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고등교육을 위한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대안적 방향 탐색: 존재론적 접근을 중심으로

Exploring Alternatives in the Development of Competency‐Based Dentistry Curriculum: An Ontological Approach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7;19(1):25-3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7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7.19.1.25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Jincheon, Korea
이상은orcid_icon
한국교육개발원
Corresponding author Sang Eun Lee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7 Gyohak-ro, Deoksan-myeon, Jincheon 27873, Korea Tel: +82-10-2821-8035 E-mail: idealsilver12@gmail.com
Received 2016 December 30; Revised 2017 February 14; Accepted 2017 February 16.

Trans Abstract

Recently, there has been active reformation of higher education. This trend has resulted in competency-based education (CBE) in many universities around the world, and dentistry education is no exception. However, it is necessary to keep in mind that CBE is both attractive and has its limitations. In particular, higher education is facing the obstacle of preparing students to survive in a supercomplex world in which nothing can be taken for granted. In addition, the frame of understanding and action lacks stability. In these circumstances, competency-based dentistry curriculum (CBDC) needs to be reestablished to deal with the changes and challenges of a supercomplex worl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alternatives to current CBDC practices, specifically based on an ‘ontological approach.’ To achieve this purpose, the importance of the ontological approach in the development of higher education curriculum in the future was examined. Then, the actual status and characteristics of CBDC in the present situation were investigated. Lastly, the development of CBCD based on an ontological approach in dentistry education was suggested.

서 론

21세기를 전후로 고등교육 개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13세기 초에 처음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그 이념과 역할이 부단히 변화해 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대학은 계몽주의 사상이 팽배했던 17세기 이후 과학적 학문의 등장과 함께 성립되었다. 이때부터 대학의 학문을 지배한 과학적 패러다임은 인간에게 세계를 알아가고 개발해 나가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지식’을 강조해 왔다. 과학적 지식은 베일에 가려진 자연의 비밀을 파헤치고 인간의 무지를 깨우치는 강력한 도구였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는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가속화와 더불어 지식 생산의 속도와 양은 무한대로 늘어났다. 이때까지 세계는 인간의 지식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것이었다. 대학은 이와 같은 확실성을 가진 과학적 지식을 생산해 내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막다른 상황에 봉착한다. 지금까지 확실하다고 간주했던 세계가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드러내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이때부터 ‘액체 근대’[1], ‘위험 사회’[2], ‘초복잡성 사회’[3], ‘사회의 유연성’[4] 등의 용어가 새로운 담론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몸담고 있는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자각이 커지고, 과학적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생산된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학은 그동안 학문적 지식의 생산을 위해 인식론적 측면을 강조해 온 전통적 접근방식에 대해 대안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커졌다. 또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가속화로 인해 대학은 지식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교육의 결과를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줄 것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상황을 돌파하고자 대학은 교육과정 개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최근 대학교육과정 개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치의학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의과대학은 북미에서 90년대 말부터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시도되었고, 한국에서 역량기반 의학교육에 대한 인식은 구체적으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수행한 의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 개발연구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5]. 다만 연구결과가 실제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이후 가톨릭대학교, 인제 대학교 등에서 역량기반 의학교육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6]. 치의학 분야에서는 2007년 북미치의학교육협의회(American Dental Education Association)에서 치과의사 역량을 제시한 바 있으며,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은 2014년부터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을 적용해 오고 있다. 이후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의학 및 치의학 대학의 교육과정 개혁의 화두가 되며, 실제적으로 여러 모습의 설계와 실행이 이루어져 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매력과 함정을 동시에 갖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부터 치의학 교육을 포함한 대학교육 전반의 개혁 프레임으로 등장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1970년대 직업교육과 관련하여 책무성 강화 차원에서 등장하였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그동안 명제적 지식의 전달에 매몰되어 있던 대학교육에 수행능력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육의 행동주의적 접근이라는 점, 좁은 의미의 직업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더군다나 21세기의 인류는 현재까지 겪어 본 적이 없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 알 수 없는 세계와 마주하게 되면서 일반적인 역량이든 특수 역량이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만으로는 학생들 앞에 놓인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좋은 삶을 영위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가 예측 가능한 시기에는 세계에 관한 확실한 지식 그리고 세계 속에서 전이 가능한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학습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소위 초복잡성 사회라고 불리는 알 수 없는 미래에는 지식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일한 역량을 반복 적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어떤 자세로 살아갈지에 관한 인간됨, 존재론적 차원이라는 관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고등교육 분야 철학자인 Barnett [7]은 역량을 강조하는 대학교육 개혁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학습은 세계와 관계 맺는 인간의 자질과 성향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존재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일부 치의학 대학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개혁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아직까지 축적된 연구가 많지 않은 편이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치의학 분야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고찰한 연구[8], 실제 학과 차원의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 개발과정에 대한 연구[9], 그리고 치의과 대학의 변화와 혁신의 비전을 제시한 연구[10]가 일부 수행된 바 있다. 의학 분야에 비해 치의학 분야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갖고 실행 단계에 발을 내딛는 단계로 볼 수 있으며, 먼저 실행해 본 의학교육 및 다른 학문 분야에서 지적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는 현재 치의학 교육과정 개혁의 화두가 되고 있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그 대안적 방향을 탐색해 보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특히 세계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치의학 교육의 ‘존재론적 측면’의 필요성과 그것이 강화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미래 지향적 대학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 존재론적 접근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이어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실행현황 및 특징을 분석한 후, 존재론적 접근을 중심으로 한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대안적 설계 방향을 제시하였다.

미래 지향적 대학교육에 있어서 존재론적 접근의 중요성

1. 미래 사회의 특징: Barnett의 초복잡성 개념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나, 여기에서는 Ronald Barnett가 제시한 ‘초복잡성’(supercomplexity)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Barnett [3]은 대학을 둘러싼 사회가 점차 초복잡성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대학교육도 도전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초복잡성 사회란 무엇인가? 이는 복잡성(complexity) 개념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복잡성의 세계는 수많은 사실, 데이터, 증거, 논쟁들에 휩싸이지만 우리가 가진 이해의 틀 내에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세계이다. 이 역시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특징을 보이지만,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주어진다면 직면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세계이다. 이에 반해 초복잡성의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틀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세계이다. 초복잡성의 세계에서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세계 내에 존재하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그러한 세계 내에서 안전감을 느끼며 행동하는 방식에 있어 불확실하고 유동적이고 특징을 보인다[3].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복잡성 사회에서 세계는 인식론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존재론적으로 불확실한 속성을 갖는다[3]. 근대까지 세계는 합리적 탐구를 통해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사회현상까지도 원인과 결과를 파악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초복합성 사회에서는 합리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동시에 양립 불가능한 다양한 원인이 하나의 사태 속에 혼재하는 양상이 커지면서 세계를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인식론적 관점의 변화는 존재론적 관점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함에 따라 세계의 존재는 불확실성을 띠고,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은 도전 가능성에 직면한다. 즉 어떤 지식과 명제도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동시에 양립 불가능한 해석이 양산됨으로써 알 수 없는 세계는 불확실한 존재로 남게 된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개인의 삶은 늘 도전 가능성에 직면해 있으며, 하나의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끊임없이 깨어지고 형성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개인은 고정된 자아와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초복잡성의 사회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어떤 자세로 세계와 관계 맺으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차원이 더욱 중요해진다[7]. 예컨대 대학이 무엇인가 혹은 의사가 무엇인가와 같은 형태의 물음이다. 이것은 일명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으로서 과거에 이러한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회 변혁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 존재 자체에 관해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그 위상과 의미가 새롭게 부각된다. 이와 같은 질문은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면서 동시에 원칙상 다수의 대답과 더 깊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대답은 관점, 가치, 이데올로기 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 결과 동일한 질문에 대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해석이 공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컨대 대학을 소비자로 볼 것인가 공급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 혹은 의사는 과학적으로 병을 고치는 기술자인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창의적 리더인가 등의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질문은 열린 것으로서 그 특징상 존재론적 질문이며, 이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여러 해석을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의들은 초복합성 세계에서 의사의 존재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미래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 것인가’[11]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미래의 의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딥러닝기법을 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기존의 의사들의 주류적 사고, 즉 본질주의에 바탕을 둔 환원주의적 사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 의사들은 진단과 치료에 있어 환자의 신체에만 집중하던 관행에 익숙했으나, 인공지능은 사회문화적 특성까지도 고려하여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12]. 현재 치의과 학생들이 졸업 후 의사로서 살아갈 삶은 이와 같이 새로운 도전 가능성을 안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진료현장을 기반으로 한 수행능력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미래 치과의사의 역할과 정체성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고, 이와 같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 놓여 있는 학생들은 ‘불안’과 ‘혼동,’ ‘불안정성’ 등의 실존을 경험하는 상태라고 볼 때, 확실성을 가정하고 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강조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만으로는 초복합성 사회에서 치과의사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과거 혹은 현재에 적합한 역량, 심지어 일반적인 성격의 공통역량(general competency)이라 하더라도 변화하는 미래의 환경 속에서 의미 있는 방식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하기 어렵다[7].

2. 초복잡성 사회에서 대학교육의 역할: 존재론적 접근의 필요성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성을 갖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좋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대학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Barnett [7]은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한다. 하나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불완전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복잡성의 세계는 확실한 지식을 말할 수 없고, 세계의 실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며, 넘쳐나는 자료와 정보 속에서 인간의 무지함이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대학은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학생들에게 보편성을 갖는 확실한 지식을 제공한 후, 학생들이 졸업 후 직업현장에서 그것을 적용할 것을 기대하는 방식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졸업 후 학생들이 접하게 될 직업세계는 부단한 변화를 겪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직면할 문제는 더 이상 보편적이고 확실한 지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은 특수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대학은 이와 같은 능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창의적인 앎(creative knowing)’으로서 상상력이 요구되는 교육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겪게 될 ‘불안,’ ‘혼동,’ ‘연약함’ 등과 관련된 것으로,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복잡성 사회에서 세계는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기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개인은 세계에 관한 안정적 설명이 없으며, 확고부동한 가치체계에 토대를 둔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의 한 가운데에 놓여 살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세계에 관해 더 많이 아는 것, 즉 인식론적 측면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더 많이 아는 것은 다중적 해석에 일조함으로써 세계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반면 더욱 필요한 것은이 상황에서 개인이 겪게 될 불안감, 혼동, 연약함 등의 존재론적 불안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이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론적 측면이다. 이것은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중요함을 의미하며, 대학교육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도 이와 같은 존재론적 접근을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세계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이를 확장해볼 때 ‘나’도 알 수 없는 것이 되며, 이것은 치의학 교육과 관련하여 ‘치과의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불안정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대학교육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세계에 대한 모든 지식이 논쟁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세계 내에서 삶 그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치의학 교육과 관련하여 21세기 미래지향적 치과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은 이와 같은 대학교육의 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치의학 교육에서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은 대학교육의 존재론적 접근을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대안적 방향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치의학 분야를 포함한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이 ‘역량’ 중심으로 흐른 것은 서구 대학에서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져 왔던 일이다. 대학교육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학생의 수행성(performity)을 강조한 역량기반 교육을 장려했으며, 기업 및 직업세계에서도 교육의 효과성을 강조하고 현장 적용성을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대학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추구해 위한 교육과정은 이와 같은 대학교육의 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치의학 교육에서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은 대학교육의 존재론적 접근을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대안적 방향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치의학 분야를 포함한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이 ‘역량’ 중심으로 흐른 것은 서구 대학에서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져 왔던 일이다. 대학교육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학생의 수행성(performity)을 강조한 역량기반 교육을 장려했으며, 기업 및 직업세계에서도 교육의 효과성을 강조하고 현장 적용성을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대학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구되어 온 역량은 초복잡성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과 괴리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역량의 개념도 재구조화, 재개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 교육개혁기구의 일환인 ‘교육과정재설계센터(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CCR)’에서 발표된 새로운 역량 모델을 살펴보면 존재론적 측면이 부각되어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13]. CCR에서는 21세기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구성요소가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s)뿐만 아니라 인성(character)적인 측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참여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으로서 마음챙김(mindfulness),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회복탄력성(resillience), 윤리성(ethics), 리더십(leadership) 등을 그 구성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CCR에서 발표한 새로운 역량모델은 Figure 1과 같다.

Figure 1.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new model of competencies. Reprinted from Fadel C, Bialik M, Trilling B. Four-dimensional education: the competencies learners need to succeed. Boston (MA):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2015 [13].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실행현황 및 특징

1.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 동향

치의학 교육 분야에서 역량기반 교육을 본격적으로 채택하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치과대학인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8,14]. 국내에서는 역량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며 애매모호함을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교육 분야에서 역량교육의 필요성은 배운 것과 현장에서의 적용능력 간의 간극을 줄이고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교육이 교육으로 끝나고 그것이 직업세계에서 긴밀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서 직업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추구하자는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학습자들이 학습 종료 후 또는 졸업과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발휘해야 할 역량을 다각도에서 정의하고 그에 따라 교육목표, 내용, 방법 및 평가를 계획하는 특징을 보인다[6,15-17].

구체적으로 최근 치의학 교육 분야에서 역량기반 교육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국제적 수준에서는 북미치의학교육협의회(American Dental Education Association, ADEA)는 치과의사 역량을 ‘일반 치과의사가 독립적으로 감독을 받지 않고 치과 진료를 시작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종합적인 행동과 능력’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6가지 영역과 37가지 세부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18]. ADEA에서 제시한 치과의사 역량을 영역별로 간략히 살펴보면 Table 1과 같다.

American Dental Education Association competencies for the new general dentists

국내에서는 2007년 ‘한국 치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 치평원)’이 설립된 이후 전국 11개 치과대학(원)의 교육과정의 질을 평가․ 관리해 오고 있다. 치평원은 국가적 수준의 치과의사의 핵심역량을 선정하고, ‘각 치과대학(원)은 졸업생으로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와 수준을 기술한 역량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역량기준을 교육과정에 구체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19]. 구체적으로 치평원에서 선정한 핵심역량은 7개 영역에 걸쳐 49개 세부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치평원에서 발표한 치과의사 역량을 영역별로 간략하게 살펴보면 Table 2와 같다.

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 key competencies for new dentists

이와 같이 국내․ 외 치의학 교육이 역량교육을 지향함에 따라 국내 대학에서도 치의학 교육을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개혁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으로 S대학교의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S대학교는 2014년 3월부터 학사과정 3년과 전문석사과정 4년으로 이루어진 학사․ 전문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새로 도입된 학사과정은 사전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을 표방하며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였다. S대학교 치의과대학의 학사과정에서 선정한 역량은 5개의 핵심역량과 세부역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목을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S대학교의 학사과정에 적용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틀을 살펴보면 Table 3과 같다.

Framework of competency-based curriculum at S University School of Dentistry undergraduate course

S대학교의 치의학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직업특수역량과 공통 역량으로 구분되며, 역량군별로 세부역량과 관련 교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사과정에서는 직업특수역량보다는 공통역량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전체 비중에서 66%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학원과정에서는 직업특수역량의 비중이 80%를 차지하고,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실질적 진료능력을 위한 임상과학에 대한 교육이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9].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함에 있어서 역량요소의 선정 및 구조의 타당성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본 연구의 논점을 벗어나는 것으로 자세히 분석하는 일은 차치하도록 한다. 다만 현재 국내 치의학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의 실행 모습을 S대학교 사례로 살펴볼 때, 교과목을 배우는 목적을 역량 함양과 연결시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는 점, 교과목의 간학문적 접근이 두드러지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 특징 및 한계

앞서 살펴본 바를 토대로 현재 실행되고 있는 치의학 교육 분야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앎(knowing)으로부터 함(doing)으로의 강조가 두드러진다. 즉 ‘~을 아는 것(what to know)’ 혹은 ‘지식(knowledge)’의 측면으로부터 ‘~을 할 수 있는 능력(how to know),’ ‘기능(skill)’의 측면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러한 특징은 분야를 막론하고 20세기 후반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적 배경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교사양성 교육과정에서 역량기반 교육이 처음 도입되던 당시부터 1990년대 중반 의학교육과정에서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한 시점에도 그 발단은 지식교육의 한계, 즉 아는 것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교육의 이념도 역사적으로 변화해 오고 있으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급속한 성장으로 대학교육에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직업교육의 성격이 확대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교육의 책무성 강화하는 정책과 맞물리면서 대학교육의 결과로서 할 수 있는 수행능력으로서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했다[20].

치의학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치의학 교육은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지식을 잘 전수하는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제 역할을 다 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대학에서 배출한 치과의사가 아무리 체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좋은 교육을 제공했다고 평가되기 어려운 시대다. 예컨대 ADEA에 제시된 치과의사 역량이 ‘~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 ‘~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18]. 치평원에서 제시된 역량은 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진단할 수 있는 능력,’ ‘예방할 수 있는 능력,’ ‘응급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19]. 그 결과 S대학교의 사례와 같이 학교 수준에서는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재선별하고, 이를 중심으로 교과지식, 교과목을 재설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설계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일반적인 특징은 전통적인 분과학문의 경계를 허문 간학문적 교과목 개발, 학생 참여수업을 강조하는 프로젝트 학습 및 융합수업 강조, 학생의 학습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평가 도입 등으로 나타난다[21]. 요컨대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학습내용의 측면에서 치의학 관련 ‘지식’의 습득으로부터 현장에서 치과의사가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기능’에 강조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습결과의 측면에서 ‘성과(outcome)’ 중심의 접근이라는 점이다. 이는 앞서 첫 번째 특징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서 역량기반 교육에서 강조하는 ‘기능’의 요소는 현장에서 적절하게 수행되어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역량기반 교육이 좁은 의미의 성과기반 교육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실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22]. 본래 성과기반 교육은 사전에 설정된 학습목표의 달성을 위해 학습 경험 및 평가를 설계한 후 교육의 질을 학습목표의 도달 정도, 즉 성과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방식을 말한다[16]. 이러한 접근은 행동목표의 강조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학습목표의 도달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목표 자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동목표로 진술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최근 치의학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역량기반 교육은 학습자의 행동 변화에 관심을 갖는 행동주의(behaviorism) 이론에 기반을 두고 발전한 것으로서 학습과정 그 자체보다는 학습 결과에 초점을 두는 교육개혁 흐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6,23].

현재의 치의학 역량기반 교육이 성과지향적임은 국내 치평원에서 제시된 인증기준의 방향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치평원은 치의학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성과기반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19]. 더 이상 치의학 대학에서 제공되는 교육의 질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검토하는 것만으로 불충분하며, 새 인증기준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기준의 내용을 변경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치평원은 교육을 이수한 결과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각 치의과 대학은 교육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고등교육기관의 책무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역량기반 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S대 치의학 학사과정에서도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에 도달하기 위하여 다양한 교과 및 교과 외 활동을 수행하고, 이를 매년 평가받으며, 특히 3학년 2학기에는 자기설계 성과보고를 통해 지난 3년간 학생의 성취 정도와 성장 정도를 평가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가가 아닌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가를 중심으로 한 성과기반 교육을 추구함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갖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으로 볼 때 미래 사회의 고등교육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에는 한계를 갖는다. 지금의 역량기반 교육의 추세는 지식으로부터 수행으로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치의학 교육을 포함한 고등교육은 오랫동안 지식에 뿌리 깊이 묶여 있었으나, 직업세계의 변화 그리고 교육의 책무성 강화 정책의 시행과 맞물려 지식, 즉 아는 것은 점차 고등교육 논의에서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고등교육에서 학생은 인지하는 존재보다는 ‘행동하는 존재,’ ‘수행자’ 등으로 이해되어 왔다[24].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수행성을 강조하는 맥락은 ‘투명성(transparency)’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금은 명확성의 시대로서 사물은 정확하게 측정되고 진술되어야 하며, 수행은 규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7]. 이는 근대적 사고방식의 일환으로 인간은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세계 전체에 대해 모든 것을 진술하고 측정함으로써 드러내어 가시화할 수 있다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이와 같은 투명성의 관점을 인간의 내부 능력에까지 확대 적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부 능력을 가시화하여 정밀하게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으로부터 수행으로의 변화만으로 초복합성 사회에서 개인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가 다소 복잡하고 빠르더라도 그것이 예측 가능한 시대에는 고등교육의 성과로서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측정하고 책무성을 부과하는 데에 효율적인 접근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겪고 있는 변화는 ‘초복잡성’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세계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해지고 이에 대한 인식이 예측 불가능하며, 이러한 변화 가운데 개인의 삶은 도전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학에서 배운 기능을 직업현장에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 즉 현재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접근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현재 알고 있는 지식과 기능을 현장에서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기를 요구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는 요구되는 지식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지식과 기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용되는 맥락의 차이로 다른 자질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자신의 삶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 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무엇인가를 행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증거를 산출하고 입증하는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25]. 초복잡성 사회에서는 확고부동한 지식의 위상이 약해지고 세계의 이해에 대한 논쟁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개인은 불확실한 세계 내 존재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간다움, 자아존중, 역할과 책임의 올바름에 대한 성찰, 공감, 배려가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배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질과 태도가 간과되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향후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존재적 측면이 가미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치의과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치의학 관련 기술을 졸업 후 의료현장에서 더욱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출현, 의료시장의 개방 등으로 치과의사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불안감과 혼동 속에서도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도록 존재론적 접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대안적 설계 방향

1.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존재론적 접근의 의미

지금까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초복잡성 사회에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존재론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수행능력을 강조하는 접근이라면,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미래 사회에는 존재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존재론적 접근에 기반한 교육이란 어떤 것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들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대학교육의 존재론적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구를 살펴보면 관점에 따라 존재론적 접근의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존재론’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하이데거 철학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존재에 대한 경건한 사유’라고 특징지어진다. 그것은 인간 실존이 진정으로 자기가 되고 세계와 근원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삶의 사건,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이 정화되고 세계가 우리가 그것에 덧씌운 잡스러운 의미를 떨쳐 버리고 순연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 내는 삶의 사건을 해명하는 철학으로 이해된다[26].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철학이 교육에 주는 함의는 무엇보다 기존의 인식론 중심의 사고로부터 벗어나 존재론을 위한 인식론의 중요성을 말해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데거는 인간과 세계가 분리된 채 인간의 이성을 매개로 세계를 ‘아는 것’에 대해 초점을 두었던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세계-내-존재(being-in-the-world)라는 개념을 통해 ‘아는 것’과 ‘존재하는 것’ 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대학교육에서 존재론적 관점에 초점을 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의사, 교사, 예술가, 공학자 등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이를 표면적으로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27]. 예컨대 의학교육에서 존재론적 접근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의사에게 요구되는 지식의 습득과 기능의 적용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의료 실천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말하자면 질병과 증상에 대한 앎이 환자, 가족 등을 향한 적절한 행위를 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의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28]. 이와 같은 존재론적 접근은 행위의 측면을 포함하지만 그 초점이 현재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초점을 두고 있는 좁은 의미의 기능습득이 아니다.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능력,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활용능력 등의 ‘기능’요소는 그와 관련된 개인의 참여, 헌신, 모험요소 등이 간과되어 있다. 사실상 현재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개인의 헌신이나 관심이 없다면 중요한 기능을 개발하는 일은 어렵다. 따라서 좁은 의미의 ‘기능'에 초점을 두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앎(knowing)과 함(doing)과 존재(being)를 통합하는 데 실패하여 ‘능숙한 의사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존재론적 접근은 앎, 함, 존재 간의 관계를 재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행을 강조하는 좁은 의미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앎으로부터 함을 강조하는 방향을 취해 왔다. 그 결과 지식의 위상이 축소되고,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이 세계를 알아가는 자세와 태도는 간과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존재론적 접근은 교육의 인식론적 측면과 존재론적 측면 간의 긴밀한 상호연관성을 토대로 앎, 함, 존재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Barnett [25]에 따르면 앎의 형식은 존재의 형식을 낳는다. 즉 학생은 대학에서 지식을 진지하게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서 자신의 존재가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Barnett [25]은 앎의 결과물로서 ‘지식’ 그 자체와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process of coming to know)을 구분하고, 대학교육의 존재론적 전회는 후자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간됨의 성장, 특히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미래 사회에서 알 수 없는 세계와 대면하여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종래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 간과되었던 앎과 존재의 측면이 함의 측면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존재론적 접근을 취할 때 관심을 쏟아야 할 측면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마치 역량 개념이 고등교육 개혁의 새로운 슬로건임에도 불구하고 역량의 구성요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존재론적 측면을 구성하는 내용요소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존재론적 요소에 관해 합의된 내용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대체적으로 어떤 측면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대표적인 논의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Barnett [24]은 대학교육에서 존재론적 측면을 ‘성향(dispositions)’과 ‘자질(qualities)’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성향이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하는 경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지와 관련된다. 구체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a will to learn),’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a will to engage),’ ‘경청하고자 하는 준비성(a preparedness to listen),’ ‘새로운 경험을 탐험하고 견지하고자 하는 준비성(preparedness to explore, to hold oneself to new experiences),’ ‘앞으로 나아가려는 투지(a determination to keep going forward)’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자질’은 개인의 인격과 관련된 것으로서 개인이 세계를 진지하게 알아가고자 하는 과정에서 성향이 발현되는 표현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Barnett [24]은 이와 같은 자질에 속하는 요소로 용기(courage), 회복탄력성(resilience), 조심성(carefulness), 정직(integrity), 자기단련(self-discipline), 타인 존중(respect for others), 개방성(openness), 관대함(generosity), 진정성(authenticity)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학문 영역별로 요구되는 성향이나 자질이 구체적으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잠깐 살펴본 바와 같이 21세기 교육개혁의 방향에 대한 국제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는 CCR에서 제시한 역량기반 교육 과정에서도 존재론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CCR은 역량의 전체적인 틀을 구성함에 있어서 ‘지식’ 및 ‘기능’과 동등한 세 번째 범주로서 ‘인성(character)’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인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내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참여할 것인가’에 관한 삶의 자세와 태도에 관련된 측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접근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요소로는 마음 챙김(mindfulness),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회복탄력성(resillience), 윤리성(ethics), 리더십(leadership) 등이 포함된다. Table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각 내용별로 상세화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앞서 Barnett이 제시한 성향 및 자질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CR의 새로운 역량 프레임 또한 21세기에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 부정부패, 테러,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는 앎과 함을 강조하는 교육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윤리와 인성의 측면을 아우르는 존재론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ontological dimension of competencies

치의학 교육 분야에서 존재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연구를 아직까지 찾아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치의학 교육의 혁신을 위한 방향을 제안하는 Kang [10]의 연구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를 일부 발견할 수 있다. Kang [10]은 향후 치의학 교육은 진료현장에서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치과의사를 기르기 위해서 개인의 갖추어야 할 지식과 술기로서의 ‘역량’의 요소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치의학 교육의 중심 가치로 꼽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진정성’의 가치는 교양과 인성을 위한 것으로서 ADEA에서 2005년에 발행된 ‘갈림길 너머로: 치의학 교육에서의 변화와 혁신(Beyond the Crossroads: Changes and Innovation in Dental Education)’에서 매우 강조한 것과 같이 ‘비판적 사유’를 그 핵심 내용으로 한다. 비판적 사유는 주어진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물음을 통해 주체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비판적 사고를 통한 ‘진정성’의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존중, 관용, 이해, 배려 등의 인간적 가치가 실현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며, 이것은 인간적 의사가 되는 토양이 됨을 지적한 바 있다.

2. 존재론적 접근의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 설계 방향

존재론적 접근을 더한 치의학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앎, 함, 존재의 세 측면을 통합한 역량의 새로운 프레임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여기에는 두 가지 접근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안은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서 교과목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가령 존재론적 내용을 독립된 대상으로 보고 이를 위한 별도의 교과목을 편성하거나 새로운 교수ㆍ학습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예컨대 예비 치과의사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성향과 자질을 길러주기 위해 몇 가지 대표적인 요소를 선별하고 이를 다룰 수 있는 특정 과목을 개설하거나 새로운 조직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2000년부터 국내 의학교육계의 새로운 변화로 도입된 인문사회 의학은 이와 같은 접근방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한국 의료계는 ‘의료대란’을 겪게 되면서 인간과 사회를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능력, 그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좀 더 윤리적인 프로페셔널리즘과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고, 이는 곧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강화로 나타났다[29]. 그 결과 각 학교마다 개설 교과목 수와 종류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전국의 국내 의과대학에서 ‘의학철학,’ ‘의학윤리,’ ‘의사학,’ ‘사회봉사,’ ‘의료정보학’과 같은 새로운 교과목이 신설된 바 있다. 그 내용의 체계성이나 교과목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비록 미비한 실정이지만, 대체적으로 학교마다 1–2개의 교과목을 주당 1–2시간 할애하여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30]. 또한 S대학 치의학과 학부과정을 공통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조화하고, 매 학기 ‘인간이해 프로젝트,’ ‘사회공헌 프로젝트,’ ‘비판적 사고 프로젝트’와 같은 교과목을 통해 치의학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고자 하는 시도도 이러한 접근방식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존재론적 접근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원점에서 설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교육과정 전반을 성찰하고 새로운 틀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개발은 일반적으로 요구조사 및 최근 동향에 대한 문헌조사,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숙의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상당히 긴 시간 동안의 갈등관계 조율과 협의과정이 요구된다. 또한 교육과정의 전반적 재설계가 아닌 일부 교과목의 신설 정도에 그친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특히 최근 일각에서는 의료인문학 과목이 기존 의학의 권력구조에 봉사하는 유희적 과목들만 교육과정에 추가하였을 뿐 의학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안은 교육과정의 설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는 학습과정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이것은 교육과정의 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실제적인 학습과정의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Barnett [7]에 따르면 존재론적 성향과 자질은 다름 아닌 진지하게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길러진다. 즉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교육적 과정 그 자체는 윤리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과 교수 모두 이 과정에 충실한 것이 다름 아닌 존재론적 성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존재론적 접근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진지하게 알아가는 앎의 과정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학생의 성향과 자질, 인간 존재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Barnett [24]은 대학교육의 존재론적 전회를 위해 교육과정 및 교수법에서 요구되는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 바 있다. 먼저 교육과정과 관련하여서는 (1) 학생들의 ‘탄력회복성(resilience)’이 형성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벅찬’ 내용이어야 한다. (2) ‘개방성(openness)’이 길러질 수 있도록 대조되는 안목과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 (3) ‘자기단련(self-discipline)’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참여와 헌신을 요구해야 한다. (4) ‘진정성(authenticity)’과 ‘정직성(integrity)’이 드러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와 여유를 주어야 한다.

한편, 교수학습방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 ‘타인에 대한 존중,’ ‘관대함,’ ‘경청 자세’가 길러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주어야 한다. (2) ‘신중함’과 ‘자제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할 기준을 명확하고 적절하게 제시해야 한다. (3)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탐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들을 격려해야 한다. (4) 학생들에게 새로운 정신을 심어주고 ‘학습의지’가 불타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해야 한다. (5) 학생들이 자기 나름의 입장과 주장을 세우려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 주장, 목소리를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6) ‘참여의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상 Barnett [24]이 제안한 내용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닌 진지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학생들의 존재론적 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방식은 무엇보다 가르치는 교수자의 역할 변화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요컨대 이 방식은 교육과정 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치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자들 간의 가르침에 대한 토론과 협의, 치과의사 존재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통해 학생들이 기존의 치의학 관련 지식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존재론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는 일과 깊이 연관된다. 종래의 치의학 교육이 학생을 인식 주체로 보고 확실하다고 가정되는 치의학 지식을 전수하는 일 혹은 과거나 현재 시점의 유용한 기술을 의료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에 주력해 왔다면, 존재론적 접근은 학생들의 학습과정 그 자체에 심혈을 기울여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성향과 자질이 길러질 수 있도록 앎의 과정에서 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방안은 치과의사를 기르는 과정에서 ‘교육’적 기능을 회복시키되 새로운 교육과정의 개발 및 교수학습설계 등과 같은 공학적 접근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성찰적 사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 론

이 글을 통해 초복잡성 사회에서 고등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치의학 교육개선의 필요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역량기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수행’과 ‘성과’에만 초점을 두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존재론적 접근’의 필요성과 의미를 고찰해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동시에 그 기반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불안과 혼돈으로 흔들리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치과의사로 살아갈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미래지향적 치의학 교육과정은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잘 전달하여 수행능력이 높은 치과의사를 기르는 것에서 나아가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갈등과 혼란을 잘 이겨내면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치과의사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치과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국제화에 따른 의료시장의 개방, 기술발달로 인한 인공지능의 발전, 자본주의의 가속화로 인한 경제논리 등은 미래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많은 변화와 갈등을 야기할 것이며, 이 가운데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치과의사로서의 삶의 가치와 자세일 것이다.

현행 역량기반 치의학 교육과정의 대안적 개발방향으로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하나는 존재론적 관점과 관련된 교과목을 신설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진지하게 알아가는 학습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자는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에 따르는 의사결정과정의 지난함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후자는 무엇보다 가르치는 교수자의 인식 및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바, 현재 과도한 진료부담과 연구부담을 안고 있는 치과대학 교수들에게 교육부담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부과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분명 이와 같은 일은 치과대학의 전반적인 개혁, 그리고 국가 수준의 평가제도의 기준 재정비 및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본 논문은 제도 개선에 앞서 고등교육의 한 분과로서 치의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미래 교육의 방향을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존재론적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자 한다. 그러나 본 논문은 최근 대학교육 개혁에 대한 담론이 치의학 분야에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고자 한 점에서 그 논의의 성격상 치의학 교육과정에 국한되는 심층적인 제안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추후 존재론적 접근의 치의학 교육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그려 보는 연구가 수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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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1.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new model of competencies. Reprinted from Fadel C, Bialik M, Trilling B. Four-dimensional education: the competencies learners need to succeed. Boston (MA):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2015 [13].

Table 1.

American Dental Education Association competencies for the new general dentists

Domain Description
Critical thinking Evaluate and integrate emerging trends in health care as appropriate.
Utilize critical thinking and problem-solving skills.
Professionalism Apply ethical and legal standards in the provision of dental care.
Practice within one's scope of competence, and consult with or refer to professional colleagues when indicated.
Communication and interpersonal skills Apply appropriate interpersonal and communication skills.
Apply psychosocial and behavioral principles in patient-centered health care.
Health promotion Provide prevention, intervention, and educational strategies.
Participate with dental team members and other health care professionals in the management and health promotion for all patients.
Practice management and informatics Evaluate and apply contemporary and emerging information including clinical and practice management technology resources.

Reprinted from American Dental Education Association. J Dent Educ. 2011;75(7):932-5 [18].

Table 2.

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 key competencies for new dentists

Domain Description
Recognition and performance of social and ethical responsibilities as a doctor Recognize and keep ethical and legal standards of dental clinics while performing professional actions.
Act professionally with patients regarding suspected abuse or neglect.
Recognition of lifelong learning and self-development through active engagement Develop individual professionalism continuously through participating in various education programs.
Communicating effectively and cooperating with colleagues Realize one’s own capability and treat patients within its scope. If necessary, ask other experts.
Maintain patient-doctor relationship based on truth as an expert and communicate effectively.
Acquisition and application of knowledge and skills about dental medicine Know about basic and clinical dentistry and apply that knowledge.
Create and manage medical documents.
Recognition of patient's diseases and diagnosis through appropriate test Address patient’s major complaints and check his medical history.

Reprinted from 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 The development of standards for dental education accreditation. Seoul: 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 2014 [19].

Table 3.

Framework of competency-based curriculum at S University School of Dentistry undergraduate course

Competency Science and skill Domain Subject
Job-specific competencies Biomedical sciences Basic natural science - Genetics, molecular cell biology, statistics
Social scientific application of natural science - Diversity of life and environment of earth
Engineering application of natural science - New technology of dental engineering
Clinical sciences Basic clinical dentistry - New technology of dental engineering
General competencies Behavioral sciences Communication - Project for understanding human beings
Relationships with others - Leadership, etc.
Leadership
Social contribution - Project of social contribution
- Subjects related to social welfare, etc.
Creativity - Seminar for creative and multidisciplinary education, etc.
Legal and ethical decision making - Science and ethics
- Bioethics, etc.
Global competency - Multiculturalism, globalization, international cooperation, etc.
Cognitive skills Critical thinking - Project for critical thinking
Problem solving - Practice of web based critical thinking
Application of technology and resources - Subject related to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Self-development Self-management - Seminar for new students in dentistry
- Presentation of self-design

Reprinted from Lee et al. J Educ Teach. 2015;31(3):571-602 [9].

Table 4.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ontological dimension of competencies

Category Element
Mindfulness Self-awareness, self-realization, observation, reflection, conscience, compassion, appreciation, sympathy, growth, vision, insight, peace, happiness, sincerity, sharing, interconnection, interdependence, et al.
Curiosity Open mind, exploration, passion, self-direction, motivation, initiative, innovation, enthusiasm, wonder, spontaneousness, et al.
Courage Bravery, resolution, boldness, confidence, taking risks, persistency, strength, enthusiasm, optimism, inspiration, energy, vigor, humor, stability, et al.
Resilience Patience, adaptation to circumstances, persistence, fighting spirit, charisma, adaptability, capability of handling obscurity, flexibility, self-discipline, contribution, self-control, et al.
Ethics Appreciation, kindness, respect, justice, equity, fairness, tolerance, inclusion, authenticity, loyalty, honesty, reliability, dignity, purity, consideration, mercy, virtue, love, concern, generosity, contribution, et al.
Leadership Responsibility, obligation, altruism, modesty, inspiration, team work, mentorship, engagement, initiative, consistency, et al.

Reprinted from Fadel C, Bialik M, Trilling B. Four-dimensional education: the competencies learners need to succeed. Boston (MA):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201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