 스트레스는 대학생활 중 실패를 두려워하는 학생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기에 이를 잘 대처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급생 실태나 예측요인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가 있으나[13], 제적생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한편 의과대학에 입학한 남학생들은 군복무 면제대상자가 아닌 이상 자신이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대개는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제적되는 경우, 대부분은 시간 공백을 아끼기 위해 사병으로 군에 입대하게 된다. 결국 제적이라는 깊은 절망에 빠진 상태로 군복무라는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군대라는 조직은 엄정한 군기 유지와 확고한 사생관 확립이 요구되는 특수한 집단으로 강력히 통제되는 사회이다[4]. 군복무가 일반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은 편이다. 군복무 후 제대한 복학생들은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높은 의지를 갖고 있어서 학업동기와 성취도가 높은 반면 대인관계 형성에는 어려움을 경험한다[5]. 게다가 군 제대 후 복학 초기에는 소외감과 기존 관계의 상실감, 변화된 교과과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6]. 하지만 제적된 의대생의 경우 예상치 못했던 군복무를 결정하고, 재입학 후 다시 적응하는 과정이 어떠한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기존의 군복무에 관한 연구를 보았을 때, 약 2년의 군생활도 젊은 남학생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므로 의과대학 제적생들의 군복무도 이들에게 생활적응과 자아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재입학 후의 의사로서 전문직 정체성 형성과정에서도 제적과 군복무 경험이 없는 대다수의 의대생들과는 다른 경험에 대한 해석과 대처과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이며 일반 의대생을 대조군으로 하여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양적 연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제적되어 군복무를 마치고 재입학하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몇 명의 남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 경험이 다시 의대생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중의 내면적 변화와 현재 자신의 의과대학 생활에 미치는 영향, 의대생이라는 자기정체성 형성과정을 파악하고자 질적 연구 방법인 내러티브 탐구를 선택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서 의학교육자들이 유급보다 더 큰 외상인 제적을 경험하거나 제적 위기에 처한 의대생들이 어떤 학습과 생활의 경험을 거치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자

중부권의 일개 의과대학 의예과에서 제적된 후 군복무를 마치고 재입학하여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연구는 연구자들이 속해있는 기관의 연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진행하였다(승인번호 CR317115).
질적 연구는 연구의 목적에 부합되면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는 특정 과정들을 경험한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에 있으므로 주제와 관련한 목적을 가지고 선정하는 의도적 표집으로, 연구자가 직접 연구대상이 될 수 있는 한 학생에게 연락하여 연구의 목적을 안내하고, 연구에 참여할 의사를 문의한 뒤 동의를 구하였다. 그 뒤 눈덩이 모집방법으로 첫 번째 대상자가 조건에 맞는 학생들에게 연락하였고, 최종 세 명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의 뜻에 따라 입학 연도는 결과에 기술하지 않기로 했다(Table 1).
Table 1.
Basic data of the participants
Participant A B C
Sex/age (yr) Male/26 Male/28 Male/26
Current year in school Second year, premedical course Second year, medical course First year, medical course
Year of expulsion 2013, second year, premedical course 2011, second year, premedical course 2011, second year, premedical course
Year of readmission 2017 2015 2015
Type of military service Army medic Navy medic in the Marine Corps Army medic
Time to readmission after discharge from military service 6 mo 1 yr 1 yr
The attending period at school post-readmission 1 yr 3 yr 2 yr

2. 연구방법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 방법에서 내러티브의 사전적 정의는 ‘사건의 전말이나 경험담 등을 정리한 이야기나 정리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나타내는’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단순히 이야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7]. 따라서 내러티브 탐구란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러한 경험을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방법까지를 포함한다. 즉 연구참여자들이 이야기하는 자신들의 생애경험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재구조화하여 이야기하고(telling), 연구자가 다시 이야기하는(retelling) 방식으로, 이야기에 대한 해석과 경험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참여자의 경험을 의미구조에 비추어 재진술하고 분석하면서 연구자와 참여자가 이야기의 의미를 계속 구성해가며, 연구자가 심도 있는 논의를 제공할 수 있는 주제들(themes)을 면밀하게 분석한다[8,9]. 이 방법은 여러 학문분야에서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삶의 밀도 있는 경험을 탐구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10].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연구참여자에게 기본적인 정보와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이메일로 보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미리 생각할 시간을 주고 인터뷰를 하였다. 참여자의 기본적인 정보는 나이, 출신지역, 입학 연도, 유급과 제적상황, 재입학 연도와 현재 학년, 군복무 종류, 제대 후 재입학까지의 시간, 재입학 후 재학기간 등을 수집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익명이니셜은 연구참여자가 직접 정하도록 하였다.
인터뷰는 의학교육학과 교수인 연구자(KHP)와 군대에서 약 2년의 상담경험이 있는 교내 상담코칭센터 상담심리사(WKL)가 하였다. 한 참여자마다 두 연구자에게 각 1회의 인터뷰를 하였고, 1회에 약 60–120분의 인터뷰를 하였다. 참여자들은 먼저 연구참여설명문을 읽고 동의서를 작성한 뒤, 의학교육학과 교수가 1차 인터뷰를 하고, 이를 토대로 상담심리사가 2차 인터뷰를 하였다. 두 연구자가 상의하여 반구조화된 질문을 구성하였다. 1차에서는 주로 의과대학 생활(의과대학 입학동기, 제적 전 생활, 제적되었을 때 상황, 재입학까지 과정, 의과대학 생활에 다시 적응한 과정, 의사가 되는 데 군복무 경험이 주는 영향)에 관해 인터뷰하였고, 2차에서는 주로 군대생활(입대 당시 상황, 군생활 경험)과 재입학 후 적응과정에 대해 인터뷰하였다.
인터뷰는 연구참여자들이 2017학년 2학기를 마치는 시기인 겨울방학 초기에 시행하였다. 인터뷰 장소는 연구자의 연구실 또는 상담 실을 이용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녹음 후 전사한 뒤 분석을 하였다. 두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반복적으로 전사를 읽으면서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종합하여 그들의 내러티브 속 말하기(telling)에서 재구성한 의미과정의 시퀀스(sequence)에 주목하였다. 전진과 후퇴의 해석을 통해 공통영역을 비교 분석하면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이 상황과 상호적으로 결합하여 연구참여자들의 특별한 체험의 의미를 분석하였다[11] (Figure 1). 모든 과정은 Clandinin 와 Connelly [10]이 제시한 기본적인 내러티브 탐구절차를 바탕으로 하였다.
Figure 1.
Study diagram of narrative inqu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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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주제에 대한 ‘적절성’ 기준은 대상의 적절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의과대학에서 제적된 후 군복무를 하고, 재입학을 하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자신의 이런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그 적절성이라고 하겠다. 정보의 ‘충분성’ 기준은 연구참여자가 이야기를 하면서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고 선언을 하거나 이전에 말했던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게 되면 내용이 포화되 어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4]. 연구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의 내러티브를 분석한 결과를 연구참여자 본인에게 보여주고, 연구자가 해석한 내용이 맞는지 연구참여자에게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 과

1. 연구참여자들의 기본정보 및 인터뷰 분위기

세 명의 연구참여자는 첫 번째 의예과 2학년에서 유급하였고, 두 번째 의예과 2학년에서 연속으로 유급하면서 진급하지 못해 학칙에 따라 제적되었다. 연구 시점에 참여자 A는 의예과 2학년을, B는 의학과 2학년을, C는 의학과 1학년 중에 휴학하며 쉰 뒤, 바로 복학하여 의학과 1학년을 마친 상태였다(Table 1). A는 연구자가 가장 먼저 섭외하였지만, 가장 마지막에 인터뷰하였다. 그는 연구참여 요청을 받자마자 자발적으로 연구에 적합한 학생을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인터뷰 내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B는 연구를 위해 맨 처음 인터뷰를 하였고, 연구를 통해서 후배와 여러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재입학 학생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은 동기를 가지고, 적극적 의견도 개진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준비된 질문에 충분히 답하려고 노력하면서 꽤 많은 이야기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였다. C는 연구참여 자체가 흥미롭고, 의미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고, 연구에 참여해보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참여한다고 하였다. 그는 연구참여로 더 이상 제적되고 힘들어하는 후배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한다고 하였다. 인터뷰 내내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이제 많이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하였다.

2. 재입학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1) 한 번의 유급이 두 번째 유급으로

세 참여자 모두 의과대학에 오고 싶은 동기가 낮았었고, 의사가 되고 싶은 동기도 낮은 편이었다. A는 의과대학에 입학한 뒤 의과대학이 6년인지 알았다고 할 정도로 의과대학에 관심이 없었다. 참여자 들은 고된 입시에서 해방된 후 게임이나 동아리활동, 음주로 예과 시절을 보냈고, 그 습관은 지속되어 시험준비는 전혀 하지 않는 생활이 되어 유급이 되었다. 두 번째 예과 2학년 때는 잘 해보려는 마음과 달리 시험을 겨우 대비하게 되고, 제적에 대한 부담이 더해 결국 다시 유급이 되었다.
“해방감에 취해서 동아리도 많이 했었고, 매일 술 먹고, 게임하고… F만 안 되게 최소한의 기준들을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딱딱딱 채워 가지고 그렇게 했어요. 시험 전날에는… 애들은 공부하고 저는 바람 좀 쐬겠다 하고 PC방 가요. 강의 슬라이드 한 장에 게임 한판, 거의 그런 식으로 했었죠. 두 번째 기말 때 생화학은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시험 전날만 공부를 하니 안 되더라구요. 세포화학 중간고사에서 압도적인 꼴찌 한 것을 나중에 성적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거든요. 성적이 나오기 전에는 적어도 F는 아니도록 계산해서 준비했고, 엄청 뿌듯해서 ‘이 정도면 거의 됐다’고, 조직학에서 F가 나올거라고는 1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막상 성적이 F가 나오더라구요.” (참여자 A)
“예과 1학년 때는 딱히 공부를 많이 안 해도 성적이 최소 중간은 나왔거든요, 제가 아는 지식으로만 풀었어도. 그래서 공부를 안 하게 되었죠. 수업 가서 자고, 밤에 놀고 애들이랑 술 먹고…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 습관 자체가 1년 동안 들어버리니까 생화학과 조직학은 그렇게는 커버가 안 되더라구요. 두 번째는 조금 긴장하면서 했었는데, 여기저기 공부하는 거 물어보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공부스타일이 원래 뭐든지 이해를 해야 되거든요. 근데 의과대학 공부가 생각보다 이해를 시켜주지는 않고, 무조건 외우게 하더라구요. 저는 외우는 걸 진짜 못했거든요. 오히려 의과대학 공부는 이거 못 외우면 이번에 떨어진다, 이런 게 많으니깐 심리적인 압박감이 너무 심한 거에요. 특히 이번에 떨어지면 군대가니까. 그때부터 약간 맛이 가기 시작했죠.” (참여자 B)
“첫 번째 유급 때는 수업을 안 가는 경우도 많았고, 가도 열심히 집중하고 재미있다고 느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동아리 3개를 하니 정신이 많이 없기도 했고, (공연)준비한다고 하면서… 공부는 열심히 안 하면서 동아리활동만 열심히 하고. 맨날 같이 어울려서 놀고 그런 생활이 많이 심했어요. 근데 오히려 처음 예과 2학년 때는 그게 문제인지도 모르고 ‘내가 예과인데 이걸로 유급을 당하겠어?’ 하면서 문제의식도 전혀 없이 하다가 유급을 당했는데. 두 번째 때는 술을 좀 줄이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1학기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처음 유급당하면서 생활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많아서 바뀌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2학년 두 번째 할 때도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바뀌려는 노력에 따라 친했던 사람과 멀어지며 인간관계를 많이 닫게 되더라구요… 거의 혼자 살다시피 했거든요. 그래서 2학년 2학기 때 처음에는 (성적이) 괜찮다 싶다가 한 번 중간고사에서 생화학을 많이 못 봤을 거예요. 그 이후로 2학기 후반에 자취방에서 거의 안 나오고 수업도 왔다가 그냥 가고. 듣긴 들어도 집중도 못하고 이러다가 그때 처음으로 depression이 심해져서… 기말고사 때 안 보고 혼자 도망갔거든요. 너무 부담감이 커서. (당시 학교에서는 시험을 안 보면 교수님이나 교육팀 이런 데, 상담코칭센터에서 먼저 접근해오거나 그런 거) 그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자 C)

2) 제적에 대한 입장

재입학한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참여자들은 당시에 다시 유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았다.
“제가 진짜 재수할 때처럼 했는데 쫓겨났으면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근데 저는 저의 생활을 좀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도 올라갈 수 있나 (반성하죠). 제적을 당했는데 사람 심리가 다른 사람 접촉 피하게 되고 좀 그런 게 있지만, 저는 최대한 그런 거는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해서 바로 조선소 아르바이트 그때부터 시작한 건데, 좀 멘탈 추스르는 그런 시간을 되게 짧게 가지고, 한 발짝이라도 (현실에) 도움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제적은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고만 생각을 했죠.” (참여자 A)
“두 번째 공부할 때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계속 까먹더라구요. 왜 이렇게 안 외워지지 하면서 짜증도 많이 날 정도로 계속 반복되었거든요. 그러니까 성적은 계속 떨어져서 엄청 자책했거든요. 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안 나올까 의문이었어요. 근데 교수님들은 모르시죠. 다시 F 나왔을 때 교수님께서 어머니께 ‘성적이 안 좋은데 어떻게 진급을 시키나?’ 이렇게밖에 말씀을 못 하시니까.” (참여자 B)
“두 번째 할 때는 ‘한번 유급 당했으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동아리)활동을 거의 안 했는데도 (다시 유급을)… 결론적으로 제가 가장 큰 결정적으로 잘못된 거는 혼자 문제를 키우는 경우더라고요. 외부적인 거보다는. 저 같은 경우는 항상 혼자 우울증이 심해지고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혼자 걱정을 하거나 (했어요). 시험을 안 봤다고 했을 때 주변 형들이 연락해서 서로 찾아오고 그랬는데 그때 (저는) 그냥 안 가겠다고, 주변에서 붙잡는데도 뿌리쳤었죠.” (참여자 C)

3) 군대에서의 경험

참여자들은 모두 의무병으로 복무를 하였다. 참여자 모두 공통적으로 군대의 업무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면서 자유가 없는 생활에 큰 충격을 받았다. A는 갇혀있고 미래가 없다는 느낌에 ‘자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B는 캠프 가는 기분이었으나 닫힌 철문을 보면서 자유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충격에 적응되면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모색하였다. A는 의대생임을 드러내기 싫어했고, 군의관과 대체로 친하게 지내면서도 사무적인 관계라고 생각하고, 군의관들이 자신에게 준 영향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열심히 공부 안 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하였다.
“아직까지 저는 9급 공무원이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좋은 직업이라 생각을 해요. 내가 전역해서 재입학을 해서 저렇게 되려면 몇 년이 걸리겠냐. 최소 미니멈 10년이거든요. 제가 지금 다이렉트로 전문의 따면 10년이니까. 이제 9년 됐죠. 10년인데 그럴 바에는 9급 공무원을 하면 내 삶이 제일 중요한 건데 저렇게 살면서 뭐 부모님에게 용돈을 주고 이럴 형편까지는 사실 힘들겠지만 9급을 하면서. 어쨌거나 손 안 벌리고 스스로 적당히 비슷한 군무원 한 명 만나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겠나, 뭐 하려고 10년 동안 고생을 해서 끝까지 저렇게 되야 되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리고 군대에서 보통 병원 부대니까 의무병이면 간호학과나 의료보건 쪽에 있는 애들 학교 다니다 온 애들이 많은데, 자기 전공 자체에 대해 되게 회의감을 가진 애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나가서 뭐 할 건지에 대한 확신을 못 가지고 있는 애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 애들 보면서 그래도 나는 좀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충분히 행복한 거구나, 그때 좀 느꼈던 것 같긴 해요.” (참여자 A)
B와 C는 A와 달리 군대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하고, 제적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고 무너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군대에서는 골치 아픈 생각 자체를 안 해도 되니까 뇌가 생리식염수에 씻기는 느낌이었어요. 거기가 훨씬 더 육체적으론 힘들었는데, 군대는 저한테 단련을 시킨 거거든요. 넌 이 정도를 할 수 있다! 그런 거. 제적이 그 당시엔 엄청나게 큰 damage잖아요… 거기는 이거를 생각할 필요가 없던 거였고… 2년이 갔다 보니까 (damage가) 좀 낡아 있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선 사람들도 제 치부를 중점으로 보는 게 아니고 그냥 쟤 일 잘하나? 오히려 이런 거를 보니까… 아니면… 저도 정신과 갔을 걸요, 멘탈이 터져가지고… 20대 초반까지는 솔직히 공부만 했잖아요. 군대는 저한테 care할 시간을 준, 군대 가서 뭐 힘들었냐 이런 것보다는 군대 가서 좀 다행이었다… 이제 자연치유의 시간을 가진 거죠. 그랬더니 상처가 남긴 했는데 그게 좀 더 단단해졌다 해야 되나.” (참여자 B)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고 무기력했을 때, 제적을 당했을 때인데… 그때 군대 안 갔으면 그 상태로 계속 살았을 것 같아요. 사실은 거기가 갇혀있다 뿐이지 요구하는 기준이 참 낮은 데가 군대거든요, 사실은. 일하는 거나 그런 게 몸이 피곤하다 뿐이지 대개 단순한 생활이라서 그런 쉬운 과정을 계속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이제 저는 drop을 한 거잖아요. 그랬던 상황에서 쉬운 과정을 계속 성공을 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참여자 C)
“군대를 가면 다 자살할 것처럼 힘들다 말하더니 막상 해보니 할 만하던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내가 의학공부에서 실패를 했었는데 (지금은) 또 해보니깐 할 만하더라고요. 되게 고마웠던 게 좀 늦더라도 어차피 결과는 똑같으니 돌아가는 게 어떠냐는 군의관님들 관심에 어느 새부턴가는 (의과대학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시되더라고요.” (참여자 C)

3. 재입학 후 의과대학 과정을 경험하며 재해석한 ‘자신만의 내러티브’

참여자 A는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자기성찰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이가 좀 더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앞으로 공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된 점이 재입학 전과 차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와서는 후배들에게도 존댓말을 쓰는데, 아래 사람이라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현재 자신의 상황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았을 때 조금 더 낫다고 위로하면서 공부를 한다고 하였다.
“군생활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예과 힘들다고 찡찡대는 애들보다는 면역력이 생기지 않았나, 얘네보다는 진짜 힘든 게 뭔지 조금은 잘 알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군에서 진로고민하는 애들 보면서 그래도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까지 안 좋은 상황은 아니구나 조금은 위안을 얻었죠.” (참여자 A)
참여자 B와 C는 의대생으로서 학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하였다. B는 의대생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공부도 계획 없이 하는 편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했다. C는 재입학 후 또 우울감이 찾아와서 고민하다가 자취 등 혼자 있으면 정신적 위기가 찾아옴을 자각하게 되어 불편해도 기숙사로 들어가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목표가 되었고, 군생활을 통해 ‘견디면 지나간다.’를 경험한 것이 재입학 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제 메모도 하고 계획이란 걸 세우는… 전 제 자신에 대해서 정말 자신감 있었거든요, 근데 그 일을 겪고 나서는 그 자체가 부서져 버렸어요. 그러니까 옛날하고는 아예 사고방식이 달라졌어요. 위축됐다고 보면 위축된 것도 맞고… 그래서 요즘 같으면 만약 시험 있으면 스스로 아, 이번엔 또 어떡하지? 이러면서 일단은 그런 걱정부터 먼저 와요.” (참여자 B)
A는 그렇지 않았지만, B와 C는 군대에서의 경험이 의사 생활을 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은 시간과 돈으로는 손해지만, 의무병을 했기 때문에 환자의 경험과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의과대학 생활이 힘들다 해도 바깥 경험에 비하면 견딜 만하다고 느끼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배웠다고 한다.
“남성이 사병, 병사로 군대를 갔다 오면 더 닫힌 성격이 되기는 힘들거든요. 거기서는 인간관계가 억지, 강제적으로 강요받는 곳이기 때문에 닫힌 성격으로 돌아온 사람은 못 본 거 같습니다.” (참여자 C)
“의무병을 안 갔으면 의과대학에 안 돌아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의무병 생활은 옆에서 선생님들 진료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것도 있지만… 좋더라고요. 병원생활을 사실은 한 번도 못 봤는데 간접적으로라도 보니까 아! 이 직업이 매력이 있는 직업이구나! 하는 건 군대에서 제일 처음 느꼈습니다. (지금 공부하는 데) 최소한 목적은 있는 것 같아요. 전문의 선생님들이 여러 명이였는데 저만 보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똑같았거든요. 학교 출신도 다들 다른데 제적당한 친구 한 명쯤은 있으니깐. ‘그래도 지나고 나면 다 똑같더라.’ 이 얘기를 서로 다른 8명이… 계속 듣다 보니까 그냥 그렇겠구나 싶더라고요. 또 국군병원 같은 데 가면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그 과정이 힘든데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군대생활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은 거지, 사실은 잠을 거의 못 자고 살았거든요. 매일 당직 서고. 근데 신기한 게 (내가) 그걸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여자 C)
“임상의사는 지식만큼이나 의사소통이 중요한 항목이라 환자와 관계라든지 아니면 동료 관계에서는 어린 친구들보다 (내가) 잘 하지 않을까… 그래도 실습 때 가면 교수님께서 요구하시는 항목 잘 따라잡고, 눈치 빠르고, 그런 능력은 있지 않나 하는 자부심이 있어요.” (참여자 C)
마지막으로 A는 후배들에게 자기처럼 놀지 말고 친구들이 공부할 때 같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으나, 학교에 특별한 제안이나 건의는 없다고 하였다. B는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도 과민성장증후군이 올 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도 학교 교육제도 안으로 품어 주고, 예과생에게도 선배의 멘토링이 있으면 예전의 자기처럼 고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C도 혼자서 지내면서 위축되어 더 숨어버리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학교에서 강제적으로라도 학생들을 사회화시키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고 찰

이 연구는 제적으로 군복무를 경험한 소수의 의대생이 재입학하여 의대생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들의 이야기로 탐구하여, 한 개인이 실패를 넘어서는 과정의 의미를 밝혀서 향후 의대생을 위한 지도에 시사점을 찾고자 하였다. 주요 결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 명의 연구참여자 모두 의과대학에 대한 뚜렷한 동기나 목표의식은 낮은 편이었다. 세 사례 모두 예과 시절에 제적되었는데, 입시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무절제한 생활을 하였고, 첫 유급에는 잘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제적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입시 해방감으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의과대학 학습방식에 대한 부적응을 유급요인으로 지목한 연구결과와 일치한다[2,12]. 또한 사례 B와 C는 다른 연구에서처럼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잘 하다가 처음 경험한 실패에 대하여 심각한 혼란과 함께 자신감을 잃게 되는 불안을 분명하게 드러냈다[2,3]. Han 등[3]의 연구에서는 유급 또는 휴학을 경험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안정성, 지배성, 사회성, 책임성, 남향성, 우월성 등이 낮고, 우울, 불안, 편집, 내폐, 신경증적 경향이 높았으며, 의과대학 진학 시 부모나 주위의 권유가 크게 작용하고, 직업의 경제적 안정성과 성적을 주로 고려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우리 사례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세 학생 모두 예과 2학년에서 두 번 유급이 되었는데, 학교의 제도적인 지원, 관리나 상담은 거의 없었다.
특히 B와 C에게 군복무과정은 낮아진 자존감을 되살리게 된 시간이었다. 군대에서 주어진 업무는 자신이 성취 가능한 수준이었고, 군대 환경은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와는 달랐고, 동기와 선후임과는 지지적 유대감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자기회복은 의과대학에서의 시간을 성찰하게 하였고, 제적으로 인한 혼란과 분노에서 벗어나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였다. 이는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관리하는 역량을 강화시켰다. A는 군대 경험으로 면역력이, B는 배움과 이해력이, 그리고 C는 부담감을 견디는 능력이 생겼다. 이는 Kim과 Cha [13], Seo 등[14]의 연구에서 군복무 경험에 대한 인식이 진로 성숙을 매개로 조절되는 것과 비슷한 결과이다. 일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대인관계망 부족, 자기중심적 조망, 자기조절능력 부족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도를 위해 군복무가 하나의 긍정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하였다[15]. 보통 엘리트 대학생들은 입대하기 전에 군대를 스펙으로 이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군복무 중에도 미래를 준비하지만[16], 이 연구 참여자들은 엘리트이면서도 학교에서 제적되어 대안이 없어 군입대를 결정하고 쫓기듯이 군대에 갔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아성찰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점에서 제적이라는 국면에서 군복무로의 연결이 오히려 의과대학 부적응을 완화시켜주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고 보지만, 군복무가 제적 위기에 있거나 제적생의 자아성찰의 수단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재입학 이후에도 많은 수업과 시험이 있는 의과대학의 환경은 그대로였으나, 제적-군복무-재입학의 과정을 거치며 참여자들은 이전보다 위기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졌고,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상흔으로 남았고, 위기의식이 낮았음에 대한 반성과 내면적으로는 분노, 무기력이라는 혼란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상흔이 앞으로의 삶에 오히려 약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하였다. 일반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두 번의 학사경고를 받은 후 군복무를 하는 동안 다양한 만남과 생각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어떠한 어려움도 감당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자기성찰능력을 키우게 되었다는 연구결과와도 비슷하다[17].
세 학생 모두 공통적으로 제적되기 전의 무절제한 생활로 첫번째 유급에 대해 잘 대처하지 못하였고 의무병으로 군생활을 하였다. 군복무를 하는 동안 두 명의 학생은 자존감이 회복되었고, 세 명 모두 자기관리와 성찰능력이 강화되었다. 또한 이 연구를 위한 인터뷰 자체가 참여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하면서 정체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의과대학에서 진급 실패자는 유급생으로 낙인찍히며, 제적생은 더 큰 낙인이 된다. 유급이라는 정신적 외상을 안고, 제적의 두려움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과거 생활양식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세 참여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기존 유급생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2]. 피할 수 없는 군복무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동기부여와 극복할 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이 꼭 군대를 다녀와야 동기를 얻고 극복할 힘이 생긴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제적이나 유급 위기뿐만 아니라 학업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유급이나 제적상황에 놓이기 전에 시스템적으로 선별하고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동료나 선배의 멘토링, 지도교수 상담, 재학습 등의 기회가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자 B와 C는 의무병으로 근무하면서 군의관이라는 역할모델을 통해 자신의 의대생, 의사로서의 역할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는 의과대학에서는 저학년일 때 조기 임상 노출 등으로 자신의 의과대학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제적, 군복무, 재입학을 겪은 학생을 연구대상으로 하다 보니 남학생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제적과 재입학을 겪은 여학생의 경험은 비교해 볼 수 없었다. 또한 의대생 중 나이가 많아서 또는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한 경우에는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조사하지 못했다. 나아가 학생을 지도하고 지지해야 하는 교수와 학교가 바라보는 유급생, 제적생, 재입학생에 대한 입장과 상호보완적인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제적, 군복무, 재입학이라는 일반 의대생들과 다른 독특하고 힘들었던 경험은 큰 정신적 외상으로 남았지만, 다시 의대생이 되어 학업을 지속하고 생활하는 데 있어 성찰하고 견디는 힘은 얻은 것으로 보인다. 남들보다 오래 걸린 시간과 경험으로부터 얻은 성찰은 힘들었던 만큼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통해 살펴본 소수의 극적으로 힘든 경험이 제적 및 재입학제도를 재고해 보도록 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을 낙오자로 보기보다는 이들의 경험을 깊이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로 이용될 수 있으면 한다. 또한 의과대학 상담자를 비롯한 의과대학 학생 지도에서도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 이해와 이를 도울 수 있는 학교와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료로 이용되길 바란다.

저자 기여

이원경: 논문의 자료수집과 분석, 논문 초안 작성; 박경혜: 연구의 기본개념 설정 및 연구설계, 자료수집과 분석, 최종 수정

감사의 글

연구에 참여해 준 세 명의 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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