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직업성의 개념과 발전 방향

The Concept and Development Direct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2;14(1):7-1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2 June 30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2.14.1.007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권효진, 이영희, 안덕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신저자: 안 덕 선 서울시 성북구 인촌로 73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Tel: +82-2-2286-5342 Fax: +82-2-928-1647 E-mail: dsahn@korea.ac.kr
Received 2012 June 5; Revised 2012 June 18; Accepted 2012 June 22.

Trans Abstract

This paper summarizes the concept of medical professionalism and presents its direction. Toward this end, the authors compare the characteristics of a professional with those of a craftsman and a technician. The authors describe the construct of medical professionalism on the assumption that knowledge and technical competence are necessary but not sufficient conditions for the professional. The construct of medical professionalism could be defined variously, depending on the time, place, or collectivity. The authors furthermore summarize cases for the development process of medical professionalism and then compare Korean medical professionalism with that of the West. Finally, the authors present the development direct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

서  론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장인정신이 회자되고 있다. 장인(craft)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수행하는 사람이며, 장인정신은 자신의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그 일에 몰입하여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전문직업성으로 표현할 만한 내용이 장인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전문직업성에 대한 개념이 미분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인과 전문인(profession)은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Table 1은 전문인이나 장인을 하나의 직업으로 분류할 때, 그 중간 단계에 있는 기술자(technician)와 장인, 그리고 전문인 간의 특징을 비교한 것이다.

Characteristics of training by type of occupation

Table 1은 장인과 기술자, 그리고 전문직의 교육훈련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장인의 경우에는 학교를 통한 정식교육의 몫이 매우 작지만,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상위 학부까지는 아니더라도 협소한 양의 직업기술교육을 학교가 담당하고 있다. 이와 달리, 전문직에서는 학교교육이 매우 중요하며 의료인, 의사, 법조인, 신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그 중에서도 상위 학부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들 세 직업군 간의 비교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 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장인의 경우에는 선생과 학생이 같은 장인 출신이지만 기술자는 선생이 학생과 같은 기술자일 필요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술 전문학교나 과거의 전문대학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전문직에서는 선생과 학생이 항상 동일 직종에 종사하며 학생 때 만난 선생이 졸업 후에는 직장 상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선생이 학생을 오래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의 신분을 매우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선생이 최종적으로 직장의 상사가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학생은 권력의 구조에 있어서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인, 기술자, 그리고 전문직의 또 다른 차이점은 일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 되기도 하고 배우는 것이 일하는 것이 되기도 하는 직업훈련의 성격에 있다. 장인교육의 경우, 대부분 일하는 것이 배우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지만, 기술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에서 간혹 실습을 통해 직장에서의 실무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기술자가 되기 위해 일하는 과정이 곧 주된 교육의 과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기술자들의 학교 경험의 대부분은 직장의 업무와 구분되는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전문직도 직장에서 배워야 할 실무적인 내용이 실습이라는 내용으로 학교교육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된 교육의 장소가 직장은 아니다. 그러나 의사의 경우, 의과대학 졸업 후 전문의 교육기간 중에는 실제로 완전히 고용된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학생 수준의 급여를 받는 피고용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선생의 지위에 따라 장인, 기술자, 그리고 전문직의 차이를 구별해보면, 장인교육에서는 전업 선생이 존재하지 않지만, 기술자 양성이나 전문직에서는 전업 선생 또는 교수가 존재한다. 특히, 전문직에서는 교육을 위한 전업 교수들이 연구에 종사하며 대학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술자나 장인교육은 순수 기술(art)이나 실무를 통해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학과 연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가 유사한 개념으로 혼재하여 사용해왔던 장인정신과 전문직업성은 그 의미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인정신과 전문직업성의 구분을 의료현장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의사가 ‘나는 환자만 잘 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또는 충분하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지식과 실천이 곧 직무이고 이것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직은 지식과 기술만을 가지고 완성될 수 없다. 지식과 기술이 의사라는 전문직의 필요조건인 것은 틀림없으나 결코 충분조건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전문직은 전문직업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은 지식과 기술의 범주를 넘어서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으로서  의사의  전문직업성  개념과  변천

1. 전문직업성의 개념

전문직의 대표적인 직종으로는 의사, 변호사, 교수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자본주의 경쟁체제 내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직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상대적인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가 반드시 시장경제로만 설명될 수도 없고 작동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의사직의 상대적인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전문직 양성을 위해 행정∙재정적인 관리와 지원을 하고 있다. 보통, 전문직 종사자는 고등교육의 수혜자, 고소득자, 엘리트 계층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다양한 독점권과 특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사회에서 수용하는 이유는 첫째, 이들 전문직 없이는 근대적 국가의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며, 둘째, 사회가 이들에게 국가의 선도적이고 보편적 가치를 창출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가 이들에게 투자하는 교육적 지원과 더불어 일부에게 배타적인 성격을 가진 ‘면허’를 부여함으로써 국가 또는 사회와 전문직 간에 발생하는 암묵적인 계약을 의미한다. 즉, 사회가 이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대신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양식에 따라 사회적 공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자체적인 윤리강령과 자율규제를 통하여 국가의 사회중심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전문직업성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전문직업성이라는 개념이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시대와 주위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이 구성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문직업성의 개념은 시대와 역사,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의 내과학회에서 표방하는 의학전문직업성의 여덟 가지 구성요소는 이타주의(altru-ism), 책임성(accountability), 수월성(excellence), 임무(duty), 봉사(service), 명예(honor), 정직(integrity), 인간존중(respect for oth-ers) 등이지만, 미국의 의과대학협회와 미국 의사시험위원회에서 공동 주체한 2002년 회의(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 & AAMC's Invitational Conference) 결과에서는 전문직업성을 이타주의, 명예와 정직, 돌봄과 열정(caring & compassion), 존중(respect), 책임성과 책무성(responsibility & accountability), 수월성과 학문성(excellence & scholarship) 그리고 리더십(leadership)으로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단체마다 자신의 입장에 의거하여 전문성을 정의할 수 있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내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전문직업성을 하나로 정의하거나 설명하기는 힘들다(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nd the 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 2002).

다른 차원에서 설명하면, 전문직업성은 소속된 개인에 관련된 것과 개인이 모여서 만들어진 전문직 집단이 자체의 존속과 본성을 위해 만들어 내는 집단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의 전문직업성은 앞에서 열거한 각각의 구성요소들인데, 이것은 직종마다 또는 직군, 단체마다 매우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반면에, 집단의 전문직업성은 사회의 안녕 또는 전문직으로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집단의 자율규제 원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의사의 집단적 전문직업성의 3가지 구성요소는 임상적인 자율권과 직무윤리 그리고 자율규제 또는 집단 자율권이다. 이러한 전문직업성의 오래된 사례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잘 알려진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입각한 직무윤리에서 찾을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란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직무윤리에 대한 집단적 전문직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안에는 의사 개개인으로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사용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제2회 세계의사협회에서 만든 제네바 선언을 변형한 것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수정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수정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활용하고 있다.

2. 의사전문직업성 개념의 변천

유럽에서는 10세기 이후부터 대도시들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인구 2만 이상의 많은 대도시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도시는 과거 종교와 군사의 중심지에서 점차 경제의 중심지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또한 종교지도자와 군인, 노동자로 이루어졌던 전통적 계층사회에서 제조업자나 상인 등의 재력을 가진 신흥세력과 이들을 협력∙지원하는 계층인 서기, 재판관, 목회자, 의료업자, 재산관리인, 공지인, 공무원 등 사회 간접자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에서 의료전문직의 역사는 길드의 발전과 함께 하는데, 10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길드의 변천과정은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의료전문직의 특성을 설명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길드는 특수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서비스업의 종사자들에게 단체 조직의 권리와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고, 그들 스스로 자치∙자주의 개념에 근거한 자율규제의 권리를 부여받은 특수한 조직이었다. 13세기 프랑스에서는, 파리에만 100개 이상의 길드가 형성되고 있었고 프랑스는 점차 협회(society of orders) 사회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시, 파리에서는 내과의사, 외과의사, 약사의 세 개의 길드가 존재하였는데, 이로부터 의료가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 이외에도 베니스와 플로렌스에서 이발사, 외과의사 길드가 형성이 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고, 직종 간의 분쟁을 보이기도 하였다는 역사가 있다.

이러한 길드의 발전은 의학제도에 철학적 인간학을 담아내지 못하였다. 1925년에서 1960년 사이에 유럽은 철학적 인간학 시기를 거치게 되었고, 의학계는 생명윤리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970년대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1970년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생명윤리의 개념이 도입되지 못하였다(안덕선, 2010). 이러한 흐름은 황우석 사태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변화하였고, 우리 사회에 생명윤리에 대한 의식을 각성시켰다. 의학계에 생명윤리라는 개념이 유입되면서 동시에 인문학적인 회복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의학의 인간적 모습의 회복 운동은 의료인문학의 강조와 의료에서의 인간성에 대한 강조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프로페셔널리즘의 변천과정을 보면 유럽에서 의사는 환자 치료라는 특정한 기술 하나만 가지고 의료업자로 등록하여 살던 무자격자의 시대를 지나, 장기간에 걸친 고비용의 과학적 교육의 산물로써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 의료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민주화의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과학적 의학에서 사회적 실천으로 이행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달성한 반면, 세계 유일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은 유럽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발달하게 되었다.

결 론

영국에서는 별도의 단체로 General Medical Council (GMC)를 설립하여 의사의 자율규제와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 GMC 회장은 현대 의학계가 의사에 대한 존경의 시대와 작별을 고해야 함을 토로하기도 하였다(안덕선, 2011). 사회는 더 이상 질 낮은 의료를 허용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질 낮은 의료에 대한 통제와 거부가 가능하고 좋은 의사에 대한 진료 보장을 당연한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하면서 날로 증가하는 의료분야의 고소, 고발 등을 그 예로 들었다.

GMC는 비록 공공성 보장을 위한 공익단체로 구성이 되었으나 의사 위주의 지배 구조와 의사 중심적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비밀스럽고 자기 보호적인 클럽문화로서 단체를 이끌었다고 토로하였다. 그러나 의학 분야가 지니는 공공성으로 인하여 대중은 관용과 신뢰를 보여줬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모범적으로 단체를 이끌어야할 학회나 의과대학, 의사협회는 사실상 그들의 이익을 위해 GMC를 약화시키는 작용에 앞장섰으며, GMC 가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수동적이고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 결국 의사의 전문직업성의 추락을 가져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의학계에 대한 자율규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크게 반성하고, 이후 전체 이사회의 구성을 일반인으로 대체하여 자율규제에 관한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Irvine, 2006).

현재, 영국의 GMC는 ‘공공을 보호한다’라는 신조에 따라, 법령에 의한 영국왕실 직속기구로 존재한다. 주요 업무는 의학교육과 면허에 의한 사항으로서, 의학교육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의과대학 평가인증을 통한 졸업생의 자격부여와 졸업 후 교육에 대한 평가인증 그리고 외국인의 졸업자에 의한 예비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면허시험을 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은 면허시험이 없기 때문에, 대학평가인증을 통하여 졸업생들에게 등록과 면허를 발표하고 강력한 행정처분권을 갖는다. 따라서 대학들도 평가인증을 위해서 매년 평가보고서와 개선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의학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속칭 미국 의료의 황금기라는 시대를 1960년대로 마감하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의료계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생명윤리의 발달, 사회∙ 윤리학자 또는 많은 다른 사회의 구성원들이 의사의 윤리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의사 집단은 사회적 탄원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1970-1980년대 미국의 의료계는 대중을 대상으로 사기와 음모를 범하는 집단으로까지 표현되었다. 아울러 의사 집단이 사회인으로서 불필요한 수준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있다고 묘사하면서 그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너무 두꺼워서 오만함까지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70년 이후, 전문직의 위상에 대한 급격한 추락으로 의료소송이 증가되었다가 1990년에 들어서면서 전문직업성에 대한 회복과 의학교육의 변화 등으로 점차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 왔으나, 제3자 지불방식 즉, 의료관리회사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러한 전문성은 또 다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은 의료가 상업성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인본주의와 환자중심주의의 가치 지향, 의료정보의 투명화, 대중화 그리고 의료권력에 의한 평등화, 민주화 그리고 평등한 환자-의사 관계, 제3자 의료비 지불방식과 윤리의식의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서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전문직업성은 식민지 시대를 통해 정립된 개념으로서, 유교 문화권 특유의 전문직에 대한 개념의 빈곤으로 그 태생 자체가 정상적이지 못하였다. 즉, 전문직업성이 가지는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이 희박하고 자율규제라는 개념에 대한 발달상의 장애를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안덕선, 2011). 예컨대, 관치 식민문화의 유산으로 복지부에서 갖고 있는 행정 처분권과 면허 관리에 대한 소유권은 의사의 자율규제권을 심각하게 제약하여 의사 집단이 실제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이주연, 2010). 이것은 전문성이 없는 사람과 국가기관이 의사단체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의사전문직 단체로 이양하는데 대단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며, 전문직업성이 가지는 사회계약적 개념이 발달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계의 전문직업성의 한계는 전문직업성의 개념에 대한 정상적인 수준의 고민과 발달이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 스스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결과로 인문학적 사고의 육성, 의학에서 생명윤리의 중요성 강조,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민 등이 의학계의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식민지 시대의 전문직업성의 탄생 때부터 갖고 있었던 상업주의를 지양하고 공공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김용익, 2011). 둘째, 지나친 지식위주의 교육에서 직업윤리나 인성교육, 그리고 세계관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셋째, 전문 분야에 대한 독점을 우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능력을 공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높여야 한다. 넷째, 전문가로서의 진정한 권위는 공공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신뢰를 획득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직이 사회로 복귀하여 사회인의 일원으로서 확고한 계층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김용익. 2011. Aug. 1;메이지유신과 영리병원. 한겨레 27
안덕선. 2010, 6월 17일. 한국의학의 정체성. 제26차 의학교육학술대회: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심포지움 발표논문, 제주: 라마다 호텔. 미간행
안덕선. 2011;한국 의료에서 의학전문직업성의 발전과정. 대한의사협회지 54(11):1137–1145.
이주연. 2010;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본 국가의 의료통제: 1950-60년대 무면허의료업자와 의료업자의 실태를 중심으로. 의사학 19(2):385–432.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nd the 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 2002. Embedding professionalism in medical education: as-sesment as a tool for implementation Report from an Invitational Conference cosponsored by the AAMC and the NBME, U.S.A. May 5-17, 2002.
Freidson E.. 2001. Professionalism: the third logic on the practice of knowledg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 93.
Irvine D.. 2006;A short history of the General Medical Council. Medl Educ 40(3):202–211.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Characteristics of training by type of occupation

Characteristics of training Craft Technician Profession
Proportion of training in school Low Significant High
Teachers are members of the occupation Always Not always Always
Primary training on the job Always Sometimes Seldom
Full-time teachers Rarely Sometimes Usually
Teachers do research No No Yes
University affiliation No No Yes

From “Professionalism: the third logic on the practice of knowledge”, by E. Freidson, 2001,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Used with permission of University of Chicago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