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일리노이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사례: 입학정책을 중심으로

Social Accountability at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A Focus on Admission Policy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24;26(3):184-19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4 October 31
doi : https://doi.org/10.17496/kmer.24.026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pringfield, IL, USA
한희영orcid_icon, Debra Klamenorcid_icon
서던일리노이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Corresponding author: Heeyoung Han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913 North Rutledge Street, PO Box 19681, Springfield, IL 62794-9638, USA Tel: +1-217-545-8536 Fax: +1-217-545-0120 E-mail: hhan@siumed.edu
Received 2024 August 1; Revised 2024 September 13; Accepted 2024 September 23.

Trans Abstract

Given the increasing health disparities across regions and populations, social accountability is not an option but an obligation for health professions schools, including medical schools. In this short communication, the authors report the case of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IU SOM), which has been an exemplary medical school for social accountability, receiving the 2013 AMEE ASPIRE Award in social accountability and the 2018 Josiah Macy Jr. Foundation Award for Institutional Excellence in Social Mission in Health Professions Education. This paper focuses on the school’s admission policies in the discussion of its social accountability. It starts with the background of central and southern Illinois, where the school is located to address the shortage of healthcare professionals in the areas. It discusses the school’s holistic admission policies and two pipeline programs—namely, MEDPREP and McNeese Physician Preparatory Pipeline Program (P4)—that are strategically designed as a long-term physician workforce development plan to address health disparities in rural areas. As of January 30, 2024, 3,233 students have earned the MD (Doctor of Medicine) degree at SIU SOM. In total, 770 alumni (33%) are practicing in primary care. Among 901 graduates practicing in Illinois, 484 (54%) are practicing in SIU SOM service area counties (i.e., central and southern Illinois). Social accountability is the core value and organizational identity of SIU SOM and the guiding principle of the school’s innovation and excellence.

서론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은 국공립 또는 사립대학, 비영리 또는 영리와 상관없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는 의사라는 직업이 개인과 사회의 근원적 권리인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것이기에,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은 이 사회적 책무성을 떼어 놓고는 그 존재의 정당성을 논할 수 없다.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 국내에서는 최근 도입된 생소한 개념일지 모르지만[1],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은 이미 1995년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정의한 바 있다. WHO에 따르면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은 의과대학의 교육, 연구, 그리고 의료서비스 활동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가장 우선시되는 건강문제 해결에 중점을 둬야 하는 의과대학의 의무를 의미한다. 즉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인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강 관련 문제는 국가, 의료서비스 기관, 의료인, 그리고 시민/국민에 의해서 결정된다[2].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의과대학이 사회적 책무성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실행적 어려움은 의과대학의 책무성(accountability)과 책임성(responsibility)의 차이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3]. 사회적 책임성 (responsibility)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며, 한발짝 더 나아가 사회의 특정 요구에 반응하는(responsive) 의과대학의 경우라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무성이 있는 의과대학의 경우를 살펴보자. 책무성은 사회의 특정 의료 관련 요구가 있을 때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거나, 교과내용을 개편하는 등의 노력에서 한층 더 나아가,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또는 의료기관 그리고 일반 국민과 협력하여 체계를 바꾸는 등 구조적 노력을 하고 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의 결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3].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임성(responsibility)을 고려한다면 능력 있는 좋은 의사를 많이 양성하여 의료 낙후지역에 보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금 더 사회적 요구에 반응(responsive)한다면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의료서비스의 지역적 불균형에 대한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해당 내용을 가르치거나 농촌 의료봉사서비스를 교육과정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무성이 있는 의과대학은 의료서비스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실행된 구조적 노력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의 입지, 입학정책의 변경 등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을 의사로 길러내고 그들이 지방에 가서 의료인으로 일할 것을 단순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을 비롯한 대학병원을 대도시지역이 아닌 지방에 입지하도록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입학정책을 그에 일관된 내용으로 보완 수정하는 노력이 사회적 책무성이다.

이 논문에서는 의과대학 설립부터 사회적 책무성을 학교의 임무로 여기고 사회적 책무성의 모범적인 학교로 인정받아 2013년 AMEE ASPIRE Award를 받은 서던 일리노이 의과대학(Southern Illinoi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IU SOM)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국내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논의와 지방의 의료인 부족, 소위 “지역의료 강화”와 관련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논문은 SIU SOM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적인 문헌검색 및 분석을 중심으로 수행되는 문헌연구라기보다는 SIU SOM의 의학교육과에 14년 이상 교수로 재직하면서 습득한 제1저자의 관찰자적 시각과,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은 내부자료, 그리고 발표된 논문을 바탕으로 기술한 사례보고이다. 또한 2022년 의학교육학술대회 특강연자였던 제2저자의 강연자료 및 SIU SOM이 2013년 AMEE ASPIRE-to-Excellence Award를 받을 당시 제2저자의 보고 자료에 근거하여 사례를 소개한다.

이 논문에서 제1저자의 시각이 미국 SIU SOM 사례를 보고하는 관찰자로서 중요한 도구이기에 이 논문을 접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의 경험과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제1저자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교육분야에서 한국의 한 대학에서 학사, 석사를 받고, 미국에서 인적자원개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SIU SOM에서 지난 14년 이상 의학교육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의과대학의 경영간부위원회, 교육정책위원회, 2학년 및 3학년 교육과정운영위원회, 교수위원회, 교수개발위원회 등에 소속되어 왔고, 대학교 입학과정의 면접관으로 활동해 왔다. 이외에도 SIU SOM 교육과정 개발, 개편 및 평가에 참여한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서던 일리노이 의과대학(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을 논하기 위해 우선 SIU SOM이 위치한 미국의 일리노이주 및 SIU SOM의 입지 및 배경에 대하여 소개하고, 이후 SIU SOM 입학정책에 대한 내용 및 결과가 지역사회 의료인력 부족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술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책무성을 구상하는 의과대학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논의한다.

1. SIU SOM의 입지 및 배경

일리노이주는 대한민국 영토의 1.5배의 크기이지만, 인구는 대한민국의 1/4, 약 1,260만 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넓은 땅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주민들이 거주하지만, 대부분(75%)의 일리노이 주민은 북동쪽 미시간 호수변에 자리 잡고 있는 시카고 대도시에 집중되어 거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 저밀집 지역인 시카고 이남은 의료인력 부족지역으로 이 지역의 의료서비스 향상은 일리노이주가 당면한 과제이다.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시카고 및 그 근교 대도시 지역에 위치한 반면, SIU SOM은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330 마일(약 530 km) 떨어진 카본데일(Carbondale) 및 200 마일(약 322 km) 정도 떨어진 스프링필드(Springfield)라는 소도시에, 즉 일리노이 중부 및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2015년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Urbana-Champaign(일리노이주의 또다른 소도시, 시카고 이남 135 마일, 약 217 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에 새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전까지, SIU SOM은 1970년 설립 이래로 45년 동안 시카고 이남 지방 농촌지역에 자리 잡고 설립된 유일한 의과대학이었다.

SIU SOM이 어디에 입지해 있는가 그리고 그 입지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느냐는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카고 이남, 일리노이 중남부의 의료인력 부족 및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하여 일리노이 주정부와 SIU SOM은 1968년 의과대학을 신설할 것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SIU SOM은 본교가 있는 카본데일(Carbondale)에 의과대학 1학년 과정을, 그리고 나머지 교육과정은 본교에서 182 마일(약 293 km) 떨어진 스프링필드(Springfield)에서 72명 정원으로 시작하였다. SIU SOM은 의원(clinics)을 신설하되, 병상이 있는 대학병원을 따로 신설하지 않고 이미 운영 중인 지역 병원과 협력관계를 통해 의료인력 지원 및 의과대학의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충당하면서 시작되었다. 즉 SIU SOM이 의료인력 부족 지역인 일리노이 중남부에 입지한 것은 SIU SOM의 설립이념인 사회적 책무성에 근거하여 주정부와 지역의료체계가 밀접하게 협력한 결과이다.

SIU SOM의 혁신적인 교육과정과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은 의학교육계에 잘 알려진 바 있다. 교육 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의료인력 부족 지역에 “유능한” 의사를, 특히 일차진료(primary care) 의사들을, 배출하기 위한 사회적 책무성과 관련이 있다. 1975년에 마침내 미국 의과대학 인증기관인 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LCME)로부터 완전한 인증을 받았으며, 의과대학 중 가장 최초로 의사가 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기술한 의학과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85년에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s)를 활용한 종합적 수행 기반 평가(comprehensive performance-based assessment)를 의과대학 최초로 실행하였으며, 이에 1987년 U.S. News and World Report에서는 SIU SOM을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의과대학으로 소개하였다. 이처럼 SIU SOM은 설립 초기부터 의학교육의 근본적인 개혁(reform)이 필요하다는 신념하에 의학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The Springfield Experiment”로 알려져 왔다. 2000년에는 Dr. Howard Barrows의 리더십 아래 그동안 부분적으로 적용되었던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PBL)을 전 교육과정으로 재조직하였고, 교육을 전공한 8명의 간호사 교육자를 교과과정에 투입하였으며,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교수진들이 새롭고 혁신적인 PBL 교과과정의 의학교육체계를 다져왔다. 이후에도 SIU SOM은 장기적인 수행발달 평가(longitudinal performance progress test), 임상추론능력 평가를 위한 진단적 타당성(diagnostic justification)을 임상역량시험(clinical competency examination)에 추가하는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양질의 교육프로그램과 임상역량 평가프로그램으로 2013년 AMEE의 ASPIRE-To-Excellence Award를 다섯 분야(교육과정, 평가, 사회적 책무성, 학생참여, 시뮬레이션)에서 휩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의과대학이 전무한 일리노이 중남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은 입학정책과 긴밀한 연계성이 있기에 다음 장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2. SIU SOM 사명 및 입학정책

SIU SOM의 사명(mission)은 농촌지역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 일리노이 중부 및 남부지역에 교육, 환자 의료서비스,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것이다(https://www.siumed.edu/about-us). 지난 수년간 수많은 논문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출신지역이 향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시하여 왔다[4]. 즉 일리노이 중남부에서 성장하고 가족들이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의사 수련을 끝내고 그 지역으로 돌아가 의사로 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SIU SOM의 입학정책은 이와 같은 일관된 자료에 근거하여 선발정책을 구성하여 왔다. 즉 SIU SOM 입학위원회(admission committee)의 심사 및 결정과정은 단순히 학교성적 또는 의과대학 입학시험(The 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MCAT) 성적에 기반하여 기계적으로 입학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를 보다 총체적으로 심사하여 선발하는 전체적인 입학사정 과정(holistic admission process)이다. 입학자격 및 선정과정에서 사용되는 선발기준으로는 일리노이주에 거주해야 하며, 대도시가 있는 북부보다는 농촌 및 낙후지역이 대부분인 일리노이 중부 또는 남부지역 출신의 학생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타 주에서 오는 학생 또는 외국인은 지원자격이 없다. 또한 선발기준 중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역사회 봉사활동 경험을 제출해야 한다. 대학교 학부성적 및 MCAT 점수를 제출해야 하지만, 만약 성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의사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의료인력 부족지역 및 의료서비스 취약계층에 대한 성찰,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 그리고 성공적인 팀워크 경험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입학이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성적이 특별히 월등하지 않더라도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신념과 여러 지역 봉사활동 경험, 그리고 지역사회에 의사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는 입학통보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의사로 양성하여 지역사회에 보급하기 위한 SIU SOM 입학위원회의 전체적인 입학사정 과정(holistic admission process)은 다음과 같다. 지원요건은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여야 하고, MCAT 점수는 최소 498점(528 만점 기준), 미국 내 대학 졸업예정, 학부성적은 과학 과목을 포함하여 4점 만점에 2.8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SIU SOM은 MCAT 시험을 치르기 전에 특정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요건은 없다. 즉 인문사회계열 학부생이라 하더라도 MCAT 시험 등 지원요건만 충족한다면 지원 가능하다. 지원 후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에게 면접기회가 주어지고, 면접에서는 학업능력, 비교과활동 참여도, 직장 또는 자원봉사 경험 등을 통하여 지원자들의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정과 성숙도를 면접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평가한다. 이 외에 학교는 지원자에게 추천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데, 지원자는 두 가지 방식 중에 하나로 선택하여 제출한다. 첫 번째 방식은 의과대학 지원을 준비하기 위해 등록하여 수료했던 대학의(pre-health 대학) 의료계 진학준비위원회의 추천서이다. 나머지 방식은 4명의 개인에게서 추천서를 받아 제출할 수 있는데, 이는 담당 지도교수 등 학업에 관한 추천서 3개, 그리고 개인적 또는 직업적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추천서 1개가 제출되어야 한다.

이 모든 자료들은 입학위원회에 전달되고 입학위원회는 다음 항목에 해당하는 증거를 기반으로 논의를 거쳐 최종 입학결정을 내린다.

• 책임감, 성숙함, 진실성, 연민

• 적절한 동기

• SIU SOM의 미션과의 적합성

• 직업으로서 의학 탐구

• 지역사회 서비스에 대한 지향

• 좋은 대인관계 능력

일리노이 중남부 지역 출신 학생들을 우선대상으로 하는 입학정책이 있다하더라도, SIU SOM은 정책만 만들어 놓고 수동적으로 지원자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SIU SOM이 우선순위로 하는 입학대상 학생들의 상황은 가족 중에 의사가 없거나 또는 대학조차 간 사례가 없는 경우(first-generation)가 많다. 문헌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수준과 직업이 성공적인 의과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학생들에게는 의과대학 입학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5]. 즉 의과대학이 아무리 입학정책의 문을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이 넓혀 놓더라도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자신이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또는 의과대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조차 꾸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으로 낙후지역 출신 및 소수집단(underrepresented in medicine, URiM) 학생들이 의사가 되는 것에 대한 꿈을 현실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 프로그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프로그램적 지원이 없다면 아무리 지역사회에 의과대학이 들어오더라도, 입학정책이 수립되더라도 도시지역 및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의 의과대학 정원을 메울 것이고 졸업 후 다시 도시지역으로 회귀할 것이며,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낙후 지역사회 출신의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지역사회에 의사로 남는 것은 거의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다음 장에서는 사회적 책무성을 위한 SIU SOM의 입학정책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SIU SOM의 파이프라인(Pipeline)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취약계층 의과대학 지원자 양성 및 지원을 위한 파이프라인 프로그램

SIU SOM은 파이프라인(Pipeline) 프로그램으로 The Medical/Dental Education Preparatory Program (MEDPREP) 및 Physician Preparatory Pipeline Program (P4) 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과대학 진학이 인종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일부 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일관되게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SIU SOM의 MEDPREP 프로그램은 미국의 의과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요건인 MCAT 시험점수가 인종적으로 또는 사회경제적으로 흑인 및 유색인종, 그리고 저소득층 출신의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관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들에게 MCAT 점수를 향상시키는 지원을 하고 있다. MEDPREP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의과대학 지원을 위한 가장 오래된 2년제 학사 후 과정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대부분 의과대학에, 그리고 일부 치과대학, 또는 다른 의료서비스 관련 학교에 성공적으로 진학시킴으로써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효과성을 입증해 오고 있어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6,7].

P4 프로그램은 스프링필드(Springfield) 공립학교군인 Springfield School District 186 (District 186)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활동프로그램으로, SIU SOM이 스프링필드(Springfield) 공립학교와 Sangamon Country Medical Society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District 186의 학생 구성은 약 43%가 흑인, 37.8%가 백인으로 스프링필드(Springfield)의 인구 구성이 80%가 백인, 12%가 흑인임을 감안할 때 흑인의 비중이 많다. 또한 전체 학생의 41%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교군이다. SIU SOM 출신 응급의학 의사로서 SIU SOM System의 Executive Director for Diversity Initiatives이자 Associate Dean for Diversity였던 고(故) Dr. Wesley Robinson-McNeese의 리더십 아래 2009년에 신설되어 지금까지 교직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한 해 80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초 프로그램 설립자였던 Dr. McNeese의 이름을 기념하여 2022년부터 McNeese Physician Preparatory Pipeline Program (P4)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이 P4 프로그램이 스프링필드(Springfield)의 공립학교군인 District 186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URiM 그룹에서 지역사회 의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에 근거하고 있다. 즉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그리고 의과대학,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의사로 성장하겠다는 학생들의 동기를 함양하고 또한 시스템적으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시작하여 졸업까지 4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P4 프로그램에서는 SIU SOM 교육과정인 PBL을 의과대학생들이 튜터 역할을 하는 그룹학습 경험을 체험하면서 의과대학에 들어가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문제해결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과 입학절차 및 시험응시능력(test-taking skills) 등을 배우게 된다. 특히 직업체험(job shadowing)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의사로 활동하는 교수들, 그리고 의학을 배우는 의과대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 의사선생님들의 강의, 연구참여 기회, 실험실 적성(laboratory aptitude), 대학준비에 대한 강연 등 이 모든 활동들이 SIU SOM의 교직원 및 의과대학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제공된다.

SIU SOM의 지역의료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 결과

앞서 기술한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을 고려한 학교 입지 선정, 입학정책 등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들의 구조적 노력이 일리노이 중남부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MEDPREP은 1972년 이래로 2022년까지 총 1,674명의 입학생 중 1,245명의 학생들(74%)을 미국 전역의 의과 또는 치의과 대학에 성공적으로 진학시켜 왔으며, 이 중 326명은 SIU SOM에 입학하였다. 올해 2024년 SIU SOM 입학생 기준으로 URiM 학생은 전체 학생의 약 18% 그리고 가족 중에 의사가 없거나 또는 대학조차 간 사례가 없는 학생(first-generation)은 약 18%의 비중을 치지하고 있다. 일리노이 중남부 출신 학생들은 전체 학생의 약 22%를 구성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SIU SOM이 설립되기 전까지 지난 45년 동안 일리노이 중남부에는 의과대학이 없었다. 의과대학이 지역사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의사를 배출한다는 결과 외에도 의과대학에 교수로서 근무할 의사들을 지역사회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SIU SOM의 교직원들로 구성된 지역 의료기관인 SIU Medicine은 스프링필드(Springfield)에 본부를 두고, 150 마일(약 241 km) 반경의 90개 일리노이 중남부 지역에 171개의 의원(clinic) 또는 협력 의료기관(outreach sites)을 통해 300명 이상의 의사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의 Mullan과 그의 팀이 이끈 연구에서 SIU SOM은 사회적 미션 척도(social mission scores) 기준으로 미국 내 15위를 차지하고 있다[8]. 이는 졸업생 수 대비 일차진료(primary care)에 종사하는 졸업생, 의료인력 미달지역에서 종사하는 졸업생, URiM인 졸업생의 비율을 산출한 값에 기반한다. SIU SOM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23년도 졸업생 자료 기준(1975년부터 2022년까지 졸업생)으로 일리노이주에서 의료활동 중인 SIU SOM 졸업생 중 약 54% (484명)가 SIU SOM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리노이 중남부 지역의 의료인력 미달지역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전체 졸업생 중 약 21%에 해당한다. 전체 졸업생 중 33%는 일차진료에 종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의료 개선을 위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SIU SOM은 2013년 AMEE의 ASPIRE-to-Excellence Award를 받은 이래로, 2018년 Institutional Excellence in Social Mission in Health Professions Education 분야에서 Josiah Macy Jr. Foundation Award를 받기도 하였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을 위한 노력은 2020년 Lincoln Scholars Program (LSP)이라고 불리우는 혁신적인 의학교육프로그램을 창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LSP는 일리노이 중남부 출신 학생 8명을 기존 입학정원 72명과 상관없이 따로 SIU SOM에 입학시켜 일리노이 남부 카본데일(Carbondale)을 거점으로 한 일리노이 농촌지역에서 대부분의 의학교육과정을 수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LSP 학생들은 카본데일(Carbondale)에 있는 SIU의 Physician Assistant Program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농촌지역의 일차진료 의사들의 멘토링을 통해 임상실무를 배우게 된다. 이는 일리노이 농촌지역의 일차진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을 배출하는 기존의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에 일관된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LCME의 인증하에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상태이다.

결론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은 학교의 설립배경이자 학교의 정체성(identity)이다. 즉 사회적 책무성을 가르치는 수업이나 강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설립의 과정, 입학정책의 수립, 지역사회 서비스 참여 등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구조적 노력이며 조직문화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적 책무성을 강연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입학과정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자신들의 의과대학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다녀보고, 또한 스승인 교수들의 의료서비스가 어떤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의과대학 4년 동안 경험하는 일관된 학교의 정책과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미래 의사로서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SIU SOM의 사회적 책무성을 고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시작점은 일리노이 중남부 지역에 SIU SOM이 입지하여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장소에 의과대학이 입지하여 있는가는 앞서 기술한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방에 의과대학이 입지하여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고수하는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서 그 지역 출신 학생을 의사로 양성하고 그들이 그 지역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대학병원과 협력병원들의 시스템으로서 의과대학의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의 지방 소도시 출신 지역 학생이 의과대학을 가려면 의과대학이 있는 대도시 또는 수도권으로 가야 할 것이다. 수년 간의 의사 수련을 수도권에서 받는다면, 이들은 졸업 후에도 수도권에 남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지방 소도시 출신 학생들이 의학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갈 필요가 없이 그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이 그 지역사회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9].

한국,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학력고사(지금의 수능시험)라는 시험점수에만 의존하여 대학이 결정되었던 시대를 지낸 제1저자의 시각에서는 SIU SOM의 입학정책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좋은 대학 또는 의과대학을 못 가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개인 학생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편협된 가치관을 가지고 본다면,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목표하에 지역 출신 학생들을 시험성적이 월등하지 않더라도 최저 점수만 충족시킨다면 입학시킨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 또는 MCAT 등과 같은 표준화 시험체계는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배경을 가진 학생에게 특히 유리하다는 것이 교육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10,11], 또한 이와 같은 표준화 시험은 다른 표준화 시험성적을 예측할 뿐, 좋은 의사가 되는 포괄적인 자질과 의사로서 수행능력을 예측하는 지표로는 한계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12]. 특히 지역사회 의료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열정과는 상관이 없기에, 시험성적이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 잣대가 되는 편협한 입학정책은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에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의과대학의 입학정책과 그에 수반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 프로그램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은 의학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이들의 사명이자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의과대학의 입학정책을 갑자기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준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입학사정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극심한 반대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입학정책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이나 이외의 프로그램들을 비롯하여 URiM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의과대학에서 사회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문화 및 학교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어야 그 학생들이 의과대학을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의료서비스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 인지 및 지역 의사인력의 수급과제의 긴급성, 의과대학의 지역사회 입지 및 입학정책의 영향력, 양질의 의과대학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 일반 국민의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 변화를 시도한 의과대학에서 발생하는 작은 성공에 대한 격려 등 여러 가지 다면적 측면에서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깊어진 한국 의학교육계에 SIU SOM의 사례로 비추어본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이 글이 한국 의과대학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교육자, 학생, 정책 결정자, 그리고 의료서비스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한희영은 의학교육논단의 편집위원이지만 이 연구의 심사위원 선정, 평가, 결정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한희영: 연구설계, 자료 수집, 자료 분석, 논문 작성 및 수정, 최종 검토; Debra Klamen: 연구설계, 자료 수집, 자료 분석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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