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변화 관리

Brining a Change in Medical Education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1;13(1):3-11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1 June 30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1.13.1.003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 교신저자:전우택,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번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 Tel : 02-2228-2510 • Fax : 02-364-5450 • E-mail : wtjeon@yuhs.ac
• 본 논문은 2011년 제27회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의학교육에서의 갈등구조 및 변화관리의 원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Received 2011 May 27; Revised 2011 June 21; Accepted 2011 June 22.

Trans Abstract

Every medical school aims to provide better education, and it sometimes requires changing the current education system. However, an attempt for a change may not always be successful. In many cases, it is so not because an intended change was not properly directed but because conflicts in the process of adopting the change were not properly handled. This paper suggests seven points for how to successfully bring a change in medical education. First, the medical education should not simply focus on the pass rate of the national medical examination but also on the cultivation of creative leaders. Second, the faculty of medical school should be creative, self-motivated, and passionate. Third, people in charge of an intended change should have a good understanding of complicated dynamics between the dean's office, medical education experts, professors, and students. Fourth, people who are leading the change should also grasp the possibility that a well-intended change might not be well-received by professors, students, and dean due to their tendency to be complacent with the current system. Fifth, a successful introduction of a change requires good teamwork of a thinker, an actor, and a coordinator. Sixth, a change takes time as it takes place through a step-by-step process. Seventh, an attempt for a change accompanies a negotiation with professors with different thoughts and views regarding education, and people who want a change need to be flexible in that negotiation. In addition to these seven points, people who are responsible for a change should be consistent and consider the renown of the school.

서 론

어느 의과대학이고 교육은 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 문제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재들만을 거의 독점하여 받고 있으면서도 그 학생들을 최고의 인재로 졸업시키지 못한다는 사회의 날카로운 비판이 문제다. 둘째, 의과대학 교수들 거의 모두는 엄청난 진료 부담과 승진을 위한 연구 부담을 가지고 있어, 교육을 위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 문제다. 셋째, 의과대학 교수님들은 모두 각 세부 영역에서 그 대학 최고의 전문가요, 권위자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모두 교육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교수님 모두가 나름대로의 뚜렷한 교육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넷째, 일반적으로 2년이라는 짧은 학장 임기 동안에 무언가 의학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욕은 있지만, 그것을 추진할 학교의 여건, 전문성, 개혁에 따른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정치력도 부족하여, 결국은 아무런 변화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교육 거버넌스(governance) 가 문제다. 다섯째, 매년 입학하는 학생들의 특성과 관심 사항은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데, 반대로 교육에 참여하는 교수님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 더 늘어만 가고 있어, 학생들과 소위 진정성 있는 교감을 나누기가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 지는 것이 문제이다. 여섯째, 교육에 관심과 소명을 가지는 교수들이 그나마 있어 그 분들이 스스로들 헌신적으로 공부도 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 변화를 위하여 노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에서 그들의 전문성과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시도하는 교육 변화에 대한 좌절만을 주어, 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수면 아래로 사라져 간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곱째, 원래 신중하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의과대학은 교육에 있어 더 보수적이 되어가고 변화를 거부하면서 교육은 더 무기력하게 변화하고 그저 국가고시 합격 정도를 최고의 목표로 잡는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에 해결 방안이 있기나 한 것일까? 미국 의학교육 계는 그 동안 의학교육 변화와 그 관리를 위한 의미있는 자료들 을 발표하여 왔고(ACGME & ABMS, 2000; Carole et.al, 2000; Bernier, et. al, 2000; Loeser et. al, 2007; Crain, 2008), 이것은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는 자료들이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그대로 한국 상황에 다 연결시키기는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모든 의과대학들은 각 대학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배경, 상황과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 글에서 모든 대학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그런 마법의 탄환 같은 현명한 정답을 내 놓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기 위한 교육변화는 불가피한 과제이다. 이 글은 우리나라 의학교육 현실 속에서 의학교육의 본질과 교육의 변화 관리에 대한 경험적 고찰을 한 것이다.

본 론

의과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의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변화를 이루기 위하여 의학교육에 대한 개념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의학교육은 명분이다.

의학교육의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사항은 교육변화에 나서는 주체가 가지는 ‘명분’ 이다. 의학이란 무엇이고, 의사는 누구이며, 그 의사들을 키워내는 의학교육은 무엇이고, 그 의학 교육이 어떤 모습이 될 때 제대로 된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질문, 자성이 모든 교육변화의 명분을 제공하고 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런 명분은 의학교육의 목표를 무엇으로 제시하는가에 따라 그 힘이 달라진다.

첫째로 의학교육의 목표를 ‘의사국가고시 합격을 위한 교육’ 이라 정한다면 교육변화의 명분은 그리 크지 않게 된다. 이러한 교육 목표는 가장 가시적이고 비교 평가하기 편리한 목표이지만 이것은 교육의 기계적 측면의 변화만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족보집의 더 정교한 작성, 더 많은 수험 준비 시간 요구, 더 엄격한 졸업자격조건 부여, 더 성실한 교수들의 강의 노력 등 교육의 ‘운영모델’ 개선만 하면 되는데, 이것은 매우 작은 교육 변화의 요구이다.

둘째로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한 교육’ 이라는 목표를 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교육변화의 명분은 좀 더 커진다. 그리고 이것은 우수한 교육과정 편성, 우수한 교육 능력을 가진 교수의 확보, 좋은 교육 시설 완비와 같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 내용들을 포함한 교육 ‘비지니스 모델’ 개선을 필요로 한다.

셋째로 ‘창의적 리더를 만드는 교육’ 이라는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을 받는 정말 대단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의과대학들의 교육적 책임은 양심적이고 안전한 의사 공급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요구를 사회는 이미 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시대적 요구에 진정으로 부응하려면, 의학교육은 그 목표를 더 높여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안게 된다. 한국 전체 사회의 차세대 주역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힘겹기는 하지만, 그러나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목표는 교육변화에 거대하고 힘찬 명분을 제공한다. 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게 하고 그 세상을 향한 책임감과 지적 열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이 사회와 학생들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누가 어떤 정신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연관된 교육의 ‘정신 모델’ 의 혁신을 요구하며, 가장 큰 교육변화의 명분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한 의과대학에서 어떤 교육 목표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도록 결정하는 것은 그 대학 내에 존재하는 ‘정치 모델’ 에 따라 정해진다. 이것은 조직 내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힘의 역동성을 나타낸다. 그리고 결국 교육변화란 위에서 이야기한 ‘운영 모델’, ‘비지니스 모델’, ‘정신 모델’, ‘정치 모델’ 의 상호 역학에 따른 작용들이 결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학교육의 시작은 ‘명분’ 이다. 누가 어떻게 어떤 명분을 가지고 얼마나 힘 있게 교육변화에 임하는가가 그 대학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은 학생과 사회와 미래를 향한 숭고하고 강력한 명분을 가지는 것이기에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교 육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명분’ 인 이 교육에 그 학교에 적합한 ‘빅 스토리(Big Story)’ 를 옷 입히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들이 교육에 관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설레고, 위대한 교육자가 되기 원하게 만드는 그런 빅 스토리가 소개되면, 교육은 힘과 방향을 가지게 된다. 학생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사로서, 사회 지도자로서, 세계 문제의 해결자로서의 자기 소명을 더 크고 선명하게 느끼고 가슴 뛰게 만드는 그런 빅 스토리가 있으면 교육변화는 성 공할 수 있다.

나. 의학교육은 열정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교육은 명분이다. 그러나 그 명분이 학교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정’ 이 필요하다. 많은 대학이 아직 교육 인센티브 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임상 활동이나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는 크게 운영되면서도 교육 인센티브는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교수들이 교육을 위하여 자신의 시간과 힘을 쏟는 것은 오직 열정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열정만 의지하여 교육 인센티브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며, 교육 인센티브는 개발되어야 한다. 그 열정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대한 열정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훌륭한 인재로 커 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교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더 창의적이고 더 의미있는 일인 교육이라는 것에 쓰고 싶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좀 더 잘 가르치려는 열정에서부터 의학 교육 전체의 구성과 기획, 운영이 잘 되기를 원하는 열정으로 그 열정이 점차 커져 가야 한다.

극도로 열악한 여건 하에서 변화를 향한 열정을 가지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동현 역(2007)은 혁명의 시대에 있는 전쟁에서는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군인(꿀벌)보다는, 자율적이고 동기가 부여된 게릴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교육을 시행하기에 너무도 많은 제약이 있는 현 시점에서, 주어진 여건 하에서 성실히 그 교육 역할을 수행하는 교수들만으로는 교육은 진전하지 않는다. 교육은 새로운 시각과 열정, 동기를 가진 게릴라 같은 교수들이 있을 때만 그 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열정을 보이는 첫 한 사람이 있게 되면, 차례로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역사의 변화가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누군가 먼저 헌신하는 열정적인 개척자를 요구한다. 교육은 교육 이론이나 교육 테크닉에 존재하지 않고 열정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 의학교육은 게임이다.

그러나 의학교육은 명분과 열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학교육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매우 복잡한 ‘게임’ 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수와의 게임이고, 교수들 간의 다양한 인간 관계의 게임이고, 교육 철학의 게임이며, 과거 역사와 현재 상황의 게임이다. 대학 행정을 담당한 학장단과 교내 의학교육 전문 교수 집단, 그리고 일반 교수 사이의 게임이고, 시니어 교수들과 주니어 교수들 사이의 게임이다. 교수들과 교육 담당 직원들 사이의 게임이고, 대학에 실질적인 주인이 있는 경우, 소유주와 학장단과 일반 교수, 교육 전문가 집단 간의 게임이며, 또는 대학교 총장과 의과대학 학장과의 게임이며, 대학교 내 다른 단과대학 과의 게임이고, 의과대학들 간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성과 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교육변화에 나선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교육변화는 만들지 못한다.

이러한 게임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다 분석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각 대학마다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대표적인 게임의 한 예로서 학장단-교육전문가교수-일반교수의 삼 각게임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이 세 집단은 의학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 주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흥미있는 것은 세 집단은 각자 서로 물고 물리는 장점과 단점을 너무도 명확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Table I 은 의학교육 세 주체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한 것이다.

의학교육 세 주체의 장점과 단점 비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육의 세 주체가 모두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상대방에게는 없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서로가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면서, 하나의 팀이 되어 교육을 실행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면 교육은 단기간에도 큰 발전을 이룬다. 그러나 서로의 단점을 비난하거나 냉소적 태도를 취하면서 한 팀을 이루지 못하면, 교육은 짧은 시간에도 매우 빠르게 혼란에 빠지고 악화된다.

학장단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통하여 최고의 교육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은 절대적이다. 또한 자신들의 임기는 2년 단위로 구성되지만, 학생 교육은 그보다 훨씬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전문가 집단이 과도하게 이상주의적으로 나아가 일반 교수들과 갈등이 생길 때 그 중간에서 양측의 의견을 조절하고 타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주도로 교육변화를 일으키려 하기 보다는 전문가 집단을 통하여 일을 진행하면서 전문가집단과 일반 교수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더 성공 확률이 높다.

전문가 집단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더 깊게 개발하여야 하지만, 동시에 이것을 좀 더 설득력 있게 학장단과 일반 교수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학장단이나 일반 교수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 자기들끼리만 게토화(ghetto)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언제나 일반 교수들의 의식에서 한 걸음 정도만 더 나아가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학장단과 일반 교수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전문성이 있다 할지라도 학교에서 역할을 담당하기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하여 중요한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학장단과 일반 교수들에게 요청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직한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일반 교수들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육에 있어 아주 중요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시간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어떤 경우에는 전문적인 교육이나 훈련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개인적 소신을 절대화하여 교육전문가들이나 학장단과 대결 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교수들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학교 교육 발전에 큰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교수들은 전문가 집단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최소한 자신이 담당하는 교육 영역에서 좀 더 훈련되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을 더 느끼는 교수들은 점차 교육 전문가 집단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평교수, 젊은 교수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며 그들이 전문가 집단과 좀 더 적극적인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학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과 같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담당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긍정적으로 조합되는 게임을 하면 학생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특성들이 부정적으로 조합되는 게임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최악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런 게임을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가가 각 대학들의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라. 의학교육은 모순이다.

의학교육이 게임이라는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의학교육을 구성하는 세 주체, 즉 학생, 교수, 대학이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 주체가 가지는 ‘모순성’ 에 대한 이해가 교육변화를 계획하고 추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순성에 대하여 한 가지씩 만을 이야기 해본다.

첫 번째로, 학생들의 모순성을 이해하여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는 교육이 뛰어난 흥행성(재미)과 예술성(가치) 모두를 가지기 원한다. 하나의 교육이 이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것은 하나의 영화가 그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것보다 더 힘들다. 또한 학생들은 좋은 교육을 위하여 자신들이 고생하며 수고할 것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쉽고 편안히 하면 좋겠다는 마음 역시 강하다. 즉 학생들은 교육을 위한 노력 지불에 있어 공존할 수 없는 것의 공존을 요구하는 모순성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변화를 추진하는 그룹은 이런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자발적 협조를 얻을 수 있는 호소력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둘째로, 교수들의 모순성도 이해하여야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정말 감동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평생의 은사, 멘토가 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그러나 진료 업무와 연구 부담으로 인하여 교육까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마음도 진심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과 의미있는 만남을 할 수 있는 소규모 학습에서의 교육자(예를 들면 PBL tutor) 같은 것은 귀찮게 여기고, 개인적 만남은 불가능한 대형 강의에서 교육자로서의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변화의 선도자로서의 교육자적 기능을 담당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이런 일에 나서서 괜히 고생만 하고 욕만 먹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교육변화를 추진하는 그룹은 교수들의 이런 모순을 이해하면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셋째로, 학장단의 모순성도 이해하여야 한다. 대학이라는 조직 자체는 소유자가 있는 대학에서 조차도 일반 기업과는 달리 교수 개개인의 존재 가치가 매우 크게 인정되므로, 누군가가 절대적 권한과 주도권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가기 어렵다. 하물며 소유자의 개념이 없는 대학에서는 그것은 거의 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교육변화를 원하지만 그것의 추진은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학장단은 자신의 임기 중에 정말 교육에 많은 발전이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임기 중에 교육의 변화로 말미암아 평지풍파가 일어나고 큰 갈등이 만들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교육변화를 추진하는 그룹은 이런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춘 변화 계획을 기획 하고 추진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모순성 때문에 교육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순성은 상수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교육 여건은 그 변화의 주체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역동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에 따라 전혀 예상하기 어려웠던 큰 긍정적 변화도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런 교육의 세 주체가 가진 모순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의미 있고 효과적인 변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마. 의학교육은 팀웍이다.

의학교육의 변화 성공 여부는 그 추진 집단의 팀웍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그 추진 집단을 교육 변화의 핵심이 되는 적은 숫자의 교수들만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보다 훨씬 넓다. 즉 핵심 교수들 및 그 핵심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돕는 교수들, 지지적인 학장과 학장단, 소유자가 분명한 대학에서는 소유자, 유능하고 헌신적인 행정직원들, 때로는 동창회 임원단 등이 모두 하나의 팀이 되어야만 교육변화는 제대로 진행되고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처음부터 한 팀이 되어 일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 즉 ‘더 좋은 또는 최고의 교육’ 을 위하여 서로 진지한 의견을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나누어 완벽한 결론이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의견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을 가지고 활동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단계에 대해서는 다음 내용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진다. 여기서는 그런 팀의 팀원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담당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하여 한 팀은 11명의 선수로 이루어진다. 그 선수들을 역할에 따라 크게 구분하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 수이다. 그리고 경기에 이기려면 각 선수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성실히 임하여야만 한다. 이것은 의학교육 변화라는 게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역할 분담이다. Beblin 이론을 적용하면 (Beblin, 2009) 의학교육 변화는 크게 생각하는 사람(thinking), 움직이는 사람(action),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사람 (social)들이 함께 할 때 성공하게 된다. 그 각각은 다시 좀 더 세 분화된 역할로 나뉜다. 첫째,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새로운 생각을 해 내는 사람(plant), 전문가(specialist), 생각을 점검해 주는 사람(monitor, evaluator)으로 구성된다. 움직이는 사람은 일에 먼저 착수하는 사람(implementor), 일을 계속 추진하여 가는 사람(shaper), 일을 마무리 짓는 사람(completer, finisher)으로 구성된다.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사람은 팀을 묶어 주는 사람 (team worker), 전체적 일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사람(coordinator), 외부 사람이나 외부 자원을 찾고 연결해 주는 사람 (resource investigator)으로 나뉜다. 좀 복잡하지만, 그 결론은 한 사람이 교육 변화를 위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팀으로 일을 하여야 하는데, 성공하려면 크게 세 영역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그래서 최소 단위는 3명일 것이다), 더 바람직하다면 각각의 세부 역할을 담당할 사람들이 있어 제대로 된 축구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팀정신(team sprit)이 만들어지고 팀웍 (team work)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면 대학의 교육은 분명히 변할 수 있다.

바. 의학교육은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의학교육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것은 매우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변화를 이루려면 각 단계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것을 충실히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그 교육의 변화의 단계를 정리해 본다.

1) 1단계: 위기감

변화는 현실에 대한 분명한 위기감이 있을 때에만 발생한다.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그 위기감을 동시에 함께 느낄 때도 있겠지만, 매우 적은 인원의 사람들만이 먼저 느낄 때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기감이 기관의 발전을 위하여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그 위기감을 널리 퍼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위기감이 사실과 미래 발전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 2단계: 변화 선도팀의 구성

위기감이 실제 교육변화로 까지 이어지려면, 그러한 위기감을 공감하고 함께 움직여 변화를 만들기 원하는 핵심 그룹이 형성 되어야 한다. 홀로 가지는 위기감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그룹이 필요하다. 진정한 동료와 협력자가 있게 되면, 변화는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에 적합한 사람으로는 대인관계가 좋고, 추진력이 있으며,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특히 어떤 부서 안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기 보다는 두 번째로 바쁜 사람들이 이런 역할을 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이야기된다. 그런데 이들 핵심그룹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핵심 조건은, 더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아닌, 전체 대학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 분야나 연령 등과 상관 없이, 인격적으로 신뢰를 받는 사람들로 핵심 그룹이 형성되지 않으면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3) 3단계: 비전 정립

변화 선도팀이 만들어 지면, 이들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재 위기를 만들고 있는 문제의 정확한 분석과 그것을 해결해 나갈 큰 비전을 정확히 만드는 것이다. 충분한 학습과 토론 등을 통하여 만들어질 그 비전은, 달성 가능하고, 명확하고, 다른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최고의 명분이 되도록 하여야 앞으로 변화에 따른 수많은 갈등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4) 4단계: 의사소통

비전이 정립되면 그것을 학교의 다른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여야 한다. 모든 교수들은 각자 다른 시각과 가치관을 가지 고 있기에 변화 선도팀에 의하여 만들어진 비전에 대하여 결코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가진 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비전은 점차 확산되어 나가며, 때로는 수정을 거치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긍정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 전달을 하면서 부정적이고 누군가를 향한 공격이 되도록 하면 의사소통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비전의 전달은 긍정적 메시지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에서 흑인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이다. 마틴 루터 킹은 전체 미국인에게 정의와 평등의 정신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말콤 엑스의 증오와 배타성을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실제 미국을 변화시킨 것은 말콤 엑스가 아닌 마틴 루터 킹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을 통하면서 많은 새로운 교수들과 함께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과 전략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비전 정립 기간 중 만들 수도 있으나 의사소통 기간 중에 수정할 수 있으며, 또는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이 과정 중에 이루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향후 교육변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의 리더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교육이 바뀌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 전부를 다 그렇게 만들 수 없다면 그 중 일부라도 그렇 게 만들어야 한다. 만일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에게 직접 접근하기가 어렵거나, 설득이 힘들면, 그 리더들에게 신뢰를 받으면서 리더들이 이해할 수 있게 비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있는 소위 통역자(interpretor)를 갖추어야 한다.

5) 5단계: 행동 유발, 장애물 제거

의사소통 및 의견 교환이 다 있고 나면, 이제 발표된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기간의 활동을 분석하여 보면,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루는 작업보다도, 그런 작업에 따른 다양한 장애물,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일이 된다. 이 과정에서도 기존의 변화 선도팀 팀원뿐만 아 니라 새로운 더 많은 교수들이 이 교육변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이 변화에 참여하게 되는가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6) 6단계: 단기적 성과를 만들어 냄

그러한 활동을 통하여, 작게 승리하고 초기에 승리하고 자주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초기에 작고 자주 있는 성과 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교육 개혁의 거대한 마스터 플랜은 이 단계까지 내놓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도자들 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작은 개혁들을 먼저 이루어 놓아, 그들로 하여금 개혁 그룹이 비현실적이고 말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헌신적이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변화에 회의적이고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교육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태도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도 이러한 초기의 작은 성과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던 사람들의 태도도 완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과는 적절한 시점에 의미 있게, 그리고 가시적으로 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교육변화의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7) 7단계: 변화의 정착 및 가속화, 행동을 모델화하기

일단 단기적 성과가 나타나고, 그에 따라 많은 교수들의 교육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 그러한 단기적 성과들을 계속 나오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새로운 교육 형식을 모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는 조직이 기존의 교육 관련 조직과는 별도의 독립적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의 프로그램은 기존 조직 안에서 일을 하지 말고 별도의 조직을 가지고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예를 들어 일반 교육 업무와 교육변화 업무는 다른 조직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내용들을 잘 홍보하며,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노력을 쉬지 않아야 한다. 이 단계가 일반적으로 학장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때 학장단에서 기억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a. 학장단이 직접 나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선도팀의 교수들이 이 일을 안정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건과 시스템을 만들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 b. 이런 일을 추진하는 전략 자체를 학장단이 직접 짜는데 매달리면 안 된다. 추진 전략도 참여 교수들이 내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 c. 기다려 주라. 모든 변화는 반드시 갈등과 어려움을 동반한다. 작은 문제들을 확대해석하고 과장하는 사람들을 경계하여야 한다.

  • d. 지원하라. 보상, 승진, 리더십 훈련, 학회 참석, 전략 계획 수립 책임 위임, 예산 지원, 행정 지원, 공간 지원, 인력 지원 등 일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학장단의 본질적 책임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관찰하고 비판하는 것은 다른 교수들도 다 한다.

물론, 이런 일곱 가지 단계가 모두 꼭 단계적이고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에는 이 일곱 가지가 몇 가지씩 묶여서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단계에 대한 이해는,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정리한 것이다.

사. 의학교육은 협상이다.

교육은 길고 지루한 협상이다. 아무리 교육변화의 명분이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변화는 누군가의 기득권, 다른 시각과 가치관, 또는 반대를 통한 자기존재감 과시의 욕구, 경쟁심 등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런 이유들이 교육변화를 반대하게 하며, 그래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교육변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늘 더 효과적인 협상을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협상에서 기억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하듯,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협상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 것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많은 경우에는 공동의 더 높은 목표를 확인하고,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두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물론 완전히 공평하게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교육에 있어서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공동의 더 높은 목표가 될 수 있다. 둘째,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안 하면 시간 낭비가 되고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실질적 권한이 없는 사람과 협상을 할 때에는 더 솔직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과 하게 될 협상에서 제시 할 수 있는 더 창조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셋째,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방해하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내하여야 한다. 최종적인 교육변화를 만들어 가는 길에는 직선도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멈추어 설 줄도 알고, 우회도로를 택하기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협상의 상대방을 높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낮추어 보면 안 된다. 전문가일수록 스스로 더 낮추는 겸손이 필요하다. 다섯째, 협상하는 상대방에 대하여 더 많이, 더 깊이 아는 것이 필요하다. 오해나 무지가 좋은 협상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서로 많이 알수록, 더 좋은 제3의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쉬워진다. 여섯째, 반대자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들이 새로운 체제 하에서 얻을 내용들을 설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교육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는 반대자를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차피 모든 사람을 다 설득하고 모두와 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에서 많은 교수들과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진 올바른 방향의 동의가 있게 되면, 반대하는 분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는 나누어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서 일은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결 론

의학교육의 변화를 추진하는 교수들뿐만 아니라 대학으로서도, 교육변화는 너무도 하고 싶으나 너무도 힘든 일이다. 일반적 으로 모든 변화의 시도가 중간에 좌절하는 것은 변화의 방향과 내용이 틀렸던 경우(20%) 보다는, 그 변화에 따랐던 갈등과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인 경우(80%)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의학교육 변화의 개념을 만들고 비전을 세우는 것은 차라리 쉬우나, 그에 따른 갈등들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갈등과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의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의 변혁자로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정립한 후에 그 일을 끝까지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사람만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둘째, 교육자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의학교육의 중요 역할을 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의사들이지 교육학 박사학위가 있는 분들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 영역 중에서도 매우 특수하고 전문적인 의학교육 영역에서의 활동은 결국 의사들이 담당하여야 할 몫이 크다. 그러므로 의학교육을 담당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더 하여야 한다. 셋째, 대학 안에서 인격적 신뢰를 받아야 한다. 대학 안에서 인격적 신뢰를 받는 사람만이 교육의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받는 신뢰가 변화의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각 대학마다 너무도 다른 상황과 여건 하에 있어, 의학교육 변화관리를 위한 어떤 마법의 탄환 같은 현명한 정답을 내 놓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작하는 말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그에 대한 키워드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내, 전문성, 인격적 신뢰일 것이다. 위험한 것은 이 열악한 의과대학의 교육 여건 속에서 명분을 가지고 교육 변화를 향한 혁명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위험한 것은 명분 없이 남과 같은 상태로 머무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의 학생들이 받는 교육은 무너지고 교수로서 우리의 삶과 존재 가치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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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I.

의학교육 세 주체의 장점과 단점 비교

학장단 교육전문가 교수들 일반교수들
개념 학장, 의료원장, 교육관련 부학장들, 임기를 가진 교육관련 위원회 위원장 등 대학 전체 교육에 대한 관심, 지속적 헌신, 교육에 대한 학습과 교육 관련 일을 수행하면서 교육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교수들 강의와 학생 실습 교육 등을 직접 담당하는 모든 교수들
장점 교육자원을 움직이고 교육 정책을 도입하여 시행할 수 있는 권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교육에 대한 꾸준한 열정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교육에서의 가장 큰 참여자
단점 임기가 정해져 있고 많은 경우에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선에 서지 못하며, 때로는 임기 초기에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일들에 비하여 우선순위에서 밀려 결국은 열정을 잃는 경우가 많음. 학교의 교육자원을 분배하거나 교육 정책을 도입할 권한을 가지지 못함. 때로는 교육에 대한 전문화가 지나쳐서 일반 교수들과 교육에 대한 의식에 괴리가 생길 수 있고 소위 게토화하여 자기들만의 생각과 세상을 가질 수 있음. 전문성이 부족하고, 교육에 관심도 없고, 교육에 관한 권한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