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배경과 특성이 다양해지며 사회적으로 다양성, 형평성, 포함(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의과대학에서도 DEI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
3].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며 DEI의 가치가 적용되어야 할 대표적인 인구집단 중 하나가 성소수자이다. 성소수자란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또는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이 다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 또는 집단을 의미한다[
4]. 우리나라에 성소수자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부재하나 해외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계해볼 수는 있다. 2024년 미국에서 18세 이상 성인 14,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갤럽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자신을 성소수자로 규정하였고, 2023년 영국의 연간 인구조사에서는 16세 이상 응답자의 3.8%가 자신을 성적지향 소수자(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로 규정했다[
5,
6]. 여러 해외 조사결과들을 종합하였을 때 성소수자 인구 규모를 전체 인구의 5% 정도로 추정하여 이를 국내 인구에 적용해보면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구는 약 250만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7]. 250만 명은 2025년 기준 인천광역시 인구(304만 명)보다는 적고 대구광역시 인구(236만 명)보다는 많은 숫자로, 2022년 기준 암 유병자 수(259만 명)보다 조금 적은 규모이다[
8,
9].
그런데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2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성소수자의 건강과 의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할 수 있는 의료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에서 성소수자의 존재와 성소수자가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의 존재와 필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인의 부족은 성소수자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성소수자 인구의 불량한 건강상태로 이어진다[
10,
11]. 사회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꺼리거나 미룬 경험이 많다는 연구결과는 성소수자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소수자로서의 스트레스(minority stress)뿐 아니라 적절한 의료서비스 이용의 어려움 또한 성소수자의 불량한 건강상태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
13].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성소수자 인구의 불량한 정신건강과 높은 사망률 등 건강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14,
15], 의학교육이 의료인의 성소수자 환자 진료의 태도와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검증되었다[
16,
17]. 그래서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는 2014년 성소수자 의료 교육의 확대를 촉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해당 권고안은 향후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환자 중심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성소수자 건강 향상의 옹호자(advocate)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의학 교육 관련 단체들이 교육과정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의과대학의 역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18].
국내에서도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성소수자 인구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의대)은 학생들이 DEI의 가치를 인식하고 향후 성소수자 환자를 마주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2021년 국내 의과대학 최초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서울의대의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수업경험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다른 의과대학들이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 구성
AAMC는 2014년 발간한 의학 교육자를 위한 성소수자의료 교육자료를 통해 성소수자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8가지 대주제에 걸친 30개 세부 역량을 제시하였다[
18]. 이를 기반으로 정리한 우리나라 성소수자의료 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주요 교육내용은 먼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정체성은 더 이상 정신질환이 아니지만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로 인해 많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9]. 우선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지해야 하고, 성소수자 관련 용어와 성소수자 정체성 비병리화의 과정을 알고, 편견 없는 자세를 바탕으로 성소수자 진료역량을 향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Table 1). 이러한 주요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의대는 아래와 같은 교과목 목표를 수립하였다.
교육목표: (예비)의료인으로서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편견 없이 대하며,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자세로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동참한다.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의대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정과 일부 관심 있는 학생이 이수할 수 있는 선택과정으로 구성하였다. 의학과(본과) 2학년 대상으로 1시간의 필수과정이 운영되고, 관심과 열의를 가진 학생들은 의학과 2학년과 4학년에 선택과정과 심화과정을 추가적으로 이수할 수 있으며, 성소수자 건강 연구에 관심 있는 학생은 의학과 2학년 연구과정 중 성소수자 건강을 연구주제로 선택할 수 있다(
Figure 1).
필수과정: 의학과 2학년 1시간
2022년부터 서울의대 의학과 2학년 1학기 과정 중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다루는 인간사회의료3 과정에서 전체 학생 대상의 1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건강형평성 수업과 이어지는 수업으로 성소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적 요인을 이해하고, 의료인으로서 성소수자 건강의 적극적 옹호자가 되는 것이 교육목표이다. 이에 따라 필수과정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학생이 성소수자의 개념과 주요 용어, 정체성 비병리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성소수자 환자 진료의 원칙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대해 가치판단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을 교육하고 있다.
해당 수업은 수업 종료 후 실시된 학생 만족도조사(5점 리커트 척도: 1점 매우 불만족–5점 매우 만족)에서 매년 평균 4.5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2025년에는 4.79점을 기록하며 매우 높은 학습 만족도를 입증하였다.
선택과정: 의학과 2학년 4주
2021년 서울의대에 처음 개설된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으로 의학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4주(1주일에 4시간씩 총 16시간)간의 선택과정이다. 2022년부터 전체 학생 대상의 필수과정이 1학기 전반부에 운영되면서 선택과정은 성소수자의료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학생들이 이론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실제 진료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1학기 후반부에 운영하고 있다.
2025년의 수업에서는 첫째 주에 성소수자의 인권과 건강권, 둘째 주에 성소수자 진료와 연구 경험에 대해 강의하였고, 셋째 주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일차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성중립화장실이 있는 의원의 시설과 운영사례를 경험한 후 학생들끼리 조를 이루어 의사와 환자의 역할을 맡아 교수자가 제공한 성소수자 환자 진료 사례에 대하여 역할극을 수행해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성소수자 부모 모임 소속의 연자와 성소수자 의료인 연자를 초청하여 가족이자 성소수자 지지자(LGBTQ+ ally)로서 경험한 성소수자의 의료이용 경험과 성소수자 의료인의 의과대학과 병원수련 경험을 공유한 후 토론을 진행하였다.
선택과정에서는 한정된 시간의 필수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성소수자 환자 진료역량 향상과 성소수자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었다. 성소수자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풍부한 성별확정의료(gender-affirming care) 전문 의료인의 강의를 통해 기본적인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부터 트랜스젠더와 성별이 다양한 사람들의 성별확정을 위한 호르몬요법과 수술적 접근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또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역할극을 통해 학생들은 성소수자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의 역할뿐 아니라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한 성소수자 당사자 역할을 수행하며 차별과 편견의 경험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거나 포기하는 성소수자 환자의 상황에 공감하였다.
사회적 소수자에 관련된 교육에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줄이고 수용성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20,
21]. 학생들은 트랜스젠더 인권변호사 연자의 강의를 듣고, “미디어가 아니라 실제 트랜스젠더와 대화해보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이상하고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은연 중 가지고 있던 자신의 편견을 반성하게 되었다”는 후기를 보고하였다. 또한 성소수자 의료인 연자의 강의를 듣고, “병원에도 당연히 성소수자가 있을 텐데 생각하지 못했었다”는 후기를 보고하였다.
성소수자의료 선택과정은 2021년 첫 개설 이후 2025년까지 4년간 47명의 의학과 2학년 학생이 참여하였다(2024년에는 선택교과과정을 운영하지 않았음).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2023년 강의평가 응답자 10명 전원이 매우 만족한다고 평가), 일부 학생은 이러한 교육이 선택과정으로 운영될 것이 아니라 전체 학생 대상의 필수과정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하였다. 전체 수업 시작시와 종료시에 수업에 참여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1–5점 리커트 척도(1점 전혀 모른다–5점 매우 잘 안다)로 평가한 학생들의 자가평가에서도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성소수자의료 관련 10개 영역에서 모두 인식과 지식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다(
Table 2).
연구과정: 의학과 2학년 10주
2025년 성소수자 건강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위하여 성소수자의료 연구과정이 처음 개설되었다. 의학과 2학년 2학기에 10주간 진행되는 의학연구2 과정에 성소수자 건강연구 주제를 개설하였고 3명의 학생이 선택하였다. 의학연구2는 모든 학생이 한 개의 주제를 택하여 해당 주제의 개설교수와 함께 직접 의학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으로 2025년에는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Korean Association for LGBTQ Medicine, KALM)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코호트 연구(Korean Initiative for Transgender Health)에 참여하여 한국에서 성별확정의료를 경험한 성인 트랜스젠더의 건강설문과 의무기록조사 자료를 수집ㆍ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3명의 학생은 각각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인구의 차별(discrimination), 거절(rejection), 피해(victimization) 경험과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수행하며 의학연구 과정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한국 성소수자 건강 연구의 필요성과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환경의 중요성 역시 체감하였다는 소감을 남겼다.
심화과정: 의학과 4학년 5주
심화과정은 의학과 4학년 선택 임상실습 과정으로 2021년 처음 시작되었다. 2021년 개설시에는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진료 참관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여 과정을 구성하였다가, 2022년 필수과정이 개설된 후 2025년부터는 필수과정과 선택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용어,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에 대한 이론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습 위주의 수업과정을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5주간 트랜스젠더 성별확정 호르몬요법과 수술적 접근을 제공하는 일차의료기관 2개소와 종합병원 3개소를 순환하며 진료를 참관하였고, 성소수자 친화적 진료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종합병원 감염내과 진료를 참관하였다. 심화과정에서는 의료기관 임상실습 이외에도 성소수자의료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성소수자 건강 관련 논문들을 리뷰하고,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트랜스젠더의 의료접근성 등 관련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또한 매해 참여학생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성소수자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2021년과 2023년에는 성소수자 진료 영문 가이드라인을 번역하거나, 성소수자 건강권과 법제도를 주제로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 실습을 나온 로스쿨 학생들과 공동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2023년과 2025년에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함께 공동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의 오픈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5년에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학교에서 상영하고 감독과 주인공을 초청하여 간담회(guest visit)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성소수자의료 심화과정은 2021년 4명, 2023년 4명, 2025년 1명으로 2021년 첫 개설 이후 2025년까지 총 9명의 학생이 이수하였다. 참여한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트랜스젠더 성별확정의료를 포함한 성소수자 진료를 참관하고 관련 주제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전문의료인을 만나 생각과 경험을 나눈 과정에 매우 감사하고 만족하였다.
결론
향후 성소수자 환자에게 높은 수준의 사람 중심 진료를 제공하고 성소수자 건강의 옹호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울의대의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을 소개하였다. 서울의대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필수과정과 임상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정과 심화과정, 연구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과정의 총 4개 과정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의학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필수과정과 선택, 연구과정을 운영하고, 보다 깊은 관심과 열의가 있는 학생들은 기본적인 병원 실습과정을 마친 의학과 4학년 때 심화과정을 통해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에서 임상실습을 하고 다양한 관련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과정을 구성하였다.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다양한 관련 주제의 강의와 실습 기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증진된 것뿐 아니라 성소수자 진료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의대에서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을 처음 개설하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학생들은 이미 성소수자의료 교육에 대한 요구가 있다. 선택과목의 특성상 매년 충분한 수의 학생들이 신청해야 과정이 운영되는데, 2021년 첫 개설 이후 성소수자의료 선택과목은 매년 개설되고 있으며,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 중 일부는 모든 학생이 이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2023년과 2025년 심화과정 강의의 일부를 외부 공개하였을 때에는 여러 의과대학의 학생들이 강의에 참여하며, 본인들의 학교에서 이러한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을 보고하였다. 앞서 언급한 2024년 미국 갤럽조사에서 1997년 이후 출생한 Z세대 응답자의 23.1%가 자신을 성소수자로 정의하여 전체 응답자 평균 9.3%와 큰 차이를 보인 것과 같이 세대에 따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경험은 차이가 있으며[
5,
22],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은 의료인으로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과대학은 학생들의 이러한 요구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을 희망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의대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성소수자 당사자와의 만남과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의료진을 만난 것을 과정의 큰 장점이자 의미로 꼽았다. 서울의대 과정은 내부 교수진뿐 아니라 여러 외부 전문가와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들의 참여와 도움을 바탕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희망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공유 교육과정 운영과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임상실습과정을 지역별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서울의대 과정에서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는 2022년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에서 발간한 ‘차별 없는 병원’을 참고도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3].
2024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동반자가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2025 동성혼에 대한 혼인평등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 성소수자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4]. 미국의 성소수자 건강평등을 위한 보건의료 전문가 협회(GLMA: Health Professionals Advancing LGBTQ+ Equality)는 동성혼 지지, 트랜스젠더 군인의 성별확정의료 접근성 향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성소수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25]. 그러나 의과대학의 교수진이 이러한 성소수자 건강 관련 사회환경 변화를 적시에 인지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서울의대 과정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여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를 진행하고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매년 최신의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교육내용을 갱신하듯이 성소수자의료 과정의 교육내용도 지속적으로 갱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여러 의과대학의 공동 노력과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와 같은 성소수자의료 전문단체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의대의 성소수자의료 교육과정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로 단기적 만족도 평가 외 종단적 추적 평가를 시행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필수과정 이외에는 소규모로 진행되는 선택과정으로 아직 충분한 수의 교육 경험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향후 교육 경험이 축적되고 교육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추적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의 경험은 DEI의 가치를 인식하고 임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가 큰 가운데 의과대학 성소수자의료 교육의 필요와 운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서울의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의과대학으로 성소수자의료 과정과 같은 DEI의 가치를 강조하는 교육이 확산되고, 이를 경험한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견과 차별 없이 높은 수준의 사람 중심 진료를 제공하는 건강 형평성의 적극적인 옹호자로 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