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에 대한 이해
A Review of Burnout in Medical School Profess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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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promote an enhanced understanding of burnout among medical school professors by reviewing the literature on burnout in domestic and international medical professors, and to seek measures to prevent burnout. To this end, the general concept of burnout and the physical, cognitive, psychological, social, and behavioral symptoms that result from burnout were explained. In addition, the causes and results of high burnout among medical school professors were summarized in terms of demographic characteristics and the duties of educators, researchers, and physicians, and measures to prevent burnout in medical school professors were divided into individual and organizational levels. In order to prevent burnout among medical school professors, sensitive interest in themselves and self-reflection are required at the personal level. At the organizational level, it is necessary to regularly monitor burnout among medical school professors, improve systems, encourage participation in the policy-making process, and develop customized education programs. At the social level, it is necessary to recognize that burnout of medical school professors is a social problem, for which further research is needed. Therefore, in order for medical school professors not to burn out, there must be appropriate interactions among the individuals, organizations, and society, and the consistent attention should be paid to this issue.
서론
급변하는 사회문화, 새로운 기술 습득, 과도한 업무의 양, 업무의 질 향상 요구 등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들로 발생하는 소진은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1]. 의과대학 교수도 소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의과대학 교수는 교수의 기본 직무인 교육, 연구, 봉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이에 더하여 임상의학 교수는 진료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량과 타 직군과는 다른 역할인 진료라는 역할 등의 특수성으로 이미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2,3]. 의과대학 교수의 높은 소진 수준과 더불어 소진 경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교수 자신뿐만 아니라 소속조직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4,5].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악화시켜 삶과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역할수행 측면에서 살펴보면, 교육의 역할에서는 학생과 전공의 등에 대한 교육의 질 저하, 연구의 역할에서는 의학의 발전 저해, 진료의 역할에서는 질 낮은 환자 진료서비스 등을 초래함으로써 조직의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6-8]. 따라서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 발생 원인과 증상 등을 파악하여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국내 소진에 대한 연구 경향을 살펴보면, 소진을 측정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가 2000년 이후 도입됨에 따라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소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9]. 소진의 가장 중요한 예측변수인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도 1981년부터 시작되어 2004년도에 연간 논문 수가 100편을 넘었고, 2016년도부터 연간 논문 수가 400편 이상이 출간되는 등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10]. 그러나 국내 전체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11], 국외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 관련 연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분명히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과 복지 관련 문제는 개인, 조직, 사회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진에 대한 개요와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 수준, 원인과 결과 등에 관한 문헌을 고찰해보고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방향 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소진에 대한 이해
1. 소진의 개념
Freudenberger [12]가 1974년에 처음 소진(burnou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는 정신건강센터에서 자신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일에 집중하여 의욕을 상실한 치료사들이 피곤과 탈진을 호소하고, 상대방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상태 등을 관찰한 후 신체적 증상과 행동지표로 나누어 기술하면서 staff burnou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더불어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문제를 치료하는 분야에 고용된 전문가들이 더 자주 소진을 경험한다는 점도 보고하였다[12].
이후 1981년 Maslach와 Jackson [13]은 Freudenberger의 소진에 대한 개념에는 정서적 탈진현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소진을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일하는 개인들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정서적 고갈(emotional exhaustion), 비인간화(depersonalization), 개인적 성취감(sense of personal accomplishment) 감소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증후군’이라고 개념화하였다. ‘정서적 고갈’은 업무 중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자신의 감정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에너지가 고갈되고, 정서적 허탈감, 피로, 불안, 우울 등을 느끼는 상태이며, ‘비인간화’는 대인관계 상황에서 상대를 비인격적으로 대하면서 무관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거리감을 유지하는 등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성취감 감소’는 자기평가 차원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자존감이 감소하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개인적 성취감이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세 가지 요인 중 정서적 고갈은 소진의 핵심 개념이면서 소진의 최초 시발점이고, 비인간화는 정서적 고갈로 인한 심리적 방어로 나타나며, 개인적 성취감 감소는 정서적 고갈과 비인간화가 지속될 경우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 가지 요인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13].
Freudenberger [12], Maslach와 Jackson [13]은 공통적으로 소진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생한다고 하였지만, 2001년부터는 모든 직무에서 적용되는 개념으로 확대하여 사용하게 되었다[14]. 국제질병분류(The International Statist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 ICD)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등에서 소진을 의학적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ICD에서는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증후군’라고 정의하고, 에너지 고갈과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냉소적 감정, 직업적 효율성 감소로 특징지어진다고 하였다[15]. 이외에도 학문분야에 따라 소진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탈진, 피로, 우울감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 개인에게 정서 및 행동적 징후가 있다는 점, 일반인이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업무와 관련이 있으며, 부정적인 태도를 유발하여 업무의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점 등을 소진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16].
2. 소진의 증상과 결과
소진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심리・정서적, 행동적 영역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신체적 증상은 소진의 결과로 가장 기본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써 지친 듯한 느낌, 위장 장애, 신경과민, 불면증, 당뇨,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관상동맥질환, 근육통, 두통, 만성피로, 사고 발생 및 조기사망 등이 나타난다[17,18]. 인지적 현상은 사고의 유연성이 저하되면서 업무수행과정 중 의사결정에 장애를 겪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강박적인 사고 등을 하게 된다[19]. 사회적 현상은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과 학교라는 직무환경에서 환자, 간호사, 행정직원, 의과대학생, 전공의 등 많은 사람을 접하는 대인관계 요구도가 높은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20], 과도한 직무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소진상태가 되면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해지며 부정적, 적대적,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18]. 심리・정서적 현상은 짜증, 불안, 초조, 우울증, 수면장애, 정신장애, 회복탄력성 저하, 업무에 대한 동기저하 등으로 나타난다[18]. 마지막으로 행동적 현상은 직무수행의 의욕 저하와 낮은 성과, 결근, 병가, 휴직, 조기퇴직 등의 결과로 나타난다[21,22].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색하기 위해 PubMed (Medline), Educational Sources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였다. 검색된 선행연구의 제목과 초록 등을 읽고, 연구대상이 의과대학 교수 혹은 의사이며, 소진 현황과 대책 등에 관련 연구, 적용 프로그램 효과 연구 등으로 범위를 정하여 논문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논문의 내용을 근거로 의과대학 교수의 역할에 따른 소진 현황과 그외에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특성 소진에 차이가 나타나는 예측요인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의과대학 교수의 역할과 소진
미국 의과대학 교수 8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94%가 소진을 경험하였고, 교수의 65%는 높은 수준의 정서적 고갈, 56%는 높은 수준의 비인간화, 100%는 낮은 개인적 성취감을 느꼈다고 보고하였다[23].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감 감소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높은 의과대학 교수는 10% 정도였다고 하였다[24]. 우리나라의 경우, 의과대학 교수 855명 중 정서적 고갈 34%, 비인간화 66.3%, 개인적 성취감 감소는 92.4%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11]. 그 외에 파키스탄[25], 이집트[26], 이란[27] 등의 의과대학 교수는 중간 수준의 소진빈도가 가장 높았고, 높은 수준의 소진은 10%–20% 정도의 교수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들은 소진이 이미 국내・외 의과대학 교수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과대학 교수의 직무, 즉 교육자, 연구자, 임상의사로서의 역할에 따른 소진의 원인과 결과 등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자로서의 교수
의과대학 교수는 의과대학생, 전공의 등이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역할수행을 위해 의과대학 교수는 환자진료를 위한 임상과 연구 외에 추가로 교육과정운영, 교수법 등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 관련 정보를 배워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의무로 인하여 때때로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27]. 결국 의과대학 교수의 교육자로서의 소진은 학생과 전공의 등의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과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는 학생과 전공의의 역할모델이다[28]. 교수의 소진은 역할모델링을 통해 학생과 전공의가 의사로서 갖추어야 하는 지식, 술기, 태도 등의 역량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진로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미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의 교수로 진로를 선택하는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 비율이 감소하는 결과로 알 수 있다[29].
2) 연구자로서의 교수
과학적 성과가 강조되면서 의학 분야의 양적 연구성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의학발전을 위한 수준 높은 연구성과는 의과대학 교수의 노력의 산물들일 것이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에 대한 주요 원인은 과도한 연구실적 요구, 연구비 수주 등으로 나타났다[30]. 국외 사례와 유사하게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도 연구실적 요구가 가장 큰 소진의 원인이며, 교육, 연구, 진료, 조직 내 갈등, 기타 중 ‘연구’가 가장 힘들며, 연구비 수주, 연구자 간 갈등 등이 어렵다고 하였다[11].
국내・외 의과대학 교수는 연구와 논문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실제 논문에 대한 스트레스 인지 수준과 소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도 보고되었다[31]. 논문과 연구비 지원을 위한 경쟁은 교수들 사이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32], 지나친 연구성과에 대한 요구는 의과대학 교수에게 가장 큰 소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 과도한 연구성과 요구는 의학의 타당성과 신뢰성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고[30], 진료와 교육 등 다른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33].
3) 임상의사로서의 교수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은 타인을 돕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그 직업군 중 하나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이다. 임상의사로서 업무를 겸하고 있는 의과대학 교수는 일반 개업의보다 소진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34]. 임상의사의 소진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개인적 요인, 직무요인, 조직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 요인은 자기 비판적 성격, 수면 부족, 과도한 헌신, 완벽주의, 이상주의, 가족-직장 갈등을 포함한 일과 삶의 불균형 등이다[35]. 직무요인은 과도한 업무량, 임상적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율성 제한, 업무 관계자들과의 팀워크, 서로 간 신뢰와 존중이 무시되는 공정성의 부재,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다를 때 발생한다. 그 외 긴 근무시간, 진료과목, 야근, 문서작업, 의료소송 위험 등도 소진의 원인에 포함된다[14,36,37]. 조직요인으로는 부정적인 리더십, 직무수행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불충분한 보상, 분배 불공정성, 동료와의 협력 문제, 승진 기회와 사회적 지원의 제한 등이 있다[38].
이러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소진은 의과대학 교수 자신의 생활과 삶의 질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의 질 저하 문제[39], 환자에 대한 공감 감소[40,41], 의료 오류 및 부작용 발생의 증가[40], 의료시스템 기능 저하와 이직률 증가[42,43]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2.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소진
나이, 직급, 성별, 전문분야, 근무시간 등에 따라 소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젊은 경력 초기의 조교수가 나이와 경력이 많은 교수에 비하여 소진 수준이 높고, 특히 소진의 하위요인 중 정서적 고갈과 비인간화가 심각한 수준이며[44-46], 높은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7]. 젊은 조교수는 부교수 이상의 교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구와 교육, 진료 등에 투자해야 하며[48], 어린 자녀 양육 문제 등으로 직장과 가정생활의 불균형 문제 등이 소진을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었다[45]. 나이가 많을수록 경력으로 높은 수준의 직무수행역량을 갖추게 됨으로써 젊은 조교수보다 직무스트레스와 소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진 수준이 낮을 것이다[20,49,50].
성별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자 교수보다 여자 교수가 소진을 더 많이 경험하고, 특히 소진의 하위영역 중 정서적 고갈을 더 많이 경험하며, 결혼한 여자 교수가 미혼인 여자 교수보다 더 소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4,51]. 여자 교수는 남자 교수와 동일하게 의과대학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 진료, 행정 등의 업무를 해야 하지만 남자 교수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부분에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52-54]. 이런 상황의 여자 교수는 자기관리가 어렵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55,56].
기초의학교실 교수보다 임상의학교실 교수가 소진 수준이 높았고, 특히 정서적 고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정도였다[57]. 직무특성상 기초의학교실 교수보다 임상의학교실 교수가 환자, 환자보호자, 전공의, 그 외 의료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과 업무를 함께 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임상의학교실 교수 중 진료에 50% 이상의 시간을 보낼수록, 주당 60시간 이상 일을 할수록 소진을 더 경험하고,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낮았다[58].
의학교육 전문부서에 근무하는 교수들은 교수, 학생, 대학보직자, 교실과 교실 간의 관계에서 가교역할을 하며[59], 교육과정 개발, 조정, 평가, 교수와 학생, 학교, 병원의 요구, 의학교육 관련 연구 등으로 인해 소진이 발생한다[60]. 진료와 의학교육학교실 업무를 겸하는 교수는 교육과 임상 성과의 균형 등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18]. 이러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학교육 전문부서에서 근무하는 교수 대상 연구에서 25명 응답자 중 87%가 소진을 경험했다고 보고되었다[61].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교수 대상으로 소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31–40세의 젊은 교수, 여자 교수, 결혼한 여자 교수가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개인 성취감 감소의 소진 증상 모두가 높았고, 주당 52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교수보다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수가 더 많은 개인 성취감 감소를 경험하였다는 결과는 국외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 그러나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수 간에 소진의 정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는데[11], 그 이유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소진 예방대책
소진 예방과 관련된 연구들은 개인적 차원의 예방대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실제로 자신만의 소진 예방전략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탄력성을 증가시키는 등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62,63].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개인과 조직적 차원 모두에 초점을 두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64]. 소진이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불균형으로 발생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소진 예방을 위한 개입도 개인과 조직이 함께 노력할 때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소진 예방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개인과 조직적 차원의 대책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인적 차원의 대책
첫째, 의과대학 교수들은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 독서, 명상, 취미활동 등을 하거나 운동과 걷기처럼 신체활동을 통해 소진을 감소시킨다[25,65].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활동을 통해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어가기 위한 예방 차원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둘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원들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소진을 예방하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가족과 친구의 지지를 받고, 환자와 보호자 등 직무관계자와의 관계가 원활할 때 일과 삶에 의미를 느껴 소진이 감소된다고 하였다[66]. 특히 동료들과의 관계가 소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와의 단절이나 갈등 등이 소진을 유발하지만[66,67]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는 연구생산성 향상, 높은 직무만족도, 교수직 유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변수이기 때문이다[68]. 즉 개인을 둘러싼 주변 사회적 자원들의 지지와 도움을 중요한 예방대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전통적으로 스트레스 관리, 의사소통기술 훈련, 소그룹모임 촉진 등 스트레스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소진을 예방하는 대책으로 활용하였다[69,70].
2. 조직적 차원의 대책
조직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소진 예방대책은 일반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개인의 건강을 도와주는 운동과 마음챙김 등과 같은 워크숍이나 특강 등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주었다[62]. 또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동료나 선배 교수와의 멘토링제도도 직무만족도를 높혀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멘토를 통한 도움도 소진 예방대책으로 활용하였다[71,72]. 선행연구들을 보면 조직 차원에서는 해당 직무의 전문성이나 효율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보다 소진과 같은 심리적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결론
의과대학 교수의 역할은 국가와 의료환경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교육자, 연구자, 임상의사 등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는 선행연구 결과에서 나온 것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11]. 교육자로서의 소진은 학생과 전공의의 역할모델이 되는 임상의사로서의 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지식, 술기, 태도 등의 역량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28,29]. 연구자로서의 논문 등 연구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은 연구결과의 신뢰성 등의 문제로 의학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교육과 진료 등 다른 직무수행에도 영향을 끼친다[33]. 임상의사로서의 소진은 환자진료의 질과 의료시스템의 기능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39-43]. 이러한 역기능적인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조직, 사회 차원에서 필요한 대책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 차원에서 의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심리적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교육, 연구, 봉사, 진료 등 다양하고 과도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은 소진 등 자신의 부정적인 심리적 건강상태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신체적 건강상태는 눈에 보이거나 직접적으로 행동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반면, 부정적 심리건강상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면 그냥 지나치게 되거나 누적이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부정적 심리건강상태에 대해 소홀한 이유 중 하나는 소진이 무엇이고, 어떻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의과대학 교수가 소진 등과 같이 직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노력은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소진은 특정한 시기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서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점진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게 되므로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자 하는 노력과 자기성찰 등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지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전문직업성은 소진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20]. 특히 전문직업성 하위요인 중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소진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73].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은 일을 소명으로 인식하여 자신의 삶에서 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을 도우며, 기관과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진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포함한 전문직업성에 대하여 교수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고 함양하고자 하는 노력이 소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소진을 경험할 수 있는 학생, 전공의, 전문의에게 전문직업성을 지속적으로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피교육자뿐만 아니라 교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교수의 소진 원인을 분석하여 교수를 포함한 구성원과 함께 시스템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74], 체계적인 멘토링제도[71]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조직 차원에서 교수의 소진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선행연구 분석결과, 조직 차원의 소진 예방대책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은 소진을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개인이며, 개인이 건강하면 조직이 건강해져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조직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교수의 소진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그 결과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 개선방향에 관하여 교수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논의하는 등 조직의 운영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소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학교와 병원 등 조직의 리더와 열린 의사소통을 요구하고 있다[67,75].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소진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48개의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분석한 결과, 업무량 요인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하였다[76]. 즉 업무량보다 소진의 다른 많은 결정요인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는 의과대학 교수에게 발언이나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교수로서의 존재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53,54].
조직 차원에서 각자의 업무를 인정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존중하는 긍정적인 직장문화를 형성해 가려는 노력도 도움이 되며, 실제 소진을 감소시킨다[77]. 긍정적인 직장문화는 직무참여도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은 환자진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78]. 동료들과 협력적이고 응집력을 갖게 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형성하므로 소진 예방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67]. 조직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스트레스나 소진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직업적 자아개념와 전문직 정체성[20], 회복탄력성[46], 그릿[79], 공감[40] 등의 심리적 요인이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의과대학 교수만이 갖는 소진의 특성을 강조한 예방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하고, 그 교육효과를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소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의과대학 교수의 소진은 미래 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육의 질뿐만 아니라 사회가 받을 의료의 질과 의료시스템 유지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 대상의 소진과 관련된 연구는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교수의 특수한 직무 특성을 고려하여 소진이 발생하는 상황, 발생과정, 감소시키는 요인, 예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현황과 효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 외에 의학교육자의 차원에서는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중심축 중 하나가 의과대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선행연구를 보면 교수는 연구대상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의학교육자들은 교육과정이나 교수법 등 효과적인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세미나나 워크숍 등의 운영, 학생 대상 연구 등도 중요하지만 교육활동을 실제 이끌어가는 교수의 심리적 요인에도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의학교육자는 의과대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소진 수준을 낮추고, 소진에 대한 지식에 근거한 대처전략을 갖추도록 지원해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74].
조직과 사회 차원 등에서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주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진의 당사자인 의과대학 교수들의 참여이다. 의과대학 교수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참여가 저조하다[80]. 조직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알더라도 과도한 업무로 인한 시간의 제약과 일정 조율 등의 문제로 참여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지원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81]. 따라서 조직과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를 돕는 실질적인 전략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한 소진과 관련된 국내・외 문헌을 고찰함으로써 소진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결과의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연구결과가 많은 국외 결과를 중심으로 고찰한 결과이므로 국내의 상황에 적용하여 이해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의료인력에 대한 정책, 의료시스템 등에서 오는 소진 등 거시적 관점에서 소진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험적 연구와 현상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Notes
Authors’ contribution
유효현: 논문 설계, 자료수집과 분석, 논문작성; 김형태: 논문 설계, 논문작성과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