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원저: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competencies across the learning continuum (New and emerging areas in medicine series)
저자: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issuing body
출판사: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Washington, DC)
출판연도: 2022년
쪽수: 28쪽
오늘날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외국인 인구 증가로 인한 다인종화, 장애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전환기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의료현장에도 반영되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환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인의 문화적 민감성, 건강형평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의료환경에서 차별적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종종 의료진의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배제적 언어 및 행동에서 기인한다[
1]. 그러나 현재의 의학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여전히 생의학적 지식과 임상술기 습득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학생들과 교수진이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함(inclusion)’(DEI)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실제 진료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는 이러한 교육적 공백을 인식하고, 모든 환자에게 접근 가능하며 책무성에 기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DEI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식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임상 수행능력을 중시하는 역량 기반 의학교육(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AAMC는 이에 발맞추어 DEI를 의료전문직 교육의 필수 역량으로 규정하였다. 그 일환으로 2022년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competencies across the learning continuum” 보고서를 발간하여, 의과대학과 전공의 수련기관 내에서 차별과 배제가 없는 학습환경 조성과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였다[
2]. 해당 보고서에서 제시한 DEI 역량은 ‘다양성,’ ‘형평성,’ ‘포함’의 세 가지 영역(domain)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성’은 구성원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의 차이를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형평성’은 단순한 형식적 평등을 넘어 구조적 불평등과 낙인, 편견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포함한다. ‘포함’은 모든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안전과 존중을 느끼며, 진정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실천과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나아가 이 보고서는 DEI 역량을 학습자의 성장단계에 따라 ‘의과대학 졸업 수준,’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 그리고 ‘의학교육자로서의 단계’로 구분하여 점진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각 수준은 교육과정 설계, 교수역량 개발, 자기성찰, 평가도구 설계 및 관련 연구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역량은 정책 및 제도적 개입이 필요한 이상적 목표를 포함하고 있기에, 기관별 현실과 맥락을 고려한 조정과 피드백 순환이 필요하다고 첨언하였다.
본 보고서는 DEI 역량의 교육적 가치와 필요성을 조망함으로써 의학교육이 보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실질적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 보건의료는 더 이상 질병 중심의 접근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정체성과 삶의 환경, 사회문화적 맥락을 아우르는 전인적 진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3].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DEI 역량을 갖춘 의료인의 체계적인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DEI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임상현장에서의 공감과 소통, 환자 중심 진료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기반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역량 기반 의학교육의 구현을 뒷받침할 것이다. 향후 국내 의료환경의 고유한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DEI 관련 기초연구를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한국형 의학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