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학교육을 향한 실천적 접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6년제 통합 교육과정 개발
A Practical Approach: Reform of the 6-Year Medical Curriculum at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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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case study explores the ongoing curricular reform efforts at the College of Medicin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in response to the nationwide transition from the 2+4-year system to a 6-year integrated medical education model. To proactively address the shifting demands of the healthcare environment and future society, the institution launched two task forces to develop a future-oriented curriculum model grounded in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s distinctive educational philosophy. The first phase involved defining the core directions of future medical education through a structured consensus process and stakeholder engagement, including students and external experts. Guided by the T-SLICE framework, two curricular models were developed: a flexible, student-customized pathway and an improved version of the Omnibus Omnia curriculum. These models integrate early clinical exposure, research competence, humanistic training, and elements of the future healthcare system, such as artificial intelligence and digital medicine. In the second phase, the curriculum structure was built around eight educational pillars, with longitudinal learning pathways and staged learner development levels. Focus group discussions, consensus workshops, and a broad analysis of national and international best practices informed the planning process. In parallel, institutional efforts were made to establish an educational support office, integrate information technology and administrative systems, and secure physical and human infrastructure for sustainable implementation. This institutional experience offers practical insights into balancing a philosophical vision with operational feasibility in curriculum reform. The case highlights how a medical school can develop a context-sensitive, values-based, integrated curriculum that reflects both societal needs and the institution’s educational mission.
서론
의학교육은 시대적 요구와 의료환경의 변화, 그리고 국가 정책의 방향 전환에 따라 지속적인 제도적 조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학제 구조의 전환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의 철학, 내용, 운영방식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최근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학제가 기존의 2+4년제에서 통합 6년제로의 전환이 확정되면서 의과대학들은 새로운 교육체계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핵심 역량을 교육과정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재설계를 요구한다.
교육과정 개편은 교육과정을 하나의 고정된 틀이나 완성된 산물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Dewey [1]는 교육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경험의 지속적 재구성과 성장의 과정으로 보았으며, 교육과정 또한 시대와 학습자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Stenhouse [2]는 교육과정을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속에서 실천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며, 그것이 고정된 정답이 아닌 살아있는 체계임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은 의학교육의 맥락에서도 유효하며, 교육과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실천적 구조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Jeon [3]은 교육과정 개편이 ‘창조’의 과정이 아니라, 각 대학이 처한 여건과 자원, 권한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천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탐색하는 변화의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특히 그는 교양교육 개편에 있어 외부 우수사례를 일방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내부 구성원의 숙의를 통해 자율적이고 단계적인 개편방향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의는 학제 전환기에 있는 의과대학이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는 방식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가톨릭의대)은 국내 의학교육 체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대학 중 하나로, 2000년대 중반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에 발맞추어 학부 졸업생 수준에 적합한 성과 기반 교육과정인 ‘Omnibus Omnia(옴니버스 옴니아)’를 개발하여 2009년부터 운영하였다.
‘Omnibus Omnia’는 성경에서 유래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대학은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올바른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은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교육적 신념을 담고 있다. 해당 교육과정은 ‘SLICE’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16개의 교육과정 개발원칙에 기반하여 구체화되었다. 가톨릭의대에서 ‘Omnibus Omnia’는 교육과정 그 자체를, ‘SLICE’는 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원칙 체계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2015년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한 가톨릭의대는 2019년부터 입학생 전원이 의과대학을 통해 선발되는 구조로의 전환에 대비하여 6년 통합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SLICE’ 원칙에 하나의 원칙을 추가한 ‘New SLICE’ 체계를 바탕으로 ‘New Omnibus Omnia’ 교육과정을 개발하였으며,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초의학 과목 일부를 의예과 2학년 2학기로 선배치하고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의예과 1학년부터 의학과 4학년까지 나선형 구조(spiral structure)로 구조화하는 것 등으로 6년 통합 교육과정으로의 이행을 위한 중간 단계가 시도되었다.
위와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톨릭의대는 단순한 교육내용의 조정을 넘어 미래 의료환경에 적합한 의사의 전문적 역량과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대학 고유의 교육철학과 사명을 반영한 독창적인 통합교육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20년 ‘미래 의학교육 태스크포스(task force, TF)’를 구성하여 급변하는 사회 및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적 기초를 수립하였다. 나아가 2024년 1월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통합 6년제 교육과정 개편 TF’를 출범시켜 앞서 도출된 교육철학과 전략을 실행 가능한 체계로 구체화하고 있다.
가톨릭의대는 가톨릭 정신에 바탕을 두고 인류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소명의식 있는 의사, 역량 있는 의사, 리더십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의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교육과정 개편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미래 세대 의사들이 변화하는 의료현장에서 이 사명을 실천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형 교육체계 구축의 시도이다. 이는 국내 의학교육의 근본적 전환기 속에서 하나의 방향성과 철학을 제시하며, 타 대학에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의학교육을 위한 핵심 방향과 설계원칙 수립
2020년 가톨릭의대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 기반의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을 목표로 ‘미래 의학교육 TF’를 구성하였다. 이는 단순히 학제 변화에 대비한 기술적 대응이 아니라 의예과와 의학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학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여 통합형 교육과정 모델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전략적 시도였다.
TF는 총 2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의과대학장이 위원장을 맡고, 실행위원회는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및 겸무교수로, 자문위원회는 기초 및 임상 교수진으로 구성하였다. 이와 함께, 학생과 외부 전문가를 특별위원으로 위촉하여 교육 수요자와 외부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다층적 논의구조를 마련하였다.
TF는 첫 번째 성과로, 가까운 미래와 더 먼 미래에 ‘좋은 의사’로서 인류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가톨릭의대의 미래 의학교육 핵심 방향을 설정하였다. 이 방향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그리고 교육의 궁극적 수혜자인 사회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구조화되었으며, 각 영역별로 세 가지 항목씩 총 아홉 가지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방향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인간성·창의성·자기주도성, 학교의 개방성과 전문직 간 협업,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글로벌 역량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Figure 1은 이와 같은 핵심 방향의 구조를 보여준다.
두 번째로, TF는 미래 의학교육의 철학과 전략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기 위해 기존의 ‘SLICE,’ ‘New SLICE’에 이어 ‘T-SLICE (Tomorrow–SLICE)’ 원칙 체계를 수립하였다. 여기서 T는 ‘Tomorrow’를 의미하며, T-SLICE는 여섯 개 핵심 영역(T, S, L, I, C, E) 각각에 교육과정의 설계 및 운영을 위한 핵심 가치와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 원칙은 기술 활용과 교육혁신, 학생 중심성과 자기주도성, 학습공동체와 지속 가능성, 통합성과 국제성, 역량 기반과 지역사회 연계성, 그리고 선택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단순한 선언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각 항목이 실제 교육과정 내에서 실현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안으로 연계되었다. 해당 원칙의 세부 구조와 구성요소는 Figure 2에 요약되어 있다.
세 번째로, TF는 미래 의학교육의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두 가지 교육과정 모형을 제안하였다. 첫 번째는 ‘다양성 계발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적성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학습설계를 강조하며 선택과목 중심의 구조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경로를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의료인을 양성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는 ‘Omnibus Omnia Novatus 교육과정’으로, 기존 Omnibus Omnia 교육과정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혁신적이고 구조화된 통합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여기서 ‘Novatus’는 라틴어로 ‘새롭게 변화된’이라는 의미로 기존 교육과정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명칭이다. 이 교육과정은 조기 임상 노출, 역량 중심 평가, 기술 활용, 학생 중심 운영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하며, 의료인뿐 아니라 교육자와 연구자로서의 진로를 자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네 번째로, 교육과정의 실질적 실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과 환경에 대한 제언도 함께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미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정보 기반 시스템 구축, 교수자와 학습자를 위한 통합 전산·행정 지원체계 마련, 그리고 이를 총괄할 의과대학 내 최상위 조직의 신설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교수와 학생을 위한 제도적 지원장치의 마련과 교육환경의 물리적·기술적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마지막으로, 가톨릭의대 학생들이 학교 외부에서도 학습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국내외 협력기관과의 연계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통해 본교의 교육 자산과 노하우를 확산하고,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더불어 미래 교육과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교육 전문인력을 내부적으로 양성하고, 교수자의 교육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대학 차원의 의학교육 전문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자 하였다.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구조화 전략과 실행을 위한 준비과정
통합 6년제로의 전환이 확정된 이후, 가톨릭의대는 2024년 1월 ‘통합 6년제 교육과정 개편 TF’를 출범시켰다. 해당 TF는 교육부학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총 34명으로 구성되었으며, 28명의 위원과 내·외부 자문위원 각 1명, 그리고 3명의 실무 지원인력이 포함되었다. 본 TF는 두 가지의 주요 특징을 가진다. 첫째, 교육과정의 실제 설계와 실행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젊은 기초 및 임상 교수진을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하였다. 둘째, 위원장과 3인의 부위원장, 1인의 교내 자문위원, 1인의 전담 지원인력으로 구성된 TF Leading Group을 운영의 중심축으로 두어 논의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였다.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은 Kern의 6단계 교육과정 개발모형(Kern’s six-step approach) [4]과 Taba [5]의 귀납적 교육과정 개발모형(inductive model of curriculum development by Hilda Taba)의 요소를 참고하여 가톨릭의대의 교육철학과 환경에 부합하는 통합적이고 실천 중심의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문제 확인과 요구분석 단계에서는 Kern 모형의 구조화된 절차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Taba 모형의 상향식(bottom-up) 접근과 현장 중심의 개발원칙을 반영하여 실제 교육과정 운영주체들의 참여를 강화하였다. 이에 따라 교수 대상의 합의형성워크숍(consensus workshop)을 시작으로 학생 대상 포커스그룹 토의(focus group discussion)를 실시하여 수렴된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설정하였다.
또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의사협회 등 국내 의학교육 전문단체의 학제와 관련된 정책보고서와 발제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였고, 통합 학제로 운영 중인 대표적인 해외 대학 사례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참조하였다. 여기에는 홍콩중문대학교, 홍콩대학교, 일본 오사카대학교 등 아시아권 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런던대학교, 에든버러대학교, 독일 뮌헨대학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 등 유럽권 대학, 그리고 호주의 플린더스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등이 포함된다.
TF가 제안한 교육과정은 8개의 핵심 교육 축(pillars)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는 앞서 수립한 T-SLICE 교육철학과도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각 영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우선 ‘clinical encounter’ pillar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전 학년에 걸쳐 환자와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처음부터의 의학’이라는 개념하에 학생의 임상 직관을 조기에 함양하고자 하였다. ‘Professional development’ pillar는 6학년에 집중 배치하여 학생 맞춤형 심화 프로그램(예: 캡스톤 프로젝트 등)을 통해 개인의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Research competency’ pillar는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연구 관련 교육내용을 통합하여 1–3학년 또는 4–5학년으로 집중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basic and clinical medicine’ pillar에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경계를 허물고 기관·장기 중심의 시스템 통합교육을 통해 양자의 연계를 강화하였다. ‘Clerkship’은 가톨릭의대의 8개 교육병원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여 병원별 임상실습 경로(pathway)가 설계되었고, 이를 통해 보다 현실감 있는 임상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Future healthcare’ pillar는 현재 구체적 내용이 조율 중에 있으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디지털헬스 등 미래지향적 교육내용을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doctoring’은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세분화 및 재배치하여 6년의 전 과정에 걸친 종단적 통합과 나선형 구조가 되도록 재구성하였고, ‘self-development’ pillar에서는 전 학년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과 성찰을 유도하는 체계를 마련하였다(Table 1).
이 교육과정은 각 교육 축(pillars)이 학습자의 성장경로에 맞춰 정렬되도록 학습자의 수준과 학습량을 고려하여 4단계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커리어 특성화’로, 자아 정립과 자기발전을 위한 기초학습을 제공하고, 이후 ‘소명’ 단계에서는 의료인으로서의 윤리적 책임과 정체성 형성에 중점을 둔다. 세 번째 단계는 ‘역량’ 중심의 전문성 강화를, 마지막 단계인 ‘지식’ 단계에서는 고도의 의학지식과 기술 습득을 중심으로 교육이 설계된다. 각 단계는 6년 전체 교육과정 중 특정 시점에 배치되며, 학습자의 성장속도와 성취수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학습자 개인의 성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습자 수준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다. 이 단계는 ‘충실한 나,’ ‘의학도로서의 나,’ ‘사회 속의 의사,’ ‘전문가로서의 의사,’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의사’로 구성되며, 교육과정 내에서의 시기별 목표 설정, 교육내용, 평가기준 등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Appendix 1).
한편,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물리적, 제도적, 행정적 기반을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되었다. 미래 의학교육 TF의 제언에 따라, 기존의 교수학습 지원조직인 MASTER의학교육지원센터, START의학시뮬레이션센터, HABET학습지원센터의 기능을 재정비하였으며, 교수개발을 전담하는 ‘SLICE교수개발센터’를 새롭게 설립하였다. 또한 이러한 조직을 총괄하는 상위기구도 함께 신설하여 교수학습 지원체계를 강화하였다.
또한 가톨릭의대의 자체 교육관리시스템인 ‘두루누리’를 Oracle Apex Cloud 기반의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고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학습관리도구(learning management system)뿐 아니라, 학생 포트폴리오 관리도구, 임상실습 지침서, 성과 기반 피드백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적 기반은 향후 교육과정의 효율적 운영과 지속적 질 관리를 위한 핵심적 도구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의학교육의 구조와 내용은 단일한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와 교육철학의 반영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논의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과정 개편은 단순히 기술적·행정적 조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떤 인간상을 길러내고자 하는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국제 교육개혁의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논점을 형성해 왔다.
핀란드 교육학자 Sahlberg [6]가 비판적으로 언급한 Global Educational Reform Movement (GERM)는 세계적으로 획일화된 교육개혁의 흐름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학습성과 중심주의, 표준화, 경쟁 도입, 책임성 강화, 시험 중심 교육 등을 특징으로 하며, 교육의 질을 계량화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학생의 다양성과 창의성,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도입 또한 단순한 제도 개편으로 수용되기보다는 교육의 본질과 철학을 재점검하며 균형 잡힌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인의 전문성과 공동체적 책임, 인간 중심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든 대학이 학제 변화와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 맞추어 ‘최선’의 개편안을 도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교육이 GERM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의대는 이러한 전환기에 단순한 제도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교육의 철학과 원칙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체계로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특히 미래 의학교육 TF를 통해 3S, 즉 학생(student)-학교(school)-사회(society)를 중심으로 한 미래 의학교육 핵심 방향을 설정하고 T-SLICE 원칙에 기반한 두 가지 교육과정 모델을 제안하는 등 교육철학과 전략을 구조화하는 과정을 선행하였다. 이어지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 개편 TF에서는 이러한 비전과 철학을 실제 실행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해 나갔다. 아울러, 의예과와 의학과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구조, 2022년 완공된 첨단 교육시설, 8개의 교육병원이라는 인프라는 통합형 교육과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TF 구조를 통해 교육과정 설계의 수용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하나의 모델에 수렴하기보다 복수의 교육과정 모델을 병행 설계하고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계획함으로써 제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셋째, 교육과정 개편과 동시에 교육지원 조직, 정보 기반 시스템, 교수개발 체계 등을 통합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가톨릭의대의 교육과정 개편 경험은 비록 정형화된 해답을 제시하는 모델은 아닐 수 있으나, 철학과 실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접근을 통해 ‘더 나은 교육’을 향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출된 전략과 실행과정은 유사한 교육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타 대학들에게도 실질적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제도적·내용적 전환과정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유동미: 본 연구의 본문 작성 및 원고수정; 강화선: 연구의 기본 개념 설정 및 본문 작성 및 원고수정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미래 의학교육 TF와 통합 6년제 교육과정 개편 TF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바탕으로 수행되었으며, 이에 깊이 감사드린다.
References
Appendices
Appendix 1. Proposed stage-based framework of learner develop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