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 People Get Ill?
우리는 왜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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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분석학자 대리언 리더와 과학철학자 데이비드 코필드가 생의학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의학이 심리적 영역에 좀 더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정신신체의학에 다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질병을 분류하고 어떤 질병을 다른 질병과 구분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질병이든 심신(정신-신체)의 관계를 고려하여 다뤄보라는 뜻이다”라고 밝힌다.
서문을 읽으며 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저자들이 오히려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병을 일으키는 심리적 요인’보다는 ‘심신의 관계’를 세심히 보라고 하는 점인데,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심리적 요인이 질병과 관계가 있다’라고 읽히도록 서문을 쓴 것에 대한 점이었다. 저자들은 “어떤 현상이든 스트레스라는 용어로 설명하다 보면 개인 사례의 특수성은 사라진다. 개개인의 세세한 사정은 무시되고, 모든 현상을 담는 모호한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거시통계연구보다는 개인의 소소한 역사가 심리요인의 작동방식을 밝히는 열쇠이다”라고 하며 ‘개인의 소소한 역사’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의사들에게 이야기한다. 굉장히 흥미롭게 본 책이었으나 평균 진료시간 6-8분인 현실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과연 주의 깊게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잊고 있었던 책이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픈 ‘세월호’ 사고 이후 ‘밥맛이 없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밤잠도 설친다’ 등등 심적 외상을 받은 후에 나타나는 대리외상증후군을 호소하는 상황을 접하며, 기억 저편에 있던 “우리는 왜 아플까?”란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들이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사람 한 명, 한 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라는 가치를 북리뷰를 통해 나누고 싶었다.
공감! “아프냐! 나도 아프다” 유명한 드라마 대사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이 공감의 대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까? 최근 의학교육에서 ‘환자-의사’ 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의사소통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참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몸의 아픈 증상도 소통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라는 저자들의 새로운 시각을 접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소망을 품거나 걱정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드러내거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소망이나 걱정을 표현할 다른 통로를 찾으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신체증상이나 위험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약물처방이 효과를 내지 못하게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서 ‘의사는 늘 환자의 증상을 없애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신체증상이 무의식적 욕구를 만족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를 벌하려는 무의식적 욕구를 신체증상이 들어주고 있다면? 신체증상을 없애버릴 때 끔찍한 불안을 느낀다면? 다른 증상이 끔찍한 불안을 대체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대안치료와 심리치료를 평가하는 기술은 이런 주요 요인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료만 따진다면 대안치료의 결과가 좋아 보인다. 증상은 사라졌고 치료는 통했다. 하지만 한 달 후에 완전히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첫 의료행위가 남겨둔 공백을 메우려고 다른 증상이 발생한다면?” 이런 상황에 접하면 의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들이 제시하는 “입원 환자에게는 대화 상대가 꼭 있어야 한다. 욕망 상실의 효과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라는 해법은 경제적 이익이 의학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오늘날 의료계 현실에서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사람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당위성을 외칠 수는 있지만 ‘의료급여 환자 문전박대!’라는 슬픈 뉴스를 접하는 현실에서 환자와 가슴으로 소통하는 의사양성과 더불어 의료의 공공성은 과연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 심도깊게 논의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암도 생명! “암세포도 생명인데 내가 죽이려고 생각하면 그걸 암세포도 알 것 같다. 내가 잘못 생활해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암이 생명이냐’며 엽기적인 대사라고 비판했던 최근 한 드라마의 대사이다. 그런데 의사가 만약 이런 환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와 같이 엽기적이라 보일 수 있는 생각으로, 자신이 겪은 심적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치료를 스스로 포기하는 환자에게 의사는 어떻게 가슴으로 공감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환자와의 소통을 잘하기 위해 의학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문학과 철학이 의미의 세계에 사는 인간을 연구하도록 부추기듯이 그것은 의사 지망생도 개선시킬 것이다. 문학과 철학은 의학상담에도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고대와 중세시대에 학교에서 수사학을 가르쳤던 것처럼 의학교육에서도 설득의 기술이 핵심내용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환자의 말을 기꺼이 들으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학훈련의 근본문제를 꼬집어보자. 의사에게 가장 적절한 배경지식이 꼭 자연과학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인정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듣고 해석하는 기술을 철저히 익힌다면 의과대학에서 수행하는 과학적 연구 못지않게 이런 기술이 도움이 되지않을까?”라며 의학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의학공부하기에도 버거운 상태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알아야 하지만 환자가 의사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의사는 직업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저자들은 옛 정신분석학자 밸린트가 의사들에게 제안했던 소모임을 가져보라고 한다. 환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다른 의사와 얘기해보라.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밸린트가 제안한 소모임에 참석한 일반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환자들 못지않게 의사들도 가슴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이 본문에서 이야기한 다음 글을 전하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는 촉발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결국 대안치료법은 대체로 대화를 권한다. 우리는 주로 대화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실존을 인정한다. 의학적 시술과 약물 투여를 배제하고 대화를 통한 치료를 하자는 뜻이 아니다. 절대 그렇지않다. 대화를 바탕으로 하여 의학적 시술과 약물투여를 병행할 때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반면, 최근 의료계의 분위기는 환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소원하게 만든다. 하지만 삶이 곧 대화이다. 대화가 막힌다면 개인은 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끝으로 “세상을 도무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없다는 것도 병에 걸리게 하는 요인이다”라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