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1(1); 2009 > Article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에서의 교육과정 설계 탐색

Abstract

Outcome based education, a competence based approach at the cutting edge of curriculum development, offers a powerful and appealing way of reforming and managing medical education. The emphasis is on the product that is to say what sort of doctor will be producted rather than on the educational process. In outcome based education, the outcomes are clearly and unambiguously specified such as Tyler's curriculum design. The design of outcome based curriculum plans in the opposite direction, starting with the good doctor and working backwards. Outcome based curriculum offers many advantages as a way of achieving this. It emphasises relevance in the curriculum and accountabil-ity and can provide a clear and unambiguous framework for curriculum planning which has an intuitive appeal. It encourages the faculty and student to share responsibility for learning and it can guide the assessment.

서 론

목적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는 것은 당신이 도착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당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래서 당신은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 당신은 항상 정도를 갈 수 있게 된다. Stephen R. Covey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다루어 온 지식은 서로 구분된 ‘교과’를 통해서 제공되어 왔다.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막대한 양의 지식은 교수(teaching)의 편리를 위해서 어떻게든 쪼개어 질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교과’는 많은 양의 지식을 쪼개어 다루기 쉽고 비교적 일관적인 학습 영역으로 조직하는 하나의 틀로서 등장하였다. 그러나 지식기반사회라는 새로운 사회적 조건 속에서 학교 교육과정이 분과적인‘교과중심’으로만 설계되는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소경희, 2006).
지식기반사회에서 강조하는 ‘지식’의 성격은 학교교육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초래하였다. 학문적 맥락에서 추출된 서로 구분되고 위계화된,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성이 확보된 지식에 대한 이해보다는 끊임없이 실제의 맥락에 적합한 지식을 생성하고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competency)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초학문적, 맥락적 접근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분과적인 교과중심의 교육만으로는 길러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교과중심의 전통적인 교육과정 설계에 변화가 요청되었다 (OECD, 2003). 이러한 요청은 중등교육이나 의과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바램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이 교과중심의 설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 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Pring(1995)은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교과는 그 나름의 역사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책들이 교과의 틀에 의해 분류되어 왔으며 학과, 교수집단, 학회 등도 이 틀에 따라 형성되어 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교과가 더 세분되거나 새로 운 교과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학교에서의 교과목록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둘째, 교과는 각각 구분되는‘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상대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교과는 지식을 임의적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서로 구분되는 아이 디어나 개념, 탐구양식, 진리의 검증방식 등에 의해 구분된 것으로 논리적으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 속에서 학교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은 오랫동안 ‘교과’에 기반하여 설계되어 왔으며 지식 전달에 그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변화에 따른 교육개혁 흐름은 종래의 학교교육이 고수해온 교과중심 교육과정의 지식전달 교육으로는 학생들을 최근의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적응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비판한다(VCAA, 2005). 또한 최근 학자들의 논의에 따르면 지식기반사회의 지배적인 특징은 산업사회에서 기대해왔던 것과는 다른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소경희, 2007). 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기반사회라는 사회적 실제는 학교에 서 다루어야 할 지식의 성격과 학교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는 의학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 의학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성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한국의학교육평가원, 2008), 그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이나 연구는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학습성과에 대한 국내외 연구 사례들을 고찰함으로써 학습성과 또는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하 글에서는 의학교육 분야에서 사회변화에 대한 요구가 교육과정 설계방식과 관련해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교육과정 설계와 다른 대안적인 교육과정, 즉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의 방향은 무엇이고 그 장점이 무엇인지 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본 론

1. 학습성과중심교육의 개념

1970년대 미국의 많은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이 단순히 학점을 축적해 나가는 대신에 무엇인가를 하는데‘능숙하게’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혁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것이 소위 역량기반 교육개혁(competence based model)의 핵심이다 (Dent & Harden, 2001). 이러한 개혁의 영향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영국의 Dundee 의과대학, 미국의 Brown 의과대학, Mayo 의과대학, 파키스탄의 Aga Khan 의과대학, 싱가포르의 Yong Loo Lin 의과대학 등 세계 몇몇 의과대학이 학습성과중심교육 (outcome based education) 개념을 받아들였으며(Davis et al, 2007; Harden, 2007),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 캐나다 의사협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 졸업후의학교육 인증평가 원(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ation), 미국의사협회(General Medical Council), 등 의학교육 학회나 협회들도 학습성과를 개발하고 일선 현장에 전달하는 데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Marger et al, 2007; Swing, 2007).
Cumming & Ross(2007)는 학습성과(outcome), 수업목표 (learning objective), 역량(competence) 등의 개념을 각각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수업목표는 교수자 입장에서 ‘교수자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두며 학습이수단위 에 따라 프로그램의 특정 요소들과 관계된 별개의 수업항목들 (items)을 기술하는 반면, 학습성과는 가르치는 교수자에 의해 결정되고 기술된다는 점에서는 수업목표와 같지만, 목표 달성 시점을 졸업시점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업목표와 차이가 있다. 즉, 학습성과는‘학습자가 졸업 당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역량은 교수자의 입장보다는 학습자 또는 졸업생들에 의해 습득되고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기술된다. 성공적으로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졸업생들은 규정된 졸업역량(graduation competency) 을 달성해야만 한다. 여기서 역량이 학습성과 개념과 같이‘졸업 시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학습성과와 동일한 의미로 간주된다. 본 논문에서도 학습성과와 역량을 같은 의미로 본다.
역량은 본래 직업교육이나 훈련 분야 또는 성인학습 분야에서 논의되어 온 것으로 숙달하고자 하는 직무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는 것과 관련된 개념이다. 역량은 1970년대 초 사회심리학자인 McClelland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전통적인 시험점수가 실제 직업에서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역량중심교육, 역량중심교육과정, 역량중심평가 등과 같이 직업교육분야에서 역량중심모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소경희, 2006). Spencer & Spencer(1993)에 의하면, 역량에는 동기, 특질, 자아개념, 지식, 기술 등 5가지 유형이 있다. 이 가운데 지식과 기술은 눈으로 확인가능하고, 개발이 용이하여 훈련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자아개념, 특질, 동기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개발하거나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인간내면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학습성 과중심교육과정은 지금까지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잠재적 역량, 예컨대 자아개념, 특질, 동기 등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반영 하는 교육과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 방향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는 3단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첫째는 바라는 결과확인하기, 둘째는 수용가능한 증거결정하기, 셋째는 학습경험과 수업계획하기가 그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교육과정 설계 방식(Flexner model)에서 보면 그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Dent & Harden, 2001). 왜 순서를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설계가 가지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Wiggins & McTighe, 2008).

가. 바라는 결과 확인하기:1단계

학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가? 교육과정 설계 1단계에서는 목표를 고려하고 설정된 내용 기준을 설명하며 교육과정의 기대를 검토한다. 일반적으로 교수자는 가능한 시간 안에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가지 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다수 교수자들은 바라는 결과, 즉 산출에서 암시하는 것으로부터 수단을 찾기보다는 교과서, 전통적인 활동, 친숙한 단시 수업(lesson)에 초점을 두고 그것들로부터 수업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서 대다수 교사들은‘학습 (learning)’이 아니라‘교수(teaching)’에 초점을 맞춘다. 교수자는 학습자가 학습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를 우선 고려하지 않고 교수자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자료를 사용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도록 요구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교육과정 설계과 정의 첫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교수자가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학습의 순위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 수용가능한 증거 결정하기:2단계

교육과정 설계 2단계는 만약 학생들이 바람직한 결과를 성취 했다면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학생들의 이해와 능숙함에 대한 증거로서 우리는 무엇을 수용할 수 있는가? 등의 물음의 답을 찾는 단계이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것 은 단순히 일련의 무의미한 학습활동이나 피상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문서에서 요구하는 수집된 평가 증거 (standards)에 따라 단원이나 코스에 대해 생각하고 바람직한 학습이 성취되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특정 한 단원이나 단시수업을 설계하기 전에 교수자와 교육과정 계획자가 우선‘평가자처럼’사고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바람직한 이해를 얻었는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 단계에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 학습 경험과 수업계획하기:3단계

교육과정 설계 3단계는 분명히 입증된 결과와 적절한 이해에 대한 증거를 염두에 두고 가장 적절한 수업활동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몇 가지 주요 질문을 고려해 야 한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바라는 결과를 성취하고 효과적으 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지식과 기능들이 필요한가?, 어떠한 활동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능에 적합한가?, 무엇을 가르칠 필요가 있고 코치해야 하는가?, 수행목표에 비추어서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최상인가? 어떤 자료와 자원이 이러한 목표를 성 취하는데 가장 적절한가? 등의 물음이 그것이다.
수업계획, 즉 교수방법에 대한 선택, 단시수업의 계열 그리고 자원 자료 등 바라는 결과와 평가 등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야 비로소 학생들은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고 바라는 결과와 평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때 교수(teaching)는 결과에 대한 수단이된다. ‘ 분명한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수업계획하기에서 중심을 분명히 하도록 돕는 것이고 의도된 결과를 향한 유목적 적인 행위를 안내하는 것과 같다.
위에서 살펴본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 3단계는 의학교육 분야에서 플렉스너 모델로 알려져 있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방향(backward)’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교육과정 설계자는 특정 토픽을 다루는 하나의 단시수업을 기초로 하여, 자원을 선택하며, 토픽과 자원에 기초한 구체적인 교수방법을 선택하고, 그것에 의해 학습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 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시험을 치룬다.
그러나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자는 교육에서 바라는 최종결과를 염두에 두고 시작해서 그 최종결과를 향해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다시 말하여, 바라는 결과에서 시작해서 그 결과가 성취되었다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교육과정 설계의 관점과는 반대되는 논리를 갖는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내용이나 방법과 같은 투입요인보다는 최종적으로 바라는 결과 즉, 산출(product)에 초점을 둔다. 이것을 질문으로 바꾸어 말하면, 교수자는‘교수자가 어떤 수업방법과 자료를 이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의 결과로 무엇을 알고 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는 목적적 이고 의도적인 과제분석(task analysis)과 그 프로세스가 유사하다. 과제분석시 고려해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효과적으로 학생들이 수행하도록 하려면 학생들은 무엇을 숙달해야만 하는 가?, 단순한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능, 이해를 가지고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을 실제로 획득하는 현장에서의 증거로서 무엇을 고려하여야 하는가?, 학습 자의 능력이 개발되기 위해서 학습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 가?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 는 교수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평가(assessment)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는 우리에게 하나의 학습단원의 결론에 근 접하게 평가를 창조하는 것보다 단원이나 코스를 계획하기 시작 할 때 평가 증거라는 관점에 우리의 목적이나 기준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기를 요구한다.
바람직한 학습에 초점을 두는 이러한 교육과정 설계는 급진적 인 것도 아니며, 더욱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50년 전 Tyler (1949)는 역방향 설계의 논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하고 간결하게 기술하였다.
교육적인 목표는 자료의 선택, 내용의 개요나 윤곽, 수업 의 절차 개발, 시험과 검사 준비에 대한 준거가 된다. …… 목표들을 진술하는 의도는 수업활동이 이러한 목표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계획되고 개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 야기되는 학생들의 변화의 종류를 나타내는 것이다.
객관적 설계 모형인 타일러의 교육과정 설계는 의학교육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설계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Burke, 1995). 타일러는 교육목표라는 개념을 교육프로그램의 세부사항까지 관련시키고 행동요소를 도입하여 상세하고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설정하였다. 타일러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은 Southern Illinois의과대학은 1976년 808쪽에 달하는 의학교육의 학습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진술된 학습목표는 무엇을 왜 배워야만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설명이 없었다. 학습목표는 기대되는 의사의 상과 의사의 전문적 능력 을 포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Harden, 2007).
1999년 Medical Teacher 저널에서는 학습성과중심교육에 대한 주제를 특집으로 실었다(Harden, et al., 1999). 이때 소개되었 던 내용은 대부분 의학교육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과정에 서의 변화를 강조한 것으로‘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기를 기대하는가?’‘학습과정은 학생들이 학습성과를 성취하기 위해서 진행 되고 있는가?’등의 문제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 과정 설계의 방향이 가르치고 배우는‘교수-학습 방법’에서 그 강조점이‘학습결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1999년 학습성과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된 이후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상당한 진보가 있어 왔다. 2002년 스코트랜드의 5개 의학대학이 12개의 학습성과에 합의를 이룸으로써 Scottish Doctor 모델이 개발되었고(Simpson et al 2002), 2007년 Medical Teacher 저널은 다시 한번 학습성과중심교육을 주제로 다루었다.
유럽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혁은 1999년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29개국 교육부장관 31인이 공동 서명한 선언서, 일명‘볼로냐 선언’은 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유럽 의과대학의 학부 프로그램의 개혁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의 대표적인 성과물이 Tuning Project이다(Cumming & Ross, 2007). 2002년부터 시작된 Tuning Project는 학습성과 구조의 검토, 새로운 초안 설정, 초안 검토를 위한 워크숍 개최, 온라인을 통한 의견 조사, 전문패널에 의한 의견 수렴, MEDINE 네트워크에 의한 학습성과 승인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Tuning Project 소책자가 발간되었다 (Cumming & Ross, 2008). 미국은 졸업후 의학교육 인증평가에서 학습성과 개념을 도입하여 1998년부터 학습성과중심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전공의 교육을 향상시키고자 도입한 이 평가방 법은 전공의들의 수행(performance)을 신뢰롭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위 Outcome Project라고 불리는 미국의 졸업후 의학교육 인증평가는 학습성 과중심평가로써 의사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Harden, 2007; Swing, 2007).

3.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의 장점

Harden(2007)은 의학교육에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을 적용 시켰을 때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가. 관계성(Relevance)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능력 향상을 위해서 교육과정과 병원 실습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는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직업전문성(professionalism) 예를 들어, 정보화교육, 건강증진, 태도교육, 의 사소통능력 등을 강조한다. 또한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학습의 수준을 단계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기계적인 학습방법을 지양하고 높은 수준의 학습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 움을 준다.

나. 논쟁(Controversy)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의 본질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들 을 언급하는 데 그 초점이 있다. O'Neil(1994)이 말한 바와 같이,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의학교육프로그램의 목표가 무엇인 지, 그리고 어떤 의사들을 우리가 배출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의학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질문한다.

다. 수용성(Acceptability)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대부분의 교육자들에게 친숙하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과정 설계 중에 하나이다. 학습성과 중심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알기를 원하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기 때문에 직관적 매력을 가지며, 교사가 전문적이고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라. 명료성(Clarity)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의 개념은 상당히 이해하기 쉽다. 이는 교육학적 전문용어로 국한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명백한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행동용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을 평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마. 교육과정 간 유기적 연결(Provision of framework)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교육과정에 대해 강력하고 확고한 틀을 제공하는데 이는 교육과정의 요소들을 통합하는데 도움을 주고 단편적으로 쪼개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교육과정이 학습성과에 의해 하나로 연결됨으로써 교수자는 물론이고 학 생까지 전체적인 교육과정이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학습경험과 교육방법, 그리고 평가방법을 결정하는데 도움 을 준다. 또한 의예과과정, 의학과정, 졸업후의학과정 사이의 연속적 관계를 갖도록 한다.

바. 자기주도성(Self directed learning)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학습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갖도록 장려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공부를 계획 하고 발달 상황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틀을 제공한다.

사. 유연성(Flexibility)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유연성 있는 접근방식이다. 교육전 략이나 수업과정의 형식이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학습성과의 수준 등을 조정할 수 있다.

결 론

최근 의학교육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변화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그 변화라는 것은 의학과 의료에서 급속한 발전과 정보기술의 진보, 세계화, 의사에 대한 대중의 기대 등에 대한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교육과정 분야에서의 변화는 무엇인가? 교육과 정 분야에서 대표적인 변화의 움직임은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의학교육에서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의과대학 학부/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그 학생들이 어느 정도 성취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학생이 달성한 정도의 질에 초점을 둔 교육과정이다. 학습성과는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태도와 습관의 변화를 포함한 수업목표에 진술된 것은 어떤 것이든 모두 해당될 수 있다(채수진 외, 2005). 한국의 의과대학생들 이 배워야 하는 내용과 미국의 의과대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졸업 당시 학생들이 어떤 수준과 능력을 갖출 것인가가 하는 점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즉 의학교육에서 말하는 학습성과는 의과대학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결과로 학생들이 졸업 당시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여 주기를 바라는 일종의 졸업 역량으로 그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교수자, 학생, 고용주, 학부모 등 이 해관계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교육과정 설계이며 교육적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Harden, 2007). 그러나 학습성과중심교육 과정 설계는 종래의 교과중심교육과정 설계의 입장에서 보면 급진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은 교과 ‘영역’위주로 구성되어 왔던 전통적인 교육과정과 비교해 볼 때 그 구성 요소 상에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며 특히, 교육과정 설계의 틀로서 교과와 관련된 집단의 저항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육과정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학생들 이 학교 교육과정으로부터 배우기를 바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학생들이 기대하는 학습에 도달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Dent & Harden, 2001).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의하면, 학습중심교육과정을 국내 의과대학에 적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견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학습중심교육과정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의 한계는 먼저‘학습성과’의 성격으로부터 나온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학습성과를 합의하고 교육과정을 연구한 국외 대학과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학습성과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의학적 자질뿐만 아니라 비의학적 자질을 포함하는 학습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시급히 연구되어야 한다.
본 논문은 최근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의 개념을 파악하여 국내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학습성과에 대한 경험이나 개발된 사례가 많지 않아 국내 의과대학에서 호응을 얻 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를 시작으로 학습성과중심교육과정이 실제 학습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행될 수 있 는가에 대한 추후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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