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ver(기억전달자)’와 의학교육
The Giver and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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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 Lois Lowry. The giver. New York (NY): Laurel-Leaf Books; 1993. 179 p.
저서: 기억전달자
저자: Lois Lowry
역자: 장은수
출판사: 비룡소
출판연도: 2007년
쪽수: 301쪽
2009년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이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의 읽기교재가 “The giver”로 영어가 부족한 나도 혹시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이미 영화로도 나와서 우리나라에도 기억전달자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이다. 최근 의학교육의 화두이자 이번 호의 특집주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개인맞춤형 의학교육(personalized medical education)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이 문득 떠올랐다. 의료인문학 북리딩이나 토의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영어 원문으로 읽기를 추천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너무나 이상적인 사회가 나온다. 증오나 분노 같은 감정이 통제되고, 경쟁이나 다툼이 사라진 사회다. 가족들은 저녁마다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하고,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기억마저도 통제되고 가정의 구성이 혈연관계가 아닌 완전히 인위적이 방식으로 정해지며, 아이들의 장래 직업도 철저히 공동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전개되면서 궁금증이 점점 증폭된 기억이 있다. 완벽한 혹은 이상적인 사회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안정된 사회를 위해 규율이 엄히 적용되고 감정과 기억이 제거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등의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외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하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놀란 경험이 있다. 유전자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발표되기 20년 전에 감정과 기억의 통제를 다룬 소설이 출현했다는 것에 지금도 다시 놀라움이 있다.
“The giver”를 개인맞춤형 의학교육에도 적용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만큼 지금도 이 소설은 여러 분야에서 사고의 확장을 불러온다. 의학교육에서 분명 개인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획일적인 교육이 학생들에게 모두 만족을 줄 수는 없기에 더욱 필요성이 강조된다. 필자 역시도 학생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무조건 돌진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교수나 지원인력이 부족하고 교육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맞춤형 교육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도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The giver”는 예측한다. 자원과 철학적 기반이 부족한 맞춤형 교육은 각 학생의 고유한 학습 속도나 흥미를 존중하지 못하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리 가능한 틀 안에 학생들을 가두고 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교수진의 과도한 업무 부담은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전체적인 교육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공동체의 평온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The giver”의 사회와 같다. 학생 개개인을 위한 ‘이상적인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교수진과 학생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완벽한 사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듯 만약 맞춤형 교육이 완벽한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맞춤형 교육이 최선이라는 획일화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주인공이 고통스러운 기억과 감정까지 전달받으며 진짜 인간의 의미를 깨닫듯이, 지금 한국의 의학교육은 현장에서 교육자원의 부재 속에서 느끼는 절망이 있지만, 이런 절망감과 고통마저도 교수와 학생 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있다면 이것 역시 의미 있는 교육의 결과를 생산해 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