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는 타고난 상담가이다
All Doctors are Born Counselors
Article information
저서: The Fifteen Minute Hour: Therapeutic Talk in Primary Care, Fifth Edition
저자: Marian R. Stuart, Joseph A. Lieberman III
출판사: CRC Press
출판연도: 2015년
쪽수: 228쪽
저서: 환자상담의 달인: 쉽게 배우는 상담기법
저자: Marian R. Stuart, Joseph A. Lieberman III 지음, 박주성, 박태진, 이상엽, 차형수 옮김
출판사: 엠디월드
출판연도: 2016년
쪽수: 218쪽
지난 호에서는 독일 의사가 쓴 “일방통행하는 의사, 쌍방통행을 원하는 환자”라는 책으로 환자와 의사의 소통에 대해 상기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책은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일차진료를 해온 의사가 외래중심의 실제적인 상담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환자상담의 달인: 쉽게 배우는 상담기법”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주로 신체와 정신은 함께 다루어져야 하고, 일차진료 의사가 그 역할을 하기에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한다. 2장은 외래에 오는 모든 환자는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고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사실이다. 3장–8장에서는 background, affect, trouble, handling, empathy (BATHE) 기법을 소개하고 15분 이내에 충분히 사용 가능한 실질적인 기법들을 소개한다. 9장은 예외적인 상황 및 직원과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법을 언급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소개한 상담기법들이 전체 치료에 통합이 되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첨부되어있는 부록—어떤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질문 12개와 좋은 답변 3개(twelve good questions and three good answers for all seasons)—은 역시 제목만으로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천부적으로 상담에 소질이 있다는 말이 있다. 다른 말로 상담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의사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바쁜 진료현장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의사가 상담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거니와 하려고 해도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 지 막연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학교에서 의과대학생을 가르칠 때도 전인적으로 접근하라고 하지만, 환자를 대할 때 신체적 질환 이외에 환자의 심리적, 정신적 또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일은 드물다. “The fifteen minute hour”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은 책이다. 1986년도에 초판이 출판된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여기서 소개된 이론, 배경, 동기부여 그리고 상담기법들로 인해 환자 진료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최근에 5판이 출간되었고, 부산가정의학연구회에서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미국의 여러 의과대학에서는 이 책을 수업의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의학교육현장에서는 얼마나 활용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갈수록 이 책의 내용적 가치가 인정을 받으면서 열렬한 호응을 얻어 가정의학과 전문의 수련과정에서는 이러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생이 임상실습을 하기 전에 교육을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학생 때부터 환자를 대할 때 환자가 가진 질병보다는 질병을 가진 환자, 즉 사람 그 자체를 다루는 훈련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 판을 읽어보면 저자들이 이전 판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상담의 효과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견고한 근거들로 인해 보다 자신 있게 이 책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원에서의 상담이라고 하면 으레 정신건강의학과를 떠올리게 되며, 타 과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의 최고 수준은 병력청취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모든 의사, 특히 일차진료의사는 상담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의 제목에 명시된 ‘15분’이라는 시간은 소위 ‘3분 진료’로 통하는 국내 진료환경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15분이라는 것은 서구의 통상 표준상담진료 시간인 60분에 비해서는 훨씬 짧은 진료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상담을 한다고 해서 길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소개한 여러 실질적 상담기법을 활용해 15분 이내의 양질의 상담으로 가장 효과적인 진료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일차진료의사가 모든 것을 상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과대학생의 교육과정에 환자상담에 대한 내용이 포함이 되어 상담기법을 숙지하고 단련한다면 수많은 환자를 대하는 일차진료의사가 되었을 때 기술적 상담을 통한 효과적인 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BATHE 기법과 15분 상담과정이다. 그 외에 10대 다루기, 까다로운 환자 가족 상대하기, 직원 훈련시키기, 의학적 실수와 자기 용서 등도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이 책은 환자에게 ‘신경성’이라는 라벨을 붙이지 말라고 한다. 불편하다고 하는 데도 진단이 되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혹은 평소의 모습과 무엇인가 달라졌을 때는 BATHE 기법을 적용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법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면 우울감과 무기력함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약을 쓰지 않더라도 기분이 좋아지고 식사도 제대로 하기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실 모든 환자에게 BATHE 기법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BATHE 기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어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좋은 BATHE 기법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한탄하면서 나아가 이것을 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원망 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확실히 더 유능하고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더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환자와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며 이로 인해 진료효과도 좋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진료시간이 단축되어 보다 생산적이고 즐거운 진료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이 책 속에서 속속 발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