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인재를 양성하고 이러한 인재가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를 선발할 때 대학의 설립이념과 교육목적, 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 전 학생은 우수한 대학에서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여 학업을 충실하게 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졸업 이후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잘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단일한 입학제도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교육 목표에 따라 입학시험의 과목과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1]. 자녀 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의 특성이나 인성, 학생이 원하는 전공보다는 졸업 이후에 안정된 직업과 연계되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학문적인 성장보다는 직업양성을 위한 단계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대학이 서열화가 되어 있고 수도권 지역과 지방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 차이,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 운영 문제로 점차 학생 유치가 되지 않으면 대학을 폐쇄해야 하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대학마다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2,
3]. 기초과학이나 인문학 등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학문 중의 하나이나, 점차 학생들의 입학지원이 감소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있는 의과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책은 의사 양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발판이며 국가의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지원자가 졸업 이후 의사가 될 자질이 있고 전문가로서의 자율과 규제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4]. 현재 40개 의과대학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의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의과대학을 새로 개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공공의과대학 또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려는 모색과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의료인이라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교육(professional education)으로서 의학교육은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필요에 부응하도록 계획되며, 보건의료 양상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과 의료인에 대한 미래의 수요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을 근거로 입학인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지역에 의과대학이 없다는 것이 의과대학 설립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의과대학 설립은 장기적인 보건의료 수요와 의료인력 수급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즉, 의학교육은 다른 단과대학의 교육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여건과 미래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이를 근거로 입학인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지역에 의과대학이 없다는 것이 의과대학 설립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 진학을 위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초등학생부터 의과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이 운영될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의견수렴의 절차가 무시된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증원정책의 강행과 이로 인한 의학교육의 파행이 예견되고 있다. 의과대학 선발과정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학생들의 학업역량은 기본이며 인성, 도덕성, 사회적인 역할을 충분하게 담당할 수 있는 자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5]. 이에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입학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1. 우리나라 대학 입학정책의 변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의 입학정책을 바탕으로 대학마다 객관적인 원칙에 입각하여 입학정책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나라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입시에서는 공정성, 기회균등, 대학의 자율성 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많은 대학에서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을 실시한다. 이후에는 대학의 자율적인 선발 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미국의 입학제도는 역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정 계층의 학생을 선발 혹은 배제를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지역인재입학제도가 시행이 되고 있고, 이는 학생의 학업능력 이외에 전공분야의 적합성, 리더십, 인성 등에 대한 대학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입학이 가능하여 학부모나 학생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알 수 없는 점도 있다[
6].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한국전쟁, 5·16 군사정변, 군사독재시기,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의 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고등교육 교과과정도 변화해 왔으며, 이와 더불어 입학정책도 변화하였다. 의과대학도 다른 단과대학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학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왔다. 전통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선발해 왔으나, 대학교 졸업 이후 입학을 허용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과정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현재는 의예과 학제가 주를 이루며, 일부 대학에서 결원 발생 시 편입학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대학입학전형제도는 교육부자료에 의하면 16번 제도가 바뀌었으며, 이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7]. 1945년부터 1968년까지는 대학별 단독 시험시기로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기이며 대학별 단독 시험(1945–1953), 국가고시 연합고사제(1954), 대학별 단독시험 및 무시험 병행(1955–1961),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1962–1963), 대학별 단독시험(1964–1968)이며, 1969년부터 1981년까지는 국가가 대학입학시험을 관리하는 시기로 전국적으로 같은 시기에 입학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예비고사와 대학 자체에서 본고사를 실시하였으며, 이 시기에도 예비고사와 본고사 병행(1969–1980), 예비고사 및 고교 내신 병행(1981)으로 나누어지며 연도마다 반영비율의 차이는 있었다. 이와 병행하여 고등학교 학생 수가 급등한 문제와 대학교육을 개선하고자 1979년 ‘7.30 교육개혁조치’를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졸업정원의 130%를 선발하여 대학에서의 학업수행이 저조한 학생들을 중도 탈락시키는 졸업정원제가 1980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과잉경쟁, 단순한 고등학생 수의 증가 해소와 정치적 목적 등으로 사전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은 상태의 부작용으로 인해 1985년부터 초과해서 선발하는 비율을 대학 자율로 전환하였다가, 이후 폐지되었다[
8,
9]. 1982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학력고사 시기로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학력고사와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입학 전형이 시행되었다. 이 시기에는 고교내신성적과 함께 논술고사가 추가되었고, 이후 학교별로 면접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1994년 이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내신 성적과 대학별 고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며, 추가적으로 학생생활기록부, 대학별 논술고사, 면접 및 구술고사, 입학사정관 전형 등이 도입되어 입시제도가 더욱 다양화되었다(
Table 1) [
10]. 초기에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학 정책이 운영되었으나 대학 내 비리 척결, 공정성 확보, 사교육비 증가 억제, 고등학교 공교육 강화 등을 목적으로 제도가 수정되었다[
11].
2. 의과대학의 입학정책의 변화
우리나라 근대서양의학교육은 1886년 제중원의학교가 개교하면서 시도되었고, 1899년 의학교관제가 반포되어 의학교 설립에 대한 법적인 기초가 놓였으며, 이후 1900년부터 제중원에서 조직적인 의학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체계에 따른 서양의학이 도입되어 조선총독부의 의학교육 관련 관제, 또는 교육령에 의거해서 1907년 대한의원 의학교가 설립되었고, 이는 조선총독부의원부속 의학강습소가 되고, 1916년 경성의학전문학교가 되었다. 한편, 제중원의 의학교육을 통해 1908년 7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었는데, 통감부가 이를 인정하고 1908년 반포한 사립학교령에 근거하여 1909년 세브란스의학교를 정식으로 인가하였으며, 이는 1916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로 이어졌다[
12]. 1923년 대구의학전문학교와 평양의학전문학교가 개교하였고 1926년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개교,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1944년 광주의학전문학교와 함흥의학전문학교가 개교하여 의학교육을 시행하였다[
13,
14]. 당시에는 의학교 개수가 너무 적고 입학정원에서 일본인과 차별이 심해 입학이 어려웠으며 고급학문은 교육에서 배제되어 조선인의 차별적인 교육이 있었다[
14,
15]. 해방 이후 1946년 의과대학은 미군정청의 계획에 따라 미국식 교육을 도입하여 6년제 의과대학교육체제로 전환되었고[
5],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경제적인 발전으로 의료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1960년대 5개, 1970년대 6개, 1980년대 12개, 1990년대 10개가 신설되어 의과대학은 41개로 늘어났다. 그 중 1개의 의과대학이 의학교육평가인증을 받지 못하여 인가 취소되어 현재는 40개 대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1948년 이전 의과대학 정원은 800명이었고 의과대학이 신설되면서 2024학년도까지 3,097명이 되었다.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은 70년대 이전과 80년대 이후로 구분되며, 70년대 이전에는 국가와 지역주민의 의료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설립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학교의 요구에 의해 설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의과대학 입학정책도 다른 단과대학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학입학정책에 따라 시행되었다(
Table 1). 1945년부터 1980년까지 의과대학도 대학별로 단독 시험제와 면접을 시행하였으며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예비고사와 본고사, 면접을 시행하여 학생을 선발하였다. 1982학년도부터 1993학년도까지 대학입학 학력고사 시기로 ‘선 시험 후 지원’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의과대학도 학력고사 점수와 면접을 시행하기도 하였고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기, 후기로 나누어 학생을 선발하였다. 우리나라 대학입학정책은 전통적으로 학업성취도, 즉 성적 위주의 선발이라 할 수 있으며 대학입학시험 성적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하여,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1960–1970년대에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입학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의과대학 입학은 입학시험 성적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1996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대학원제도 개선방안의 하나로 의전원제도를 논의하였다. 의전원제도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이 대학원과정에서 의학을 전공하여 진료 위주의 의사가 아닌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부터 13개 의과대학을 제외한 의과대학이 의전원체제로 전환하여 정원에서 50-100%의 인원을 선발하였고, 고등교육법 제33조 제3항 규정에 따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나 졸업예정자가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시험을 통해 의전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의전원은 각 대학별 입학 정원과 전형 방법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였다. 1단계 서류 전형에서는 대학 학업 성적, 공인영어시험 성적,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 등을 반영하였으며, 대학마다 반영 비율은 달랐다. 2단계에서는 의전원 자체 시험과 면접을 통해 최종 입학생을 선발하였다. 또한 일반 전형 외에도 지역인재 전형, 사회배려대상자 전형, 재외국민 전형 등 다양한 전형을 운영하였다. 의전원제도 시행 중 2013학년도부터 2개의 의전원이 학사석사통합과정을 도입하여 7년제 교육과정으로 2016학년도와 2017학년도까지 입학정책을 운영하였다. 학사석사통합과정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입학 과정에 활용하고,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 일반전형과 특별지역인재에 대한 입학을 시행하였다.
의전원제도에 대한 의과대학 교수들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로스쿨 유치와 BK (Brain Korea) 사업과 연계하여 강압적으로 시행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공중보건의 수가 2008년 1,278명에서 2022년 511명으로 60%가 감소하는 등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의 인적자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대학원 학비를 부담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고, 특정 계층의 학력 대물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과는 달리 의전원 출신 학생들이 임상진료과 위주의 전공을 선택하고, 정부의 학비 전액 지원에도 불구하고 의사과학자과정 대상자의 기초의학연구자로 진출이 저조했다. 이와 더불어 기초의학교육 시간의 부실, 지역별 의료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16]. 이에 따라 2009년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되어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전원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2014년, 2016년, 2019년, 2022년, 2023년에 각각 의전원에서 의과대학으로 환원되었고(
Table 1), 현재 1개의 의전원을 제외하고 모두 의과대학으로 환원된 상태이다. 2024학년도 의과대학의 입학형태는 각 대학별, 연도별 차이는 있지만 다른 단과대학의 입시와 마찬가지로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져 있으며 수시의 경우 학생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의 세 가지 형태로, 정시의 경우 가, 나, 다 군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각 대학은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하여 대학별로 다양하고 독특한 전형기준을 제시하여 시행하고 있다. 2024년 2월 정부가 지방의료활성화와 필수의료 강화를 주장하며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 정원을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증원함으로써 의과대학 학생, 학부모,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3. 사회적 책무성을 고려한 의과대학 입학정책의 현재: 의과대학별 특별전형과 지역인재전형
현재 의과대학의 입학정책은 정부의 입학정책을 대부분 따르고 있으나 각 학교마다 설립이념과 교육의 목적, 목표에 따라 그 대학에 알맞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과 특별전형은 의료 인력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다른 배경과 자질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은 의과대학이 위치한 지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전 과정을 이수하여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학생이 대상이며 의과대학마다 지역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인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각 의과대학마다 지역인재의 비율에는 차이가 있으며 30% 이상에서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 선발할 수 있으나, 현재 지역인재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졸업 이후에 그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이고 지역에서 일정 기간 내에 의무복무를 권장하고 있다.
특별전형에는 의사소통 및 인성평가, 농어촌학생특별전형, 기회균형선발전형 등이 있다. 의사소통 및 인성평가는 단순한 학업성취도 평가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능력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전형으로, 유형은 의과대학마다 다르다. 의사의 능력 중 환자와의 의사소통, 공감능력, 윤리적 판단력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 인성검사, 논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다중 미니면접과 같은 구조화된 면접방식을 통하여 학생들의 인성,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평가한다.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은 농어촌 지역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고 이는 농어촌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기회균형선발전형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출신 등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계층 출신의 학생에게 의과대학 입학기회를 보장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적인 제한은 없고 학업성취도 이외에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는 전인적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인재전형 및 특별전형은 지방의 의료 인력 안정화와 다양한 사회적 계층에 대한 기회를 확대하고 단순한 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여 이후 의사로서 지녀야 할 인성과 의사소통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인재가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며, 졸업 이후 수련을 위해서 지방 수련병원의 수련의 및 전공의 수가 확보되어야 한다. 특별전형의 경우에도 면접과 자기소개서 등은 평가 시에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 공정성과 투명성의 확보가 관건이며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위한 사교육시장의 확대 등이 우려되기도 한다.
4. 입학정책과 관련된 평가인증 기준
의과대학은 고등교육법에 의거 일정 기간 내에 의학교육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이 교육부와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에서 인정을 받아 의학교육평가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41개 의과대학 중 1개의 의과대학이 평가인증을 받지 못해 설립인가가 취소되면서 기존 재학생이 지역 내 다른 학교로 편입되기도 하였다. 현재 의학교육 평가기준은 ASK2019 (Accreditation Standards of KIMEE 2019)로 92개의 기본기준과 51개의 우수기준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중 의과대학의 입학정책에 대한 평가 부분은 4. 학생 영역 중 4.1 입학정책과 선발, 4.2 입학정원 항목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17]. 기준에 따르면, 입학정책은 국가의 규정을 준수하고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교내의 입학 전문가들이 전년도 입학 과정의 문제점, 입학생의 학업성취도 및 문제점, 졸업 후 진로 등을 분석하여 입학 정책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입학 정원 조정, 면접 시험 강화, 전형 유형 변경 등 적절한 선발 전형을 모색하고, 대학의 사명과 의도한 교육성과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신체적, 경제적 취약 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특별 전형을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5. 입학정책의 현재 문제점과 개선방향
대학의 입학정책은 정부의 입학정책을 반영하여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의과대학 또한 예외는 아니며, 정부 정책과 대학 자체 기준에 따라 입학 정책을 운영한다. 하지만 현재 의과대학 입시는 무한 경쟁과 사교육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남녀 학생 간, 그리고 부모의 맞벌이 여부에 따라 차기가 나타날 수 있는데[
18], 이러한 부분을 입시에서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입학정책의 변화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초기에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였으나 입학자격 학생 수의 미달, 각종 입시비리 및 암기식 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개선 요구가 있어 최종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반으로 하는 입시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져 있고 수시의 경우 각 대학마다 자율성을 인정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최저등급의 차이가 있으며, 수시와 정시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지역인재 비율을 법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반영하게 하고 있다. 수시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이 있으며, 현재 고등학교 담당교사가 작성한 학생부를 통해 평가하게 되어 있어 담당교사의 역량과 관심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학생들의 인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것에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정시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점수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마다 면접을 보는 경우가 있지만 짧은 시간에 면접을 통해 인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와 전형은 없지만 입학제도는 모든 학생에게 공정해야 하고 어느 특정집단을 위한 제도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입학제도는 사회적인 요구나 학생, 학부모, 대학의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중요하며, 대학의 자율권이 보장되고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은 사립대학과 국립대학 간에 차이가 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과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경우, 대학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상황을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정부와 대학의 입학담당자는 대학자율성에 대해 해석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19]. 최근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과 전문직업성, 의사소통, 리더십,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 등이 강조되고 있고[
4,
20], 단순하게 다른 학생에 비해 성적만 좋다고 적성에 맞지 않는 학문을 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장래 의사로서 적성이 맞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성검사가 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21]. 즉 의사라는 직업은 의료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술기 이외에 환자와의 관계형성, 즉 의사소통능력과 윤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단순히 학업이 우수하다고 모두 좋은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면접, 자기소개서 등 주관적 요소에 의해 평가를 하였으나 이는 공정성과 사교육 의존성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면인적성면접, 표준화된 인성검사도구, 상황판단검사 등을 통하여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22,
23]. 의전원체제에서 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 즉 지성면접, 인성면접 등을 통하여 학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 의과대학 입시에서는 이러한 자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입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대학 자체에서 키워 나가야 하며 대학의 교육설립 목적과 목표에 알맞은 맞춤형 인재선발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각 의과대학에 알맞은 특성화된 인재를 선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며, 의과대학 입학 이후 현재 1학기에는 규정상 휴학을 하지 못하게 되어 학생이 선호하는 학교가 아닐 경우 반수나 재수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의 재정적·시간적 문제가 발생되므로 의과대학의 서열화를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24].
6. 결론
의과대학은 의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국가의 입학정책을 수용하여 대학의 입학정책에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의과대학 입학정책은 학업성취도 위주 역량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최근 다각적인 평가방식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학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개방된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다양성으로 인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입학정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는 의과대학의 경우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지만 입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정책은 선발과정에서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하며 조금의 부정이라도 개입되면 안 되는 것이다. 대학등록금의 동결과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학교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은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를 받아야 되는 실정인데, 입학을 비롯하여 모든 정책이 재정적 지원과 연계되어 시행되는 것은 변경이 필요하다. 의과대학이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재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며,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입학정책의 공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대학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며 의사의 자질과 윤리, 디지털 시대에 알맞은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입학정책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