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 도전과 기회
Digital Transformation in Medical Education: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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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현대 사회에서 불가피한 변화이며, 의학교육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도입이 아니라, 기존의 교육 및 의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의학교육 또한 이에 적응하고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연결성을 증가시키고, 정보 생산 및 저장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지식의 축적과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2022년 11월 ChatGPT의 공개 이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으며,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AI 관련 연구자들에게 수여되면서 AI의 학문적·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 AI의 적용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최근의 AI 기술 발전은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 처리, 전이 학습 및 강화 학습을 활용한 모델의 학습능력 향상 등을 통해 정보 접근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Homo promptus”와 같은 개념이 등장하는 등 시대적 요구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1]. 이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AI의 부상은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이며, coronavirus disease 2019 팬데믹은 이 과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의학교육에서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교육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학습환경과 교수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Kim [2]은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학습자들이 습득해야 할 핵심 역량과 의학교육에서 활용될 기술적 변화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는 디지털화(digitization), 디지털화 과정(digitalization),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개념을 구분하여 정의하고,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의학교육은 학생 중심의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이 가능해지고, 몰입형 학습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평가와 학습이 통합될 수 있으며,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도구, 클라우드 컴퓨팅 및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음을 전망하였다. 나아가 AI를 의학교육에 적용하고, 또한 AI를 의료에 활용함에 있어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Yoon 등[3]이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의 디지털 포트폴리오 평가의 개발, 적용, 확산하는 과정을 연구하여 보고하였는데, 이는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역량 기반 의학교육을 지향하면서 특히 임상교육에서 적절한 평가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평가가 도입되었으나, 이후 학생들의 학습성취와 과정을 기록하고 성장과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평가 및 진로개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과정 전 과정을 담는 모델로 확대되었다. 초기에는 종이 기반 모델을 사용하였으나, 학생들의 실습기록과 교수 피드백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 포트폴리오(u-포트폴리오)를 도입하였다. 포트폴리오 평가에 있어 성찰과 교수들의 피드백이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졌으나, 종이 기반 모델에서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려웠고, 이에 실습현장에서 교수들의 평가와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평가과정이 용이하도록 평가 루브릭(rubric)도 함께 개발되었다. 나아가 5개의 부속병원을 순환하며 실습하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필요에 대응하려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에 더하여 국내 의과대학들이 포트폴리오 평가 관련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확산을 도모하는 것은 의미 있는 노력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 공통적으로 부합되도록 구현하되, 각 대학의 독특한 교육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Jung 등[4]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연세의대)의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 개편 사례를 소개하였다. 기존의 LMS, YES2.0 (Yonsei medical E-learning system)은 시스템 안정성과 기능적 한계로 인해 개편이 요구되었으며, 특히 2023년 새롭게 도입된 CDP2023 (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2023)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게 되었다. 연세의대는 새로운 LMS (YES3.0)를 구축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과정과 평가를 실시간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학습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는 목적을 강화한 것은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의 개념을 도입하는 노력이고, 이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LMS 개편과정에서 의학교육을 깊이 이해하는 개발 수행사를 선정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으며, 교수와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과정 또한 도전적인 과제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어려움은 학습과정을 데이터화 하는 과정의 분석작업이 쉽지 않고, 반드시 필요함을 시사한다. 개편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이는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Lee와 Lee [5]는 의료에서 AI 활용이 현실화됨에 따라, 의과대학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의료 AI 역량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AI의 의학교육 적용과 관련하여 법률적·윤리적 측면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밝혔다[5]. 현재 의료 AI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나 윤리적 지침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의료 AI 활용과 관련한 교육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며, AI의 활용이 환자 진료와 의료 의사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료 AI 윤리교육은 단순한 기술사용법 교육을 넘어 알고리즘 편향성 탐지, 데이터 투명성 확보,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 메커니즘 설계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개발되고 있는 국제적 표준을 국내 교육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의학교육은 기존의 강의 중심 교육모델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가상현실 플랫폼을 활용한 3D 해부학 실습이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반 수술 시뮬레이션은 공간적 제약을 해소하며 몰입형 학습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생성형 AI (generative AI)는 의학교육에서 증례 기반 학습에 새로운 지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학습분석 기술은 개별 학생의 인지적·정서적 반응을 실시간 추적하여 과거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교육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어, 학생 맞춤형 교육콘텐츠를 생성하는 적응형 학습시스템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의학교육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도입이 아닌 교육생태계의 구조적 개혁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한 변화이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교수자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새로운 교육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혁신적인 교육방법에 대한 수용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6]. 따라서 의학교육자들은 디지털 전환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이를 교육에 선도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안신기는 의학교육논단의 편집위원장이지만 이 연구의 심사위원 선정, 평가, 결정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안신기: 전반적인 논문 작성 활동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