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1(2); 2009 > Article
의과대학 윤리·인성 교육을 위한 딜레마 토론의 활용

Abstract

The current medical practices in Korea have raised many new ethical issues. The current education system in medical colleges, however, is finding it difficult to cope with these rapidly arising medical issues.
Many educators, therefore, became much more concerned about the importance of ethics and character education in medical colleges, but teaching methods or educational programs centered around the same have not yet been developed.
Dilemma discussion is regarded as an available teaching method but is not frequently used in medical education. In this respect, this study aims to apply dilemma discussion programs to ethics and character education for medical students.
It was discovered that dilemma discussion is an effective instructional method for enhancing the moral reasoning ability of medical students. According to Rest°Øs theoretical framework, however, a dilemma discussion program focuses on two components of morality: moral judgment and moral sensitivity.
Moral judgment and moral sensitivity are major components in predicting moral behaviors. Therefore, the target of dilemma discussion programs is to focus on these two components. It is reasonable to integrate moral judgment with moral sensitivity for ethics and character education in medical schools.

서 론

의료 분야는 여러 전문직종 가운데 인간의 생명과 복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의료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환자는 물론, 그 가족 전체의 안녕과 복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료인은 다른 전문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독점적으로 소유·행사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에 걸맞는 윤리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들은 양성교육에서는 고도 수준의 윤리를 내면화하고, 추후 연수교육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심화시켜 나가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의료윤리 교육은‘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프로페서널리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권복규, 2006)은 올바른 인식이요 관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윤리교육은 최근 10여 년 동안 상당 수준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윤리 과목을 정규 교과로 개설한 대학은 1990년에 31개교 중 7개교에 불과했으나(맹광호, 1990), 1996년에는 37개교 중 20개교에 이르고(황상익, 1996), 현재는 대다수의 대학(최은경 외, 2006)에 이를 정도로 현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 의과대학생들이 의료 윤리를 배우고 익히는 데 필요한 교육과정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방법 측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을 뒷받침할 적절한 교육방법이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강의나 강연 위주의 교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은경 등의 연구(2006)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7 개 대학 중 34개 대학(91.9%)이 강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은 아직도 강의가 의료윤리 교육의 일반적인 방법임을 알려주고 있다.
의과대학생이 의대 교육을 통해 의료윤리를 습득, 내면화하는 목적은 그들이 장차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할 때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고, 이런 능력은 당연히 일방적인 강연이나 강의 방식보다는 다양한 실제적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질 것이다.
강의나 강연 위주의 방식은 학생들이 장차 의사가 되었을 때 실제로 겪게 될 여러 가지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을 적절히 인지·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불충분하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여, 최근 들어서는 역할극(권복규 등, 2002)과 토론회(박은경 외, 2002), 소그룹 토의, PBL과 TBL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 하고 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고, 교육 현장과 실제 현장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의료인 양성과정인 의과대학에서의 윤리교육은 예비 의사들이 졸업 후 현직 의사로서 의료 현장에서‘실제로’맞 닥뜨리게 될 여러 가지 윤리,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1)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 직면하는 윤리적 갈등 상황들을 미리 접해보고 판단·행동해 보 는‘연습’을 해봄으로써 면역(대처)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도덕의 예방주사2)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윤리 백신’의 접종 방식으로는 딜레마 토론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의나 에세이, 토론이나 자료 읽기로는 예비 의료인들이 장차 의료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 복잡하고 복합적인 여러 유형의 윤리적 갈등상태를 적절히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야 한다.
국내의 의과대학 의료윤리 교육에서 딜레마토론 방식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7~1999년 서울대 교육학과 도덕심리연구실과 서울의대 의사학교실이 주축이 된“의료인의 윤리 도덕성 함양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연구3)이다.
이 연구를 출발점으로 해서 딜레마 토론 방식을 활용한 의료 윤리 교육이 가천의대(김지영 등, 2000)와 동국대 의대(김익중 등, 2005), 동국대 간호학과(이미애, 2009) 등에서 추가 실시되었는데, 대체로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연구 절차나 토론 방법상으로는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어, 보다 심화된 연구와 현장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도덕성은 인지(사고)와 정서, 그리고 행동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복합적 개념인데다 세 요소의 구별은 개념 적일 뿐 실제로는 모두 연결되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 윤리 교육의 목표는 이러한 세 요소의 통합을 통한 도덕·윤리 적 행동의 표출이어야 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윤리 교육의 목표 는 도덕적으로 사고(판단)하고 이를 행동(실천)에 옮길 수 있는 ‘도덕·윤리적인 의료인의 양성’이어야 한다. 자신이 직면하는 도덕·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사고(판단)하는 능력과 그 문제에 관련된 사람들(환자나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을 공감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사고하고 느낀 것을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 는 실행 능력까지 갖춘 의료인의 양성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딜레마 토론은 Piaget(1932)에서 출발하여 Kohlberg(1958)에 이르는 인지발달론적 접근의 주요 방법론으로 활용되어 왔고, 인지적 측면의 효과성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즉, 도덕적 문제에 대한 사고(판단)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통합적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사고(인지)는 행동의 표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지적 요소와 함께 정서적 요소까지 갖출 때 도덕적 행동의 실행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인지발달론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방법론인 딜레마 토론 속에 정의·정서적 측면의 방법론인 감수성 또는 공감 훈련을 삽입하면, 인지와 정서, 두 측면의 발달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데, 도덕적 감수성 및 공감 훈련은 의과대학 인성교육의 일환으로도 실시될 수 있다고 본다. 이 훈련을 딜레마 토론의 한 과정으로서 실시하게 되면,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의 통합적 실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도덕성(윤리)과 인성은 다른 개념이고, 윤리교 육과 인성교육 사이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도덕성과 인성은 분리되어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인간이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구성 개념(constructs)이어서 둘은 별개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론적 측면과, 제반 교육과정이 매우 빠듯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의학교육의 현실적 측면을 생각할 때, 또한 도덕·윤리교육에 대한 학습 주체 또는 객체의 거리감 또는 거부감 등의 부정적 인식을 감안할 때,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의 통합적 실시는 고려할 만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인식 아래, 본 연구에서는 딜레마 토론 방식이 어떠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고 의과대학 윤리·도덕 교육에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특히 인성교육과는 어떻게 병행될 수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딜레마 토론의 이론적 토대

1. 인지발달론적 접근

딜레마 토론의 이론적 토대는 인지발달론이다. Piaget(1932) 에서 출발하여 Kohlberg(1958)에서 완성된 인지발달론적 접근 은 도덕성의 핵심을 인지 구조(cognitive structure)라고 보고, 이 구조의 성격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즉,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부딪치게 되는 도덕적 문제들을 바라보고 개념화하며 판단하게 되는‘인지적인 틀’(mental set)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길가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이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에 대한‘판단의 틀’이 사람마다 고유하게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틀을 Kohlberg는‘도덕 판단’(moral judgment)이라 불렀고, 그런 판단은 3수준(3-levels), 6단계(6-stages)로 구분되며 연령 증가에 따라 일정한 순서로 발달해 간다고 주장했다.
도덕 판단의 세 가지 수준은 인습이전, 인습, 인습이후 수준이고, 각 수준은 2개씩의 단계를 갖고 있다. 인습이전 수준에는 1 단계와 2단계가 속해 있는데, 1단계는‘처벌 회피와 복종으로서의 도덕성’이고 2단계는‘도구적 이기주의로서의 도덕성’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으면 혼난다고 생각하면 1단계, 도와주면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2단계가 된다. 인습수준에는 3단계와 4단계가 속해 있는데, 3단계는 친애주의적 도덕성이고 4단계는 법과 사회 질서로서의 도덕성이다. 주위 사 람들의 시선이라 칭찬 때문에 남을 도왔다면 3단계, 법이나 규칙에 정한 바를 따라 돕거나 돕지 않았다면 4단계가 된다. 인습이후 수준에는 5단계와 6단계가 있는데, 5단계는 사회계약적 도덕 성이고 6단계는 보편적 윤리 원칙으로서의 도덕성이다. 법이나 규칙은 사회적 약속이기에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5단계, 보편적인 윤리 원칙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6단계에 속한다.
인지발달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든 연령 증가에 따라 인습이 전 수준(1, 2단계)에서 출발하여 인습수준(3, 4단계)을 거쳐 인습 이후 수준(5, 6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도덕성을 측정한 연구의 결과를 보면, 대학생일 때는 인습이후 수준에 있다가 졸업 후 현직에 나아가면 인습 수준으로 퇴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의과대학생이 4학년이 되면 도덕성(도덕판단력)이 이전보다 더 낮아지고(홍성훈, 2000), 예비교사(사범대생과 교대생)의 경우 학년이 올라가도 도덕성 수치가 상승하지 않다가, 현직 교사 가 되었을 때는 오히려 예비교사 때보다 더 낮아지고 오래 근무할수록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가 하면(홍성훈, 2004), 간호과 3, 4학년의 수치가 1, 2학년보다 더 낮고(이미애, 2008), 간호사의 수치가 간호과 재학생보다 더 낮으며(김용순, 1999; 이미애 외, 2006), 간호사의 95%가 인습 수준(3, 4단계)에 서 도덕적 판단을 한다(Murphy, 1978; 이미애, 2009에서 재인 용)는 연구 결과들은 의과대학 도덕·윤리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
교육방법론의 측면에서 볼 때, 인지발달론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윤리 규범이나 지식의 일방적인 전달과 수용에 치중하는 교화(敎化)를 중시하는 도덕사회화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기체가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구조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해 가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인습적인 가치나 덕목, 규칙의 일방적인 주입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도덕적 기준들을 발견하고 도덕적으로 사고·판단하며, 그에 따라 행동하는 자율적 성장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기본 입장이다.
그런데 의료 윤리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전문직 윤리(professional ethics)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도덕·윤리적 기준의 능동 적인 발견을 중시하는 인지발달론은 상당 수준의 자율적인 도덕 적 성숙이 필수적인 의료윤리 교육의 기본 틀로서 적합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인지발달론이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교수법은 딜레마 토론 이다. 딜레마 토론이 효과적인 이유는 심각한 윤리적 갈등상태에서 인지적 불균형의 유발과 그로 인한 재평형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 참여자들은 딜레마 토론과정에서 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다른 동료들의 관점에 접함으로써 인지적 갈등으로 인한 비평형화 상태가 되는데, 다시 평형 상태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 높은 단계의 도덕적 관점을 수용 함으로써 도덕적 사고의 구조나 판단의 틀이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다(홍성훈, 2000).

2. 4-구성요소 모형:도덕적 인지·정서·행동의 통합

Piaget와 Kohlberg가 주축이 된 인지발달론적 도덕교육론은 기본적으로 도덕적 인지(사고나 판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는 사고(知)가 제대로 되면 행동 (궋)은 저절로 가능해진다는 서구의 소크라테스나 동양의 왕양 명(王陽明)이 주장한 지행합일(知궋合一)의 관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지나 사고가 인간의 모든 행동의 기본 바탕이요 출 발점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도덕·윤리 교육의 최종 목표가 도덕적인 사고나 판단이 아니라 도덕적인 행동이나 수행이어야 하는 것은 안다고 해서, 생 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행동이나 수행으로 연결되지는 않 기 때문이다. 지식(사고)과 행동(수행) 사이에는 많은 다른 변수 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양자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Rest(1983)는 도덕성을 구성하는 인지, 정서, 행동 등 세 요소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한 4-구성요소 모형 (Four-Component Model)을 제시하게 된다. 그는 이 모델을 통해 Piaget와 Kohlberg가 엄격히 인지적 측면에만 한정시켰던 전통적인 도덕성 개념을 확장하여, 정신분석학이 강조하는 정서적 측면과 행동주의 학습이론이 주목하는 행동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인지발달론적 도덕성 이론을 다양한 형태의 도덕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 교육 현장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증대시켰다.
Rest의 모형(1983)의 최종 목표는 도덕적 행동의 표출이다. 따 라서 그의 모형은 도덕적 행동의 표출을 낳게 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변수들을 포괄하고 있고, 바로 이런 점에서 의료윤리를 포함한 많은 전문직 윤리교육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었다. 도덕적 행동의 표출에 관여하는 네 요소는 다음과 같다(홍성훈, 2000).
한 개인의 도덕적 행동은, 도덕적 상황의 인식 및 해석, 바람 직한 해결방안에 대한 추론, 도덕적 동기화, 도덕적 행동의 실행 등의 네 가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도덕적 행동의 실패는 위 네 가지 중 어느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요소에 문제가 있을 때 야기된다.
도덕적 행동의 표출 과정에서 필요한 첫 번째 요소는 도덕적 감수성(moral sensitivity)이다. 이는 특정 상황 속에 내포된 도덕적 이슈들을 지각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이나 결과를 미칠 수 있을지를 미리 헤아리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요소가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을 도덕적 사태로 지각·해석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복지와 안녕에 민감하지 못하면 도덕적 행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요소는 도덕적 판단(moral reasoning)이다. 제1 요소에서 가능한 행동의 경로들과 그것이 타인에 미칠 영향이나 결과에 대한 인식(지각)이 이뤄지고 난 후, 제2 요소에서는 그 행동이 도덕적으로 정의로운 것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도덕적 사고 (인지)를 지칭하는 이 요소는 Kohlberg의 이론 체계에서 도덕성 으로 간주하던 것이지만, Rest의 모형에서는 도덕적 행동의 표출을 설명하는 네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세 번째 요소는 도덕적 동기화(moral motivation)이다. 제1 요소에서 특정 상황에서 도덕적 이슈를 가려내고 그것의 해결이 타인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헤아릴 수 있고, 제2 요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의 경로들이 정당하고 정의로운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서 도덕적 행동이 곧바로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행동의 표출은 제3 요소(도덕적 가치를 다른 가 치, 예컨대 경제·사회·종교적 가치들보다 더 우위에 두려는 동기 부여)가 충족되었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도덕적 행동의 표출을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요소는 도덕적 품성(moral character)인데, 이 요소는 자아 강도(ego-strength) 과 인내심, 용기 등의 하위 특성들을 포함한다. 한 사람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민감하고 바람직한 도덕적 판단을 잘 하며 도덕적 가치를 다른 가치들보다 더 우선시할 수 있더라도, 외부 압력에 쉽게 굴복하거나 쉽게 용기를 잃고 좌절하거나 의지가 약하면 도덕적 행동은 할 수 없게 된다.
도덕교육의 최종 목표가 도덕적 사고(판단)가 아니라 행동인 이상, 행동의 표출에 관여하는 여러 심리적 변인들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Rest의 4-구성요소 모형은 그동안 도덕교육 프로그램의 기본틀이 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 러할 것이라 판단된다.

3. 전문직 윤리 교육 프로그램

전문직 종사자는 고도 수준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외부인이나 일반 대중에게 쉽게 발견, 통제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자율성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전문직 교육은 양성과정에서든 연수과정에서든 전문성과 도덕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문성 위주의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는데,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직 윤리교육 프로그램의 모델로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 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전문직 윤리교육 프로그램(professional ethics program)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 의사, 수의사, 간호사, 회계사, 운동선수, 언론인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연구·시행되고 있는데 4), 이론적 배경은 인지발달론적 접근, 특히 전술한 Rest의 4-구성 요소 모형이다.
도덕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도덕적 행동의 표출이어야 하는데, 의료 윤리를 포함한 전문직 윤리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복잡한 직무수행 현장에서 일어나는 도덕적 사태들을 제대로 인식(지각)한 후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추론하여, 이를 실제 행동으 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도덕·윤리 교육의 현장에서 Rest의 모형이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모형이 도덕적 행동의 표출로 이어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심리학적 과정들을 상세하게 규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현재 전문직 윤리 프로그램의 초점은 도덕 판단력 (제1 요소)과 도덕 감수성(제2 요소)에 맞춰지고 있다.

딜레마 토론의 내용 및 진행 절차

1997~1999년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과제로서 서울대 교육학과 도덕심리연구실과 서울대 의대 의사학교실이 공동으로 수행한“의료인의 윤리·도덕성 함양 프로그램 개발 연구”(연구책임자:문용린)는 전문직 윤리 프로그램의 방식을 의료윤리 교육에 적용한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Rest 의 이론적 관점과 모형(4-구성요소 모형)에 입각하여 수행된 이 연구의 기본 목표는 딜레마 토론 방식을 활용하여 의과대학생의 도덕성, 특히 도덕적 판단력(제2 요소)을 기르는 데 있었고, 제1 요소인 도덕 감수성은 당초 목표는 아니었으나 효과 측정에는 포함되었다.
토론 자료의 개발은 서울의대 의사학교실이 주축이 되어 이뤄졌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야기되는 도덕적 갈등사례 20가지 중 에서 토론에 적합한 10가지 사례를 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딜레마 토론용 영상자료와 수업진행 절차 등의 토론 자료를 제작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10가지 딜레마는 외제백신, 응급실 호출, 장기매매, 불임수술, 성감별, 안락사, 제왕절개, 새로운 치료법, 환자의 요구, 실험자료 왜곡 등이다.
이러한 딜레마 사례를 대상으로 10편의 영상 매체(드라마)5) 가 제작·활용되었다. 전체 10편 중 외제백신, 응급실 호출, 장기매매, 불임수술, 성감별, 안락사, 제왕절개, 실험자료 왜곡 등 8편은 신규 제작하고 새로운 치료법, 환자의 요구 등 2편은 기존의 외화(영화‘사랑의 기적’과‘로렌조 오일’)를 편집·활용하였다. 한편 신규 촬영된 8편 중 7편은 드라마 형식으로, 나머지 1편‘ (제왕절개’ 편)은 전문의 2인과 일반 시민 7명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제작되었다6).‘ 장기 매매’의 토론에 활용된 딜레마 스토리를 참고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토론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토론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미리 토론 촉진용 질문 문항이 준비되었다. 이 질문은 내용확인·주제관련·결과관련·역할관련 질문 등 4개 종류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내용확인 질문은 딜레마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기본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장기 매매’딜레마의 경우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주된 내용은 무엇이며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 각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 만약 당신이 닥터 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제관련 질문은 딜레마 이야기에 나타난 도덕적 주제를 묻거
  • 닥터 신은 K씨의 말에 따를 의무가 과연 있는가, 없는가? 왜 그런가?

  • 법과 환자의 생명이 대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로서 선택해야 할 일은?

  • 왜 장기가 매매되면 안되는가? 장기 매매가 합법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

  • 법이 개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10 여년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K씨를 데리고 닥터 신을 찾아 왔다. K씨를 검사해 보니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자세한 사정을 알고 보니 자발적 기증이 아니고 2천만원을 주고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환자는 꽤 오랫동안 신부전증을 앓아 재정적 손실이 막대했을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손상을 입고 있다. K씨의 경우도 어려운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그에게는 두 살 난 아이가 있는데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K씨는 이천만원이 넘는 수술 비용을 구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에게 통사정을 해 보았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병원 화장실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고 장기 매매를 결심하게 되었고, 곧 그 환자와 연결이 되었던 것이다.
환자와 K씨 모두 자신들의 절박한 사정을 내세워 장기이식 수술을 닥터 신에게 요청하고 있다. 닥터 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확인하는 질문이다.
  • 담당의사로서 장기매매를 묵인한 것이 공개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겠는가?

  • 수술을 해주지 않았고, 결국 다른 장기 기증자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아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 아이가 사망을 한 경우, 누구에게 주된 책임이 있는가?

결과관련 질문은 자신의 행동선택과 도덕적 판단이 가져올 결
  • 당신이 장기를 받는 환자라면, 혹은 주는 사람이라면 담당의사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겠는가?

  • 결국 당신의 수술로 인해 돈이 마련되고 아이가 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아이는 당신에게 어떤 마음을 갖겠는가?

과에 대해 학생들이 눈을 돌리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역할관련 질문은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여 역할채택을 촉진하는 질문이다.
인지발달론적 도덕성 교육이론이 제시하고 있는 일반적인 딜레마 토론 수업은 대체로 딜레마의 확인, 잠정적 입장의 진술, 추리의 전개, 각자 입장의 정립 등의 4단계 절차로 이루어진다. 토론 진행 시간은 매회기 평균 90분 정도 소요되는데, 구체적인 진행 절차는 Table I 과 같다(문용린, 1988; 홍성훈, 2000).
Table I.
딜레마 토론의 절차
진행단계 주 제 소 주 제 주 요 내 용
제 1단계 딜레마의 확인 딜레마의 제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딜레마를 제시
상황 진술 딜레마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용어 정의 제시된 주요 용어나 개념의 이해
중심인물의 문제의 진술 등장인물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명료한 이해
제 2단계 잠정적 입장의진술 개별적 입장의 탐색 주어진 도덕적 사태에 대해 개별적으로 심각하게 숙고
개별적 입장의 확정 각자의 입장과 그 이유를 스스로 정리
집단 입장의 확인 중심인물의 행위에 대해 찬반이 적절하게 갈라지는지 확인
제 3단계 추리의 전개 소집단 토론 입장이 적절히 나뉘는 5~8명 단위의 소집단을 편성하여, 활발한 토론 전개
전체집단 토론 소집단 토론에서 도출된 다양한 입장들을 요약하여 전체 집단에서 제시하고 토론
제 4단계 각자 입장의 재정립 추리의 요약 자신의 입장과 그에 반대되는 동료의 입장에 대한 이전의 논의를 요약·재검토
각자 입장의 재진술 각자의 최종적 입장을 확정
전술한 의료인의 윤리·도덕성 함양 프로그램에서는 일반적 인 딜레마 토론수업의 단계를 바탕으로 의과대학 실정에 맞는 수업단계를 구안하고, 1회기용 딜레마 토론 진행 절차를 확정하 였다(Table II 참조).
Table II.
의과대학 윤리교육을 위한 딜레마 토론의 진행절차
단계 소요시간 내용 활동범위 토론참여자의 역활 토론 진행자의 역할 준비 사항
1 20분 딜레마의 제시 대집단 활동 -비디오 시청(10분)
-조별 토론을 위한 자리 이동 (5분)
-출석체크 및 당일 토론 주제 소개 -비디오테이프
-토론전 설문지
2 20분 딜레마의 정리 및 각자입장의 정립 소집단 활동 -딜레마의 정리:등장인물, 주요 이슈 등 진술(5분)
-참여자 각자 자신의 입장과 관 점을 순서대로 발표(15분
-시청한 딜레마 주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정확한 이해 확인 (내용확인질문 제시)
-각자의 입장이나 관점을 순서대로 발표하고 이를 경청토록 지도
-내용확인 질문
3 40분 딜레마 토론 -각 딜레마의 쟁점사항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40분)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토론 촉진자의 역할 수행 -토론촉진 질문
·주제관련 질문
·결과관련 질문
·역할관련 질문
4 10분 각자 입장의 확립 대집단 활동 -전체집단 모임에서 각 조별 토론내용 소개 (5분 -각 조별 토론내용소개
-다음 회기 토론 주제 소개 및 토론 보조자료 제공
-토론후 설문지
-다음회기 토론 보조자료
Table II에서 제시한 딜레마 토론 과정에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될 도덕 감수성이나 공감 훈련은 2단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딜레마를 정리하는 과정(2단계 초반부)에서는 그 딜레마에 내재된 이슈가 왜 도덕·윤리적인 문제인지를 지각하고(도덕 감수성 훈련) 그 문제에 관련된 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느껴보는 연습(공감 훈련)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2단계 후반부인 참여자 각자의 입장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자신의 결정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즉 타인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훈련(도덕 감수성 훈련)이 포함될 수 있다.

딜레마 토론의 효과

전술한 의료인의 윤리·도덕성 함양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딜레마 토론의 효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홍성훈, 2000 참조).
먼저 딜레마 토론이 도덕판단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도덕판단력 검사(DIT:Defining Issues Test)가 활용되었다. 참여자 각자의 개인별 도덕판단력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실험집단의 상승자 비율이 비교집단의 경우보다 훨씬 더 높았다. 또한 프로그램 참여도(출석회수)와 도덕판단력 변화량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출석회수가 많을수록 도덕판단력 점수가 상승한 피험자의 비율 역시 일관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프로그램 참여 전후의 집단 간 평균을 비교한 결과, 실험집단 과 비교집단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딜레마 토론 프로그램은 의과대학생의 도덕판단력을 의미 있게 변화시킨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다음, 딜레마 토론이 의과대학생의 도덕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도덕 감수성 검사지(MEST:Medical Ethics Sensitivity Test)를 별도로 개발·실시하였다. 이 검사지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 치과대학의 Bebeau(1985)에 의해 개발된 치과의사용 도덕감수성 검사지인 DEST(Dental Ethics Sensitivity Test)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DEST는 실시 및 채점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개인용 척도인 반면, MEST 는 실시와 채점이 용이한 집단용 척도라는 차이가 있다.
MEST는 딜레마 토론 자료인 10편의 영상 자료(드라마 형식 의 비디오) 중‘성감별’편을 피험자들이 직접 시청한 다음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이 딜레마는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그의 4촌 누나가 찾아와 절박한 사정을 내세우며 임신 중인 아기의 성감별을 요구하는데, 의사는 망설이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인 분석에 의해 정해진 MEST의 하위 요소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사태지각 감수성:주어진 사태가 도덕적 사태임을 지각하 고 그 속에 내포된 도덕적 이슈들을 가 려낼 수 있는 정도
타인복지 감수성:특정의 도덕적 사태의 문제해결 과정에 서 타인의 필요와 복지에 민감한 정도
결과예측 감수성:주어진 도덕적 사태에서 자신이 선택한 행동이 낳을 결과에 대해 민감한 정도
분석 결과, 실험집단과 비교집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딜레마 토론은 도덕 감수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물론 이는 이미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이론적 배경을 볼 때 딜레마 토론의 원래 목표는 도덕 감수성보다는 도덕 판단력을 기르는 데 있었고, 그 프로그램에서는 도덕 감수성을 높일 별도의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토론 참여자의 직접 반응 역시 분석되었다. 먼저,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8%가 프로그램의 적합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였고,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응 답자의 93.8%가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참여자의 지각도를 인지적 영역(사고·판단 능력), 정서적 영역(공감 능력), 행동 영역(행동·실천 능력) 등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인지적 영역에서는 응답자의 93.8%가 긍정적 반응을 보여 정서적 영역(53.2%)과 행동적 영역(40.7%)보다 긍정적 반응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그 프로그램이 도덕적 사고(판단)의 측면을 중시 하는 인지발달론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은 이론적 맥락과도 상통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 었다. 그러나 윤리·도덕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도덕적 사고(판 단) 능력의 신장이 아니라 도덕적 행동의 실제적 표출이어야 한 다는 당위성의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프로그램의 한계이기도 했다.
다음, 질적인 분석을 위하여 참여자로부터 받은 진술문을 분
  • 의사에게 발생 가능한 문제에 접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함으로써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었다.

  • 관념적이 아니라 사례에 근거한 접근 방법을 통해 갈등 문제들이 보다 더 쉽게 풀어졌다.

  • 독단적이었던 전과는 달리 다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 었다.

  • 바쁜 의과대학생이 윤리문제로 고민하는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의미 있을 것이다.

  • 미리 고민해 봄으로써 나중에 닥칠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에 대한 근거(nationale)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 토론을 통해 자신의 판단기준을 수정 또는 확인해 볼 수 있었고, 토론 부재의 의대교육 환경에서 의사소통의 기회가 되었다.

  • 현재 의대 교육 커리큐럼에 이런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이다. 졸 업 이후에도 계속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 향후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될 때 남들보다 더 고민할 것같다. -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다.

석하였다. 먼저 딜레마 토론 프로그램이 의대 윤리교육의 방법 으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전반적인 진술을 살펴본 결과, 바쁜 의대 교육 환경에서 윤리 문제에 대한 사고의 기회가 되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편,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참여자들의 진술은 인지·정서·행동적 영역별로 분석되었는데, 인지 영역에서는 윤리 문제
  • - 현실과 이상이 맞부딪칠 때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워 대응할 수 있 게 되었다.

  •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 다.

  • 미리 여러 상황들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논리를 따져 볼 수 있어 서, 장차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판단기준만이 전적으로 옳다고 믿지 않게 되었다.

  • 의대 생활 중 거의 유일한 사고의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듣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정립하고 동료들의 판단기준이나 생각,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의대 생 활 중 거의 유일한 사고의 시간이었다는‘고백’은 우리 의학교
  • 화면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무척 실감이 났다.

  • 의대 교육은 질병 자체에 치우치게 되는데,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의료진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전에는피상적으로‘그렇겠지’했지만,‘ 내가그입장이라면 정말 그렇겠군’하고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 환자나 가족의 입장을‘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공감’ 수준과는 좀 거리가 있다.

  • 지금 느끼는 공감이 향후 계속되는 바쁜 학업 및 수련과정에서 그 대로 유지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육의 현실에 비추어 매우 인상적인 진술이었다.
정서 영역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공감보다는 이해 수준에 머물렀고, 당시
  • 미리 생각을 정립해 놓았으므로 주관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함이 덜할 것 같다.

  • 지금 생각하고 판단한 것들은 장차 나의 행동을 밀고 나갈 힘이 되지 않을까?

  • 이 토론은 장차 자신의 양심에 비춰 반대되는 행동에 대한 저항력 으로 작용할 것이다.

의 공감이 바쁜 의과대학 공부 때문에 일시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행동 영역에서는 장차 부딪힐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의 행동 실천력을 높이고 비도덕적 행동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는‘도덕의 예방주사’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논의 및 결론

최근 10여년 사이, 국내 의과대학의 윤리·인성 교육은 상당히 변모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윤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연구, 논의할 수 있는 학문 공동체인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창립되었고, 대다수의 대학에서 의료윤리나 인성에 관련된 과목을 정 규 교과로 지정하는가 하면, 각 대학마다 의학교육학과나 의학 교육실 등의 이름으로 의료윤리나 인성을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해 있던 이전 세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변화가 현재 우리 의학교육의 현장 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변화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 물론 그동안의 변화도 바람직한 것이지만, 문제는 교육과정에 편성된 의료윤리나 인성 과목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교수법이나 프로그램이 아직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 드웨어는 어느 정도 구비되었는데, 이를 작동시킬 소프트웨어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셈이니, 양적 확대에 걸맞는 질적 발전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윤리나 인성 과목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가득 채우고 있 는 무수한 과목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식이나 기술의 일방적인 전수’라는 전통적인 교수법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 에 없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 교과와는 다른 교육방법이 강구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방법의 측면에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의과대학 도덕·윤리 교육의 목표는 의과대학생들이 장차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의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을 때 실제로 부딪힐 여러 유형의 도덕·윤리적인 갈등 사태들을 원만히, 특히 도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인식에서 본 연구에서는 의과대학 윤리교육의 한 방법으로서 딜레마 토론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활용한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 사례를 통해, 딜레마 토론의 절차와 효과 등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딜레마 토론 방식은 의과대학생의 도덕판단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와 참여자의 진술문을 분석한 결과 모두에서 효과성이 입증되었다. 특히 인지·정서·행 동적 측면으로 나누어 진술문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참여자들이 도덕·윤리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정립하고 동료들의 판단기준이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인지적 측 면)과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정서적 측면), 그리고 장차 부딪칠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의 행동 실천력을 높이고 비도덕적 행동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줄 수 있 을 것이라는 내용(행동적 측면)이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덕 감수성에 대해서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인지발달론을 이론적 토대로 하고 있는 딜레마 토론 프로그램에서 는 인지적 측면인 도덕 판단력의 변화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Rest(1983)의 4-구성요소 모형에 의하면 도덕 감수성(제 1 요소)은 특정인의 도덕적 행동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도덕 판단력(제2 요소)보다 먼저 작동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아무리 도덕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특정 사안이 도덕적인 사태라는 지각 또는 해석을 할 수 없다면 도덕적 행동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Rest의 네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적인 토론 프로그램이 바람직하지만, 일차적으로 제1 요소(도덕 감수성)과 제2 요소(도덕 판단력) 두 가지를 목표로 하는 딜레마 토론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도덕 판단력은 도덕적 감수성의 지원을 받을 때 도덕적인 행동의 표출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촉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덕 감수성과 도덕 판단력의 연결 문제와 함께, 윤리(도덕) 교육과 인성 교육의 병행 문제 또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도덕성(윤리)과 인성을 별개로 보고 윤리 교육과 인성교육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Rest의 4-구성 요소 관점에서 보면, 제2 요소인 도덕 판단력은 윤리교육 차원에서, 제1 요소인 도덕 감수성은 인성교육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인성과 윤리는 개념적 구별일 뿐, 실제로는 중첩된 상태로 작동되고, 도덕 감수성과 도덕 판단력이 조화를 이루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도덕적 행동의 촉발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 을 감안할 때,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을 병행시킬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료 전문직의 특성으로 볼 때, 또한 안락사, 생명체 복제, 장기이식, 낙태 등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의료 현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 상황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거기에 내재된 윤리적 문제가 무엇이며,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상충되는지를 제대로 해석하고, 의료인 자신의 판단과 행위가 타인(환자 또는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결과 등에 대해 얼마나 민감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는 굳이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을 따로 나눌 이론적 필연성도, 현실적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딜레마 토론 프로그램은 의대 교육뿐만 아니라 현직 의사들의 보수 교육에서도 활용될 필요가 있다. DIT 검사 를 통해 몇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도덕 판단력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예비 전문인(대학생)이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현직에 취업했을 때 도덕 판단력이 낮아져서, Kohlberg의 도덕성 발달단계 중 4단계에 근접하는 비교적 일관된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전술한 이론적 배경에서 살펴보았듯이 도덕성의 4단계는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인습 수준의 도덕성을 말하는데, 전문직 종사자들이 4단계에 머문다는 것은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도덕적 원칙이나 신념보다는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기관의 입장이나 논리, 이익에 더 충실해지고, 이로 인해 의료 서비스 소비자의 복지나 안녕에는 소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전문직 단체들은 자율 규제라는 명분 아래 자체적으로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나름대로의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양성교육에서처럼 대부분 강의나 강연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직 의료인을 위한 보수 또는 연수교육에서도 딜레마 토론 같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딜레마 토론 방식이 의학 교육의 현장에 처음 소개된 지 10년 이지났다.‘ 의대교육중거의 유일한 사고의 시간이었다’는당시 프로그램 참여자의 인상 깊은 고백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윤리 또는 인성 교육이 얼마나 자신 있고 당당할 수 있는지 겸허하고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권복규(2006)은 이러한 능력을‘의사로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임상 환경에서의 윤리적 갈등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medical ethics competence)’으로 보았다.

2) 문용린, 1998. 3. 5 중앙, 한국일보 참조

3) 이연구의주요내용은황상익등(1998)의“의과대학에서의의료윤리교육프로그램개발연구(1)”과홍성훈(2000)의박사학위논문,“ 의료윤리교육프로그램 의 개발 연구”에 소개되어 있고, 딜레마 토론 자료(드라마 형식의 영상 8개)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도덕심리연구실(moral.snu.ac.kr)의“의료윤리”항목에 탑 재되어 있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

4)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Rest, J. R. & Naravez, D. (1994). Moral Development in the Professions:Psychology and Applied Ehics. New Jersey:Lawrence Erlbaum Associates.를 참조.

5) 영상 매체의 효용성에 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 9명 중 6명(66.7%)가 긍정적인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해 피험자들이 진술한 반응 내용은 다음과 같다.

5) “글이 아닌 화면으로 보니 더욱 재미가 있었다.”“마치 내가 그런 갈등상황에 처한 것같은 느낌이다.”

5) “배우들이 표현하는 미묘한 감정, 역할들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영상은 활자보다 생각을 유연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다. TV에 익숙한 세대라서 더 실감이 가고 이해가 잘 되었다.”

6)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도덕심리연구실(moral.snu.ac.kr)에 탑재된 딜레마 토론 자료 10편(드라마 형식의 영상자료)은 성감별하기, 환자의 퇴원요구, 응급실콜, 장기매매, 불임수술, 안락사, 로렌조오일, 제왕절개, 실험자료 왜곡, 선의의 허위진단이다. 이중“환자의 퇴원 요구”는 영화“로렌조 오일”을 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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