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육의 디지털 도약: 디지털 전환의 과정과 도전
Digital Innovation in Medical Education: The Process and Challenges of Digital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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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igital transformation in medical education has emerged as a critical driver of educational innovation, but it also presents several challenges and issues. This exploratory study was conducted in preparation for a digital leap in medical education, critically examining the meaning and process of digital transformation in medical schools in Korea. The process of digital transformation has been divided into digitization, digitalization, and digital transformation, reflecting the progressive course of medical education. The educational approaches involving digital transformation in medical education are described in this study, differentiating between learner-centered adaptive learning, experience-based immersive learning environments, and the integration of assessment and learning. Additionally, the educational potential of emerging technologies, such as large language models, cloud computing, and blockchain, is explored. The constraints on digital transformation in medical education include the limitations of the digitalization process of educational materials, lack of empirical evidence on the educational effectiveness of digital tools, unpreparedness of stakeholders, and ethical, physical, and psychological issues. The conclusion emphasizes that digital transformation should not be a temporary measure, but a true advancement in education, highlighting the importance of learning design based on educational needs to increase effectiveness. It also highlights the ethical use of digital tools and the creation of a safe learning environment based on fairness and trust in the digital transformation process. Finally, it underscores the significance of flexible curriculum design driven by educational needs, interdisciplinary approaches, and the evaluation and dissemination of digitalization initiatives.
서론
디지털 기술이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모든 일상에 반영되면서, 이러한 도구들이 의학교육에 어떻게 활용되고,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 혹은 학문적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1].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 논의는 기본의학 교육과정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을 교육도구로 활용한 에듀테크(EdTech, Educational Technology)의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의과대학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습득해야 할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에 따라 교육과정이 변화하는 것이 한 축을 이루며, 다른 한 축은 이러한 학습성과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나 전략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이다.
최근 몇 년간 의료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빅데이터, 로봇수술, 원격의료 등 데이터 기반의 기술이 진단과 치료에 지속적으로 도입되면서 의과대학은 학생들이 전통적인 의료 기술뿐만 아니라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2-5]. 특히 환자 데이터 관리, 원격진료, 디지털 건강기록 등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대학 교육에서 이러한 자료를 해석하며 활용하는 의료정보 처리 역량도 강조되고 있다[6,7].
디지털 기술이 교수전략이나 방법에 적용된 에듀테크 연구로는 시뮬레이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AI 기술이 교수법, 학습평가, 교수학습 지원 등에 도입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8,9]. 이러한 연구들은 디지털 기술의 적용 가능성, 해당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과 만족도, 기존 교육방식과의 비교, 디지털 기술 적용 시의 한계와 문제점 등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에듀테크의 활용과 효과[10], 임상의학 교육을 위한 ChatGPT의 활용사례[11], AI 개발현황에 따른 의학교육의 방향성[12],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학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교수법으로서의 플립러닝[13] 등 문헌을 통한 탐색과 디지털 기술을 교육현장에 적용한 사례보고가 있다.
교육에서의 기술의 활용에 관한 SAMR 모델(Substitution, Augmentation, Modification, Redefinition Model)에 따르면, 기술은 처음에는 기존 것을 단순히 대체하다가(substitution), 도구나 방법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단계(augmentation)로 진보하며, 이후에는 기술을 사용하여 학습활동의 설계 자체를 변화시키고(modification), 최종적으로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학습경험을 창출하는 단계(redefinition)에 이르게 된다[14]. 이에 따르면 과거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은 주로 자료나 도구를 대체하거나 강화하는 형태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일부 선진 교육기관에서 AI와 같은 사용자 적응적인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학습활동을 변형하거나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의료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동력이 되어왔다. 갑작스럽게 닥친 COVID-19 팬데믹은 디지털 도구의 도입에 대한 심리적·실질적 장벽을 허물며, 디지털 기술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전례 없는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변혁적 잠재력을 부각시키며,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보다 분명하게 인식되도록 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의학교육은 단순히 기술 적용을 넘어 교육의 시스템 변화 속에 교수학습을 재설계 해야 할 과제를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는 기술 혁신의 속도와 양상이 빠르고 다양하여 특정할 수는 없으나, 종국에는 지금과는 다른 교육시스템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변환 과정에서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 개별화 접근, 다양한 학습지원 도구 등의 장점뿐만 아니라 신체적 부작용, 기술 의존도의 심화, 잘못된 정보와 책임의 문제 등 여러 층위의 역기능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 디지털 기술의 인간 대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 맥락에서 디지털 활용의 쟁점에 대한 반성적 탐구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외 의과대학에서는 전체 혹은 일부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가상 현미경 과정(virtual microscope course)과 가상 환자를 활용해 학습을 보강하는 다양한 리소스를 개발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 관련 연구는 특정 기술의 도입이나 단일 사례 연구(예: VR, AI, ChatGPT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술이 의학교육 전반의 구조와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활용의 주체는 누구이며, 결과적으로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디지털 전환의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이고, 이러한 방향에 부합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탐색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의학교육의 방향성을 탐구하기 위해 서술적 문헌고찰(narrative review)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변화 과정, 핵심 기술의 의학교육 적용 가능성,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제한요소와 도전과제를 도출하였다. 또한 학습자 중심의 역량 기반 교육을 지향하는 현재의 교육과정이 디지털화(digitization), 디지털화 과정(digitalization),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개념적 틀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논의하였다.
문헌고찰 방법
본 연구의 방법은 서술적 문헌고찰(narrative review)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주제에 대한 개괄적 이해와 학술적 담론 형성을 목적으로 (1)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문제 제시, (2) 데이터 관련 문헌 검색, (3) 문헌의 공통된 주제나 관점을 기반으로 분류, (4) 주요 결과와 논의를 통한 학문적 통찰과 논점을 제시하는 단계를 거친다[15]. 서술적 문헌고찰은 체계적 문헌고찰에 비해 절차가 덜 엄격하지만, 해당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연구자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초기 연구단계에 넒은 맥락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초 문헌검색을 위해 PubMed (Medline)를 활용하였다. 검색은 영어 자료 중 전문가 학술심사(peer reviewed)를 거치고 초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제한하였다. 1차 검색은 (Digital Transformation OR Digitization OR Digitalization) AND SU (Medical Education OR Medical School OR Medical Students OR Medical Curriculum OR Medical Student Education OR Clinical Education)을 검색어로 사용하여,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총 167개의 자료를 확인하였다. 2차 검색에서는 대상을 의과대학 학부 교육과정으로 한정하였으며, 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MeSH (Medical Subject Headings) 용어를 조합하여 (Education, Medical, Undergraduate) AND (Digital Technology OR Big Data OR Artificial Intelligence OR Virtual Reality)를 검색어로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1987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현재까지 총 307편의 자료를 검색하였다. 문헌검색을 통해 도출한 자료는 제목과 초록을 검토하여 연구주제와의 적합성을 판단하였으며, 적합하다고 판단된 자료는 전문을 검토하였다. 또한 눈덩이 기법을 활용하여 참고문헌을 추가로 검색하여 범위를 확대하였다(Figure 1).
검색된 자료 중 검토대상은 본 연구목적을 고려하여 (1) 의과대학 교육의 맥락, (2) 디지털 전환을 통한 교육과정 또는 교수학습 활동, (3) 디지털 전환의 학습환경의 변화를 논의한 연구로 사례, 실험연구, 시론, 문헌고찰 등의 다양한 방식의 연구를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1) 특정 디지털 기술에만 한정하여 교육에 적용한 사례, (2)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관한 구성원의 의견조사, (3) 교육이 아닌 보건의료, (4) 특정 국가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시론, (5) 개발도상국가의 사례 등은 제외되었다. 최근 국내에서 디지털 기술을 의학교육에 적용한 사례나 문헌고찰 등의 연구는 본 연구의 배제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내 맥락에 대한 이해를 고려하여 포함하였다. 검토한 문헌들은 연구문제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주제의 범주를 만들고, 다시 범주에 따라 논문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해당 주제의 관점을 도출하였다. 결과적으로 분류된 주제는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과정,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과 테크놀로지, 디지털 전환의 제한과 도전이다.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향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과 방향성을 탐색하였다.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과정
최근 여러 학문 분야에서 기존의 디지털화 혹은 디지털화 과정과 디지털 전환의 개념적 차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16,17].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학교육에서는 주로 강의노트, 진료기록, 평가자료 등을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하여 온라인에서 접근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서울대학교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 초기의 진료 전산화 노력과 함께, 의학연구 및 교육자료를 컴퓨터로 저장하거나 관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18]. 의학교육에서 디지털화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이 시기는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고 CD-ROM (compact disc read only memory) 기술이 도입되면서,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여 자료를 저장하고 배포할 수 있었다.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1990년대 후반 복잡한 해부학적 이미지, 동영상, 음성을 통합한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국내 학술지를 통해 처음 보고되었다[19].
디지털화 과정은 자료의 저장과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디지털화된 텍스트에서 검색이나 자동교정을 수행하는 도구들을 포함한다. 디지털 기술로 기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범용화되고, 사용자 참여형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디지털화 된 교육자료의 검색과 교정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의학교육에서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을 통해 학습자료의 배포를 간소화할 수 있었다[20].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Moodle (https://moodle.org/)을 활용하여 생리학, 병리학 강의자료와 시험문제를 디지털화하고, 학생 성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개인화된 학습계획을 제공했다[21]. 국내에서는 모 의과대학에서 디지털 자료의 공유,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촉진, 출석 점검과 일정관리, 평가의 자동화와 피드백을 위한 e-러닝 지원시스템으로 LMS와 computer-based training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가 2012년도에 국내 학술지에 보고되었다[22].
디지털 전환은 여러 디지털 시스템 간의 상호 연결을 통해 새로운 모델이나 생태계를 구축하는 포괄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비즈니스모델, 교육방식, 조직전략 등 광범위한 적용범위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23].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을 활용하여 교육시스템을 혁신하고, 교육방식과 학습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대 이후 교육에서 기술 통합 또는 혁신적 기술을 설계하여 학습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기술 강화 학습(technology enhanced learning)이란 용어로 불려지기도 하였다[24].
의학교육에서는 2010년 이후 스마트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통합되면서 학습자-적응적(learner adaptive) 학습과 실감형 학습(realistic learning) 설계가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것은 AI를 기반으로 한 학습자 맞춤형 시스템과 V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활용한 몰입형 학습체험(immersive learning experience)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AI에 지도화된 학습을 통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사례에 대하여 학습자 맞춤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개인화된 학습경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11]. 임상에서는 VR 혹은 AR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의학교육의 비대면 실습 한계를 극복하며, 실재감 있는 학습환경을 구성할 수 있었다. VR 기반 수술 시뮬레이터 교육에서 전공의와 학생들은 가상환경에서 수술절차를 연습할 수 있어 실제 수술에 앞서 복잡한 외과적 기술을 숙달할 수 있었다[25].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AI 기반 교육 기술의 적용과 VR과 AR의 활용은 교육 혁신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소수의 실험적 사례로만 보고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COVID-19 팬데믹은 교육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26,27] 의학교육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면 수업과 실습이 제한되면서 원격학습과 가상실습이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Zoom, Microsoft Teams와 같은 원격회의 플랫폼은 대규모 비대면 강의와 협업을 가능하게 했으며 시험과 평가 역시 일부 온라인 디지털 방식이 시도되었다. COVID-19 팬데믹은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가속화하고, 원격학습과 가상실습이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대체수단을 넘어 의학교육에서 보완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가 공개되면서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상용화되고, 교육에서의 AI는 특별한 사례가 아닌 범용화된 기술로 무한한 활용의 장을 열었다. 디지털 전환의 일반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과 테크놀로지
1.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의 접근방식
디지털 전환의 목표는 새로운 학습경험을 창출하는 것으로,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교육의 접근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교육의 접근방식은 시대적 요구와 이론적 배경, 기술적 구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교육은 행동주의에서 인지주의, 그리고 구성주의로 발전해 왔으며, 현대 의학교육은 구성주의를 기반으로 사회적 구성주의, 역량 기반 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 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 등의 응용이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교육이론을 통해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학습자 중심의 적응적 학습[2,7,28-30], 경험 중심의 몰입형 학습환경[7,14], 실시간의 계속적 평가와 학습의 통합[2,10,29]의 세 가지 방향성을 지향한다.
1) 학생 중심의 적응적 학습(learner-centered adaptive learning)
학습자 중심(learner-centered)의 교육은 학습자가 교수-학습 과정의 중심에 있으며, 학습자의 필요와 선호도를 고려하는 접근을 말한다. 이에 비교하여 적응적 학습은 학습자 개개인의 학습속도, 이해수준, 선호도 등에 맞춰 학습내용을 조정하는 방식이다[31]. 전통적인 교육이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학생들이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수동적으로 강의나 교재에 의존한 형태라고 한다면, 새로운 형태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학습경로를 선택하며, 학습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20년 보고서 미래의 학교: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교육모델 정의(The school of the future: defining a new education model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교육 4.0 (Education 4.0)에서 8가지 핵심 변화 중 기술(technology)과 학습자의 개인화 및 자기주도적 학습(personalized and self-paced learning)을 각각 언급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학습자 중심의 적응적 학습은 대표적으로 AI와 LLM 등의 기술 기반 교육시스템을 통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LM 등의 기술기반 교육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학습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습자 개별적으로 필요한 학습자료나 강의, 활동 등을 제안하고, 학습자의 응답을 분석하여 다음 교육 컨텐츠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학습플랫폼 등의 형태로 실현 가능하다.
2) 경험 중심-몰입형 학습환경(experience-centered immersive learning environment)
의학교육에서 전통적인 학습방식은 학습자가 먼저 이론을 강의실에서 배우고, 의학과 3, 4학년 때 제한된 실습시간 동안만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형태이다. 그동안 의과대학 교육은 구성주의 이론과 전문성 개발을 기반으로 하여 학습자의 개인적 의미 구성과 성찰을 강조하지만, 실제 사례 기반 학습은 종종 텍스트로만 제공되고, 환자안전의 문제로 임상실습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점점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현재 여러 실험적 연구에서 VR을 통해 실재감 있는 학습환경의 조성으로 극복 가능하다. 구체적인 예로 VR에서 방사선 종양학 진료의 실제 상황과 유사한 치료를 환자 관점에서 체험하도록 지원하여 몰입감을 높이고[32], 해부학적 구조가 중요한 외과계열에서는 VR을 활용해 인체의 내부구조를 탐색할 수 있고[33], 가상환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진단과 치료를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보고되었다[34,35]. 이외에도 증강현실은 의료 맥락에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여 학습자들로 하여금 학습의 직관성과 흥미를 증가시켜 실재감을 보강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 대한외과학회에서 1개 의과대학의 VR을 이용한 교육의 실제–해부학 실습의 예가 발표되어 그 가능성을 확인한 적이 있다[36]. 경험 중심의 몰입형 학습환경은 현재의 시뮬레이션 기술에 AI 등이 탑재된 학습 플랫폼 등이 결합되면서 학습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학습자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실시간의 계속적 평가와 학습의 통합(integration of assessment and learning)
전통적인 의과대학의 학습평가는 수업 후 말미에 별개로 진행되며 학습자의 성취도를 측정하여 보고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평가의 과정과 결과는 학생들의 학습 개선에 활용되지 않아 학생들의 실질적인 역량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하여 평가가 학습의 과정으로 통합되는 경우는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 평가와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습 과정과 결과를 연계함으로써 성과 기반의 지속적인 학습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제한된 인력과 시공간적 제약 속에서는 어려운 일이었으나, 학습자 맞춤형 시스템 등이 구현된다면 AI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패턴을 분석하며 피드백을 제공하고[10,29], 학습자의 성과를 바탕으로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10].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하여 적절하게 구성된 LMS를 이용하면 교수학습 상황에서 온라인 퀴즈와 자동평가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으며, 상시 기록되는 포트폴리오에 기반하여 평가가 가능하다. 평가와 학습이 통합되면서 평가는 학습자 진단을 위해 진단 평가, 피드백과 개선을 위한 형성평가 등 학습의 개선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2. 디지털 전환 시대의 테크놀로지
2023년에 발표된 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서지분석에 따르면[26], 디지털 전환이 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최근 10년으로, 대부분 IT 기술을 온라인에서 실현한 혼합형 학습(e-learning, m-learning 등)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AI, 빅데이터(big data)에 이어 OpenAI의 ChatGPT 같은 LLM으로 확대되면서 디지털 전환의 사례와 가능성이 폭넓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인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의 교육적 활용은 미흡한 형편이다.
1)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기존의 AI 시스템이 주로 특정한 규칙이나 좁은 범위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정형화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반해, LLM 모델은 언어의 패턴과 문맥을 이해하고 유연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LLM의 의학교육 적용 가능성은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3년 연구에서 ChatGPT가 미국 의사면허시험(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의 모든 필기 단계를 인간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 합격선을 넘어서며 상당 부분 불식되었다[37]. 국내에서는 2023년 일반외과 전문의 시험문제에 대하여 GPT-3.5는 정확도 46.8%, GPT-4는 76.4%의 정확도가 보고되면서[38], 이를 기반으로 외과 교육과 훈련에서 GPT-4의 활용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OpenAI의 ChatGPT 이전의 AI를 이용한 의학교육은 문제은행에서 답을 찾거나 기초적인 대화를 지원하는 챗봇 기술에 한정적이었다면, LLM은 교육과정, 교수, 평가, 연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39]. 2022년 11월 공개된 OpenAI의 ChatGPT는 교수학습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화된 학습도구로의 활용이 돋보인다. 학생들은 질문을 하고,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면서 복잡한 개념의 간단한 설명 등 다양한 학습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교수자는 시험문제 생성, 과제 피드백 자동화, 강의자료 제작 등의 작업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40]. 이외에도 교육과정 개발과 교수방법, 개별화된 학습계획과 학습자료, 측정과 평가, 의학연구 및 문헌분석, 프로그램 모니터링과 평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교육적 시스템 내에서 활용범위를 확장하고 있다[40,41]. OpenAI는 현재 텍스트, 이미지, 음성, 실시간 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LLM이 발전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각각의 데이터 유형에서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결합하여 더 정확하고 다양한 형태의 응답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의 수준과 적용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의 확대에도 OpenAI는 학습자와 교수자를 비롯한 인간의 상호작용이 축소되면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의학교육은 단순한 기술적 지식전달을 넘어 환자와의 상호작용,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등을 포함해야 하는데, OpenAI에 대한 학습자의 과도한 의존은 이러한 인간적 상호작용과 현장 문제해결능력의 개발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학습도구는 교수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교수자가 제공할 수 있는 동기 부여와 개별적 피드백의 중요성이 간과될 위험이 있다.
2) 클라우드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 저장, 애플리케이션 실행, 컴퓨팅 자원 제공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42,43]. 의학교육에서 데이터 저장, 학습관리, 협업 강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Moodle, Canvas, Google Classroom 등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은 강의자료 업로드, 학습 진행상황 추적, 과제 제출 및 평가를 지원하며, Google Drive, Microsoft 365, Dropbox 등의 도구는 그룹 기반 학습과 자료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VR 플랫폼은 해부학 실습이나 외과 시뮬레이션을 제공함으로써 몰입형 학습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44]. 클라우드 컴퓨팅은 학습 데이터를 중앙에서 수집·분석하여 개인화된 학습경로를 설계하고, AI를 통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클라우드는 데이터 중심 학습환경을 지원하며, 글로벌 접근성을 제공하고, 학습방법의 다양화와 개인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43].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러 제한적 요소로 교육적 가능성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온프레미스(on-premises) 방식의 LMS를 통해 학습자료 관리, 과제 제출, 시험관리 등 특정 기능만 수행하고 있어 클라우드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시스템은 인터넷 서비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안정적 연결이 필수적이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유지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학습 데이터를 다루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데이터 유출 및 해킹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데이터 소유권과 접근 제어에서 대학이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특정 벤더에 종속되는 벤더 잠금(vendor lock-in)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이러한 제약요소가 해결된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3) 블록체인
블록체인(blockchain)은 데이터를 분산 네트워크에 안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방식으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 기록이나 데이터를 중앙서버가 아닌 여러 노드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보안성과 투명성을 제공하며, 블록체인의 데이터는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가 동일하게 공유하고 검증할 수 있어 신뢰성이 높다.
교육에서는 졸업증명서, 수료증, 자격증 등을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위조를 방지하고 신뢰성을 강화하며, 학습기록 관리에서 학생의 학습이력과 평가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할 때 교육기관 간 데이터 공유가 쉬워져 대학 간 교류나 협력프로그램에 유리하다. 학습자료와 강의 콘텐츠를 블록체인에 등록하여 원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해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통합 관리·분석하여 맞춤형 학습계획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의학교육에서 블록체인 활용의 구체적인 사례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 Cabrera 등[45]은 블록체인 기술을 의학교육 분야에 적용하여 교육시스템을 혁신할 가능성을 논의한 바 있다. 저자들은 이 기술을 통해 정보와 교육 자산의 관리 및 공유방식이 기존의 계층적 구조에서 탈피하여 더 분산되고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학습의 분산형 자율조직(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 of learning)을 통해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자동화된 준수(automated compliance)와 자격증명,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투명성, 임상실습의 교육경로를 실제 전문직의 요구와 사회적 우선순위와 밀접하게 일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학교육은 아니지만, 학부과정에서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블록체인 인증시스템 블록서츠(Blockcerts)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졸업증명서를 디지털화하고[46], 이를 학생과 고용주가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인증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에서 수료증을 블록체인으로 발급, 신뢰도와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효용성을 입증하면서, 기술을 통한 의학교육 혁신으로 규제 준수를 자동화된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리하고, 의학교육의 학습과 수련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오류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교육체제 변환이 기대된다.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의 제한요소와 도전과제
한국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은 교육 혁신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제한요소와 이에 따른 도전과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의학교육에서 디지털화와 디지털과정의 미흡이다. 2023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과 의과대학 교육정보 활용에 대한 협의를 거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대학은 자체 개발한 LMS을 통해 계속적으로 교육과정과 교육자료 및 도구의 디지털 과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KAMC의 데이터베이스는 교육의 기반시설과 인력 등의 기본 정보에 그치고 있고, 대학의 LMS는 개별화되어 전국 의과대학 간의 상호 호환, 교류, 개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용-효과의 경제성과 대학 간 교류를 고려할 때, 전국 의과대학 간의 상호 호환이 가능하거나, 대학의 LMS 시스템과 연동되어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해결해 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교육과정, 연구결과, 교육자료 등으로 확장하면서 연구자, 교수, 학생 등 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의 참여가 다시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거나 공유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교육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자료들의 디지털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둘째, 현재까지의 의학교육에서 기술 기반 교육이 실제로 교육적 성과를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47]. 현재까지 보고된 기술을 활용한 교육사례는 전통적인 것에 비하여 열등하지 않은 수준이거나, 우수한 교육적 효과와 학습자 만족도를 보고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의 수가 적고 연구설계의 대부분이 실험적 사례로, 증거기반의 설득 수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48]. 이러한 한계는 추후 보다 정밀하고 타당한 방식의 교육적 실험설계와 연구로 지지 혹은 배제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나, 교육학의 학문적 특성과 수행 중심의 측정대상의 특성상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보다 정밀한 설계를 기반한 실증적인 근거가 요구된다.
셋째, 구성원의 측면에서는 학습자와 교수자의 준비도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7,49-51]. 새로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와 새로운 교수법의 도입과 확산이 제한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교수자의 이해와 적응 부족이다. 디지털 도구나 기구를 활용하는 교수자는 학습자들에 비해 디지털 활용에 낯선 세대로 심리적 장벽이 있다. 디지털 기구나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고려하면 교수자들은 초기에 도구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실수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구에 익숙해지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교수개발 프로그램과 지원기구를 통해 교수자가 디지털 기구나 프로그램의 초기 단계에서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노출과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학습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도 평가되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IT를 사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평가하며, 생성하고, 전달하는 능력으로 인터넷, 컴퓨터, 기타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포함한다. 그 결과, 학습자 간 디지털 기술 활용능력이 차이가 있다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함에 앞서서 학습자가 디지털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교육설계가 필요하다.
넷째, 윤리와 안전의 문제이다. 윤리적인 문제로는 정확성, 표절, 비판적 사고 저하에 대한 우려와 같은 도전과제가 존재한다[28]. 현재 상용화된 AI 프로그램은 편향을 유지하고 학생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류를 만들 가능성을 포함한다[27,52]. 학문적 부정행위와 표절의 가능성이 있으며,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53]. 이러한 이유로 AI를 포함하여 디지털 기술을 의학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적합하게 개발되어 제공되어야 한다[5]. 더불어 의학교육 과정에 AI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AI 도구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오래되거나 잘못된 의학 관행의 지속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감독이 필요하다[28,51].
마지막으로, 디지털이 가진 기술적 속성에 의한 신체적, 정서적 건강의 문제도 지적된다. 디지털 기기의 잦은 사용은 주의력 결핍증상, 중독성 행동, 낮은 감정 및 사회적 지능과 사회적 고립과 관련이 있으며[54],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수면의 질 하락과 성적 하락, 시력 저하와 눈의 피로, 원격근무로 인한 피로감 및 불안 등의 위험성이 있어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보다 주의가 필요하다[55]. 교수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의 과도한 사용은 의사-환자 간 인간적 상호작용과 같은 의료의 본질적 요소 및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필수 자질 함양의 균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7]. 디지털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건강의 문제는 의학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적되고 있으나 뚜렷한 예방방안에 대한 제안은 아직까지는 미비한 형편이다.
결론
디지털화 초기에 의학교육은 디지털 전환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교육시스템에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료를 포함한 모든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기술은 점진적 발전을 넘어서서 사용방식이 사회적 요구에 적응하여 변화하는 진화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디지털 기술은 학교 강의실에서 교수자에서 학습자로의 전달식 수업과 병원에서 무작위로 마주하는 환자 사례의 실습으로 인식되던 현재 의학교육의 틀을 다른 방식으로 혁신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기술적인 혁신은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온·오프라인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자-교수자-학습자 간의 다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VR과 AR을 이용하여 실습의 맥락과 사례를 생성하여 학습에 적용하면서 교육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교수-학습-평가의 순차적 과정은 학습과 평가가 동시 또는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자 적응적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자의 강의 비중은 축소되고, 강사의 역할이 촉진자 또는 관리자 역할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학습자 중심의 적응적 학습, 경험 중심의 몰입형 학습환경, 평가와 학습의 통합을 통한 역량 기반 교육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의학교육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COVID-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한 주요 계기가 되었으며, 디지털 기술이 의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습 접근성을 확대하며, 교육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COVID-19로 인해 지난 5년간 이루어진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과정을 보면, 디지털 전환이 진정한 ‘교육의 진보’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디지털 전환의 비용 효과성,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도전과제들, 기술 의존도 증가, 데이터 보안문제,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 등은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이 교육적 필요와 목적이 아닌 단순히 기술적 요구에 의해 추진된 것은 아닌지 반성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현재 의과대학의 디지털 도약은 계속적으로 성공적 사례가 공유되고, 디지털 전환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때 성공 가능성이 있다. COVID-19와 같은 단기적 위기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급격히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정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부적 요인이 아닌 교육의 필요와 요구에 의한, 교육적 목표와 지향을 준거로,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디지털을 이용한 학습의 설계를 이룰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2012년 스탠퍼드 대학교는 온라인 학습을 위한 부총장(Office of Vice Provost for Online Learning) 제도를 만들어 대부분의 강의를 재설계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를 상당부분 없애고, 수업 전 미리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 자료를 개발하면서 학생과 교수 간의 상호작용 중심의 토론을 가능하게 한 바 있다[56]. 뉴욕대학교 의과대학은(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은 의과대학 교육의 전 과정을 온라인 교육으로 개발하였는데, 교육적 요구에 따른 학습관리시스템의 구축, 이를 활용하는 교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수개발, 기술과 행정, 교육을 담당하는 정책적 구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효율성과 효과성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은 디지털 기술 활용과정에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서 벌어지는 기회의 격차,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디지털 윤리와 안전은 정책적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공간에서의 인권과 윤리, 디지털 환경의 정신적·물리적 건강, 디지털화의 권한과 책임, 디지털 AI의 인격화와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준거 개발이 필요하다.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단계는 디지털 변형(digital transfiguration)이다[17]. 디지털 변환이 사회 전반에 걸쳐 통합되어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창출하는 것으로 경영, 산업 사회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의학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추후 사회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결합하여 의료와 교육맥락의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하여 디지털 과정의 디지털 도약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역할로 디지털 기술의 평가, 교수자를 위한 워크숍, 학생들의 디지털 동료학습, 유연한 교육과정 설계, 다학제적 접근과 디지털화 프로젝트의 평가와 확산을 포함하는 전략적 접근이 강조된다[49].
Notes
Conflict of interest
김영전은 의학교육논단의 편집위원이지만 이 연구의 심사위원 선정, 평가, 결정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김영전: 논문설계, 논문검색, 문헌 분석과 논문작성 수행
Funding
이 논문은 2023년 원광대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에 의해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